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7.03.01 09:17

사람이 모여들면 마을이되고 마을과 마을사이에는 길이 생긴다. 교통수단의 발달은 경제발전은 물론 생활 환경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탈북이후 한국에 오기까지 여러 도시를 거치면서 교통수단의 발달에 크게 놀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에 들어와서도 잘 닦인 철도와 도로를 보면서 경제 발전상을 한 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필자는 북한에 있을 당시 철도에서 근무했다. 1988년부터 1996년까지 8년간 근무하며 북한 철도의 실태를 직접 경험해보았다. 직접 경험해봤다고 강조하는 것은 북한에는 아직까지 거주이전이나 여행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 출신이라고해서 전국의 철도 환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의 철도는 해방 전 ‘서울~신의주’ 사이를 연결했던 경의선 철도가 가장 중심축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분단과 함께 경의선은 평의선인 ‘평양~신의주’ 노선으로 대체됐고 여기에 동서횡단을 하는 ‘평양~나진’간 ‘평라선’과 서부노선을 오가는 ‘평양~개성’사이의 ‘평부선’, 그리고 함경남도 고원과 강원도 평강을 오가는 ‘강원선’의 주요 노선으로 이어져 있다. 또 1980년대 김일성의 교시에 의하여 건설된 ‘만포 청년선’으로 양강도 혜산과 자강도 만포사이를 오가는 철도가 있으며 북부철도와 연결되어 지는 ‘만포선’으로 순천과 만포사이를 오가는 철도가 있다. 이밖에도 함경북도의 무산과 양강도의 백암을 오가는 일명 ‘빽빽이 열차’로 불리는 협궤열차가 일부 산세가 험한 지역에 설치돼 있다.

<자료제공=동국대북한연구소>

북한의 철도를 이해하려면 철도에 관한 간단한 지식이 필요한데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철도는 광궤, 표준궤, 협궤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광궤란 대부분의 국가들이 공용으로 쓰고 있는 너비 1435밀리의 표준궤 보다 넓은 것으로 구소련이 제2차 대전기간 사용하면서 생겨난 것이다. 협궤는 762밀리의 좁은 철길로 한국에 입국한 후 듣기로는 한때 한국의 일부 지방에서도 사용하다가 지금은 모두 페선 조치됐다고 한다.

남북이 분단되고 나서 북한의 철도는 사실상 북한의 교통운수에서 여객운송과 물자운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 이후 석탄과 나무의 화력으로 다니던 증기기관차를 점차 줄이고 철도의 전기화(기관차를 전기로 움직이는)를 늘여 왔다. 그러면서 1980년대와 1990년대 들어서 철도의 전기화 공사가 전국적으로 진행되었고 한편으로는 증기기관차를 하나둘씩 폐차시켰다.

문제는 기관차를 전기로 운영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 철도의 대부분은 일제가 해방 전 한반도를 침탈하면서 개설한 것으로써 그 때 개설한 노선과 침목을 쓰는 곳이 많다. ‘평양~신의주’, ‘평양~청진’과 나진 노선에 콘크리트 침목개설을 많이 했지만 김부자를 위한 1호열차 운용노선에 공사를 집중하면서 다른 지역에 대한 균등성을 잃었다. 그러다 보니 해방 전에 깔려 있는 나무 침목을 쓰는 곳이 아직도 허다하다. 세월이 지나고 나면서 오래전에 깔았던 나무침목들이 하나둘 부식되어 그것을 교체해 줘야 했다. 그러자면 나무 침목을 사계절의 변화에 견딜 수 있게끔 화학약품처리와 방수기능을 위해 기름 탱크에 저장했다가 써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침목을 처리할 화학재와 기름을 소련과 사회주의국가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곳의 철도 보수를 산에서 생나무를 베어다 불에 적당히 그을려서 침목으로 교체하는데 제대로 된 부식처리과정을 거치지 못한 침목이 4~5년이 지나면 부식돼 또 교체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산에 가서 생나무를 절단하고 그것으로 교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레일도 마찬가지다 남한에 와서 보니 철도 차량들이 객차, 화물차 할 것 없이 북한에 비해 훨씬 경량화 되어 있음에도 북한의 레일은 아직까지 중량급이다. 하지만 북한의 객차와 화물차는 구소련의 설계와 공장을 그대로 전수해 사용하고 있는데다 엄청난 중량의 철강으로돼 있다. 거기에 맞게 레일도 중량화 되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아직도 북한의 많은 철도노선에는 일제시기 깔려있는 경량레일을 그대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길에 깔려 있는 ‘자갈의 경제학’을 무심히 여길 것이다. 철도노선에 깔려 있는 자갈도 모두 돈이다. 전기가 있어야 하고 자갈을 캐낼 수 있는 중장비가 있어야 하고 그것을 철도에 맞는 크기로 깨는 기술이 필요하며 철길에 펴는 기계화 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북한의 철길 대부분에 자갈은 보수가 되어 진지 20년이 지난 곳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지반침하와 산사태 등에 버티지 못하고 쓸려 가는 곳이 많으며 이것을 보수할 재정능력이 없다.

그저 대부분을 인력으로 조금씩 버티다 보니 사고가 비일비재하며 국가의 전기사정이 급박해진 고난의 행군 이후에는 전기가 없어서 열차가 운행하다가 중도에 며칠씩 멈추어 서있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 요즘도 북한과 전화통화를 주고받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철도 운송사정이 전보다 나아졌다는 얘기를 조금도 듣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북한사람들의 여행길은 고난의 길이며 각종 뇌물과 비리가 넘치는 것이 북한철도의 실상이다.

북한 주요 철도 대부분이 아직까지 단선이다. 상,하행선이 한 개의 철도로 운행하다 보니, 상행선이 도착해야 하행선이 출발할 수 있는 실정이다. <사진제공=동국대북한연구소>

거기에 대부분의 철도노선이 단선이다. 남한도 상하행선으로 구분된 복선이 아니라면 아무리 KTX라도 서울~부산을 3시간대에 갈 수는 없을 것이다. 상행선, 하행선의 배차시간을 짜고 열차를 통과시키는 구시대적 방식이 아직도 사용되고 있다. 즉 상행선이 종점에 도착한 후 같은 레일을따라 하행선이 출발하는식이다.

더욱이 통신시스템이 선진화 되지 못한 관계로 1950년대 송호출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북한의 철도운송자체가 신비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그것을 북한은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정당화 하고 있다. 나는 지금도 자주 주변의 남한사람들에게 말해 준다. “통일이 되면 한번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시라 그리고 얼마나 구시대의 골짜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사회주의를 했는지 평가해 보시라”고 말이다.

우리는 막연하게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통일이 이뤄지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엄청난 양의 광물을 캐낼 수 있겠지만 운반할 운송 수단은 열악하다.

아마도 북한 인프라 건설에 엄청난 예산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디테일한 부문도 관심을 갖고 통일문제를 논의하고 연구해야만 막상 통일이 닥쳤을 때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회에는 북한의 도로망을 주제로 교통편의 얘기를 마무리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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