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2.12 14:20

며칠 전 북한군에서 소좌(소령)로 복무하다가 탈북한 사람을 만났다. 함경남도 단천출신으로 황해남도 연안에서 군사복무를 하던 사람이다. 

얼굴이 철색을 띠다 못해 거의 진한 흙색으로 변해 있는 그의 모습에서 평생 고되게 단련한 북한군 특유의 기운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손을 보는 순간 놀랐다. 그것은 소령의 신분을 가진 사람의 손이 아니었다. 뼈가 금방 툭 튀어 나올 것 같은 거친 손이었다. 그의 손을 잡으면서 ‘고생하셨네요?’ 하니 말도 말란다.

식량·군복 부족 북한군
민간 빈집털이 알면서 눈감아줘

그러면서 들려주는 북한군의 실태는 차마 믿어지지 않는다. 북한군에 가장 긴박한 건 식량문제였다. 매일 같이 병사들은 주민들이 사는 부락으로 내려가 빈집을 털고 사육하는 돼지를 훔쳐오고 토끼, 닭, 염소 등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군대 내의 하층군관(장교)들과 그 가족들도 식량난에 시달리면서 고기를 먹어 본지가 오래되어 병사들의 이런 행태를 노골적으로 부추기거나 눈감는다고 한다. 또 다른 심각성은 전연부대(황해남북도, 강원도, 개성등지의 군부대)는 그나마 2년에 한번 씩 군복이 공급되는데 후방부대(평안남북도, 함경남북도, 자강도 등의 군부대)어떤 곳은 5년이 지나도록 군복도 공급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북한군은 한국군과 달리 모든 일상을 2년에 한번 씩 공급하는 군복으로 버텨야 한다. 주어진 군무시간에 군복을 입고 평상시 휴식할 때는 가벼운 옷으로 입고 운동이나 산책이나 운동을 할 수 있는 한국 군과는 다르다. 너무 배가 고픈 나머지 그렇게 공급받은 군복을 민간에 내려가 팔아서 먹을 것과 바꾸고는 처벌이 두려워 부대로 복귀하지 못하는 일들은 이젠 희귀현상도 아니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아침 조회시간에 참 우스운 일이 많다고 한다. 군복을 입은 병사들 속에 사복을 입고 드문드문 서있는 병사들을 보고는 배꼽을 잡고 웃는다고 한다. 그의 말을 빌리면 ‘북한군이 가난한 게 아니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불쌍하다’고 한다.

북한군 사격훈련 모습. 북한은 재래식 무기인 88식 보총을 군에 지급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방부>

軍기피현상 만연...징집회피도 늘어나

거기에 더해 인민군대의 초모병(징집병)모집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되었다고 한다. 1960년대 초반부터 북한은 인민군대에 한번 씩 갔다 오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고 1970년대 80년대를 거쳐 90년대 중반까지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북한공민의 신성한 의무’로 여겨졌다. 매해 인민군 초모 사업은 전국적인 범위에서 대대적으로 진행되어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서 남자들 대부분은 군대로 갔으며 여성의 인민군 초모 현상도 활발히 진행되었다. 2000만이 조금 넘는 인구에서 북한은 150만 이상의 기본 병력에 70만 명이 넘는 예비군(이 예비군은 대부분 군복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운영하여 해마다 하계, 동계훈련을 반복하였다. 훈련기간에 경제활동이 지장 받고 공장이나 기업소가 잠시 운영을 멈추는 것은 조국방위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할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들어서 부터는 인민군 초모사업이 심각한 상태를 겪고 있다고 한다. “고난의 행군”시기 굶주림과 대량아사를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군대 기피현상이 늘어나고 군인에 대한 국가의 식량공급마저 정상화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1980년대 중반부터 북한의 많은 사람들은 배급제아래에서도 배를 곪아 온 사람들이 많았다. 가족의 먹을거리 해결을 위해 아들을 군대에 보내 10년~13년 동안 입 하나를 덜게 되고 또 국가에 아들을 바쳤다는 자부심까지 얻고 하는 일석이조를 얻고자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너도나도 군대에 나가지 않고 시장골목에서 장사(개인사업)를 해서 돈을 버는 것이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 잡으면서 군대기피현상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고질적 전력난...무기 대부분 녹슬고 있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 “이젠 전쟁이 나도 싸울 수 없어...총알이 나가야 어떻게 싸우지..”

제가 그게 뭘 뜻하는 말씀이냐고 했더니 대부분의 전시무기와 탄약을 지하저장고에 보관했는데 90년대부터 있은 국가의 전력사정으로 배수와 환풍을 제대로 하지 못해 무기 대부분이 녹슬었다고 한다. 탄약도 자주 교체해주고 습기방지를 잘해 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지금은 사격훈련 때 실탄을 넣고 총을 쏘면 200~300미터 앞에 있는 목표물에 박히는 것이 아니라 30~40미터 앞에 나가 맥없이 떨어진다고 한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전쟁을 준비하면서 국가의 대부분 시설을 지하화 했다. 많은 병기공장과 군수관련 산업들이 대부분 지하공장화 되어 있다. 이것이 경제파탄과 전력공급의 중단을 맞으면서 지금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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