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7.02.03 14:23

"트럼프시대 수출 전략 재수립해야"...서비스업 강화, 수출시장 다각화 등 시급

부산항 신성대부두 수출 야적장 전경. <사진제공=부산항>

[뉴스웍스=한동수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역대 두 번째 규모인 986억8000만달러에 달했지만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산업 전반에 걸친 대대적인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는 58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며 986억8000만달러에 달했다. 연간으로보면 19년 연속 흑자기조이고, 규모면에선 지난 2015년(1059억4000만달러)이후 역대 2위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

지난 2016년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공장 가동률은 저조했다. 지난 1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들의 제조업 가동률은 지난 1998년이후 18년만에 최저수준인 72.4%에 불과했다. 또 서비스업은 적자에서 허덕인 한해였다.

서비스 수지의 경우 관광적자와 세계 7위 한진해운 붕괴 등영향으로 사상최대 규모인 176억1000만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다.

건강한 사람도 혈액순환이 안되면 병에 걸리듯이 우리나라 산업이 심한 동맥경화 증상에 빠져있다.

지난해 서비스와 건설업종을 제외한 상품 수출은 5117억8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하락한 반면, 수입은 3913억3000만 달러로 7.0% 감소하며 1204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도 줄어들고 있지만 수입이 예전보다 더 많이 줄어든 이른바 ‘불황형 흑자’ 상태인 것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해 11월부터 불황형 흑자에서 벗어난 시그널이 보이고 있지만 올해 1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으로 이런 기조마저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담스런 對美 흑자규모

지난 1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일본, 독일을 환율조작국으로 맹비난했다. 미국이 지난해 교역적자를 많이낸 1~3위 국가들이다. 중요한 것은 4위가 한국이다. 한국은 이번에 빠졌지만 언제든지 대상국이 될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요건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이는 ▲대미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GDP(국내총생산)대비 경상흑자 비중 3%이상 ▲반복적인 외환시장개입이나 GDP대비 2%이상 개입 등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2가지(대미무역흑자, GDP 3%이상)요건에 해당하는 국가다. 이미 미국이 언급한 중국 일본 독일은 모두 3가지 요건 가운데 대미무역흑자 200억달러 이상 규정 단 한건만 해당한다. 오히려 한국이 가장 불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유일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대미 경상수지 흑자 비율을 좀 낮추면 괜찮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면서 “일단 그걸로 좀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선제적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추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비관적이다. 기업의 대미수출을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과함께 약(弱)달러 기조를 천명하고 나선마당에 미국으로부터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서 당분간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는 부담으로 다가 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美 약달러 정책'...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전문가들은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사업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인해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경기부양을 위해 수출은 늘리고 수입은 최소화 시키겠다는 것이다. 경기가 부양되면 환율은 강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경기 부양에 따른 강(强)달러를 막기위해 책임 떠넘기기에 나섰다.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나라들이 달러대비 강한 통화를 유지토록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이같은 환율관리 정책에 대해 외환 시장에서는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일 미국이 제기한 환율조작국에 포함된 중국 일본 독일은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에도 언제든지 불똥이 튈 수 있는 상황이다.

정태인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장은 “현재 글로벌 경기 상황을 볼 때 미국과 일대일로 맞대응 할 수 있는 국가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미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국가들간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실현가능성이 낮은 만큼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제적으로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 전략보다는 민관이 합동으로 다양한 채널을 가동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줄건 주고 지킬 건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미국의 여러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지렛대로 사용할만한 협상 카드가 없을 경우 궁지에 몰릴 수 없는만큼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고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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