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2.17 11:05
영국이 식민지로 조성한 홍콩의 초기 개발 모습이다. 홍콩의 최고 갑부 리카싱 등 광동 동부지역의 '조산 사람'들은 홍콩의 눈부신 발전을 이룬 주역 중의 하나다.

광동(廣東)의 대표적인 문화권은 앞에서 설명했듯 대게 셋으로 나눈다. 오늘은 그 중에서 광동의 동부 해안 쪽의 조산(潮汕) 문화를 훑어본다. 潮州(조주 차오저우)와 汕頭(산두 산터우) 두 지역의 이름 앞 글자를 합쳐 부르는 명칭이다. 역시 언어와 생활 습속 등에서 뚜렷한 특징을 지닌 곳이다.

중국에 출장 가본 사람들은 대부분 안다. 북경(北京), 상해(上海), 광주(廣州) 든 어디든 중국음식으로 거래선 접대할 때 일단 코스트를 줄이려면 손대는 구석이 있다. 메인 요리 시킬 때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 육류 위주로 주문한다. 사람 수에 따라서 육류를 조금 더 많이 시키고 야채 요리 두어 접시 추가한 뒤 술을 곁들이면 그럭저럭 구색을 맞춘. 그러면 어느 정도 예상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VIP등을 접대하려면 “鲍(포:전복), 参(삼:해삼), 翅(시:샥스핀)、肚(두:생선 부레)” 등이 들어간 고급 해산물 식당을 반드시 찾게 마련이다. 아니면 적어도 생선과 해산물 위주로 된 접대를 한다. 중국에서 이런 해산물 요리 위주의 고급식당들은 대부분 조주(潮州)식당들이다.

2015년 포브스 잡지에 따르면 홍콩 최대의 갑부는 누구 일까? 그는 지난 17년간 계속 선두 자리를 지켜온 청쿵(長江)그룹의 회장 리카싱(李嘉誠 313억 달러)이다. 이 리카싱 회장은 초창기 플라스틱 등으로 만드는 인조화(人造花) 원단 공장 운영을 필두로 해 결국 1980년대 말 이미 수많은 부동산 재벌들을 따돌리고 독보적인 존재로 부동산 금융 소매 등 모든 분야에서 홍콩의 최대 부호로 떠올랐다. 그래서 당시 홍콩에서는 “내가 쓴 1달러에 5센트는 무조건 청쿵 그룹으로 들어간다”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이 리카싱 회장이 바로 조산(潮汕) 출신이다.

그럼 과연 조산 문화는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일단 이들은 전체적으로 지역성을 근거로 한 紮根精神(찰근정신: 어느 곳에서든 뿌리를 잘 내려 적응을 잘하는 마인드)이 강하다. 중국내 어디를 가나 이 지역 출신자들은 그곳에 잘 적응하며 상당한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다. 중국 국내뿐 아니라 해외 각지에서도 그렇다.

심천시 福田區(복전구)라는 동네에는 서울의 용산과 청계천, 동대문 시장을 합쳐놓은 듯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전자상가가 있다. ‘華強北電子商場(화창베이 전자시장)’ 또는 ‘華強北賽格廣場(화창베이 싸이거 광장)’이라 한다. 이곳의 연간 매출액은 1200-1500억 인민폐에 이를 정도의 규모로 추산되며 이곳에 입점한 가게는 몇 십만에 이른다. 그 점포 중 반 정도는 바로 이들 조산 지역 출신들이 운영하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심천의 커다란 상권 중 하나인 심천과 홍콩 경계지역의 羅湖商業城(뤄후 비즈니스타운)이라는 곳이 있다. 그 지역에서는 많은 전자 제품과 각종 의류 및 시계 등이 팔린다. 주로 짝퉁 제품이 많이 유통되는데 그 지역 상권의 반 정도 역시 조산 지역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 끼리끼리 모여 조그만 점포를 경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산 사람들이 떼를 지어 제품을 판매하는 작은 점포 경영 방식은 중국 각지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조산인들은 ‘동방의 유태인’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이들은 원래 고대 남월(南粵)의 토착문화를 바탕으로 북부 중원(中原)문화의 전통을 받아들인 사람들이다. 아울러 해양으로부터 전해지는 문화의 영향도 있었다. 내부적으로는 무척 보수적인 지방색 성향을 많이 나타내 보이면서도 새로움에 대한 포용력과 창의력, 모방력이 무척 강하다.

어디에 가서 생활하든 조산인들은 조산인을 고용한다. 제 고향 사람들을 최우선으로 기용한다는 얘기다. 또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울타리 안에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은 중국내에서도 무척 특이하다. 상해 사람들은 “阿拉 上海人(알라 상해닌: 우리 상해 사람)”이라는 말로 자신들끼리 친근감을 드러내지만, 실제 비즈니스에서는 같은 상해 사람이라도 무척 의심하고 조심한다.

이곳 조산 사람들은 항상 “自己人(까끼낭: 우리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실제 비즈니스 등에서도 동향인에 대한 믿음이 무척 강하다. 수많은 가게 중에서 조산 사람이 운영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방법이 있다. 대부분의 조산 사람들은 가게 안에 財神(재신: 재물신)을 모신다. 조그만 점포 일 지라도 안 쪽 사무실 또는 계산대 옆 벽 위에 조그만 선반을 놓고 거기에 재신 關公(관공: 삼국지 주인공 관우의 높임말)을 모신다. 이는 무재신(武財神)이라고도 부른다. 忠(충성), 信(신용),義(의리)를 중시하는 이 재신을 통해 조산인들의 상업문화를 읽을 수 있다.

조산 지역 무역상들의 오전은 항상 Tea Meeting으로 시작한다. 우선은 직원들끼리 미팅 룸 소파에 앉아 功夫茶(궁푸차: 작은 찻잔으로 마시는 지역 특색의 차)를 나누어 마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거래선이 오면 새로 찻잎을 집어넣고 또 우린다. 앉은 자리에서 계속 거래선과 차를 마시면서 상담을 진행한다.

이러한 Tea Meeting은 약 1~2시간 정도에 이른다. 이야기 주제는 시사에서부터 주변 잡사를 거쳐 취급하는 물건 아이템, 시황 등 ‘광역(廣域)’이다. 직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의견을 개진하며 누구나 편하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문화 환경 속에서 이들은 중국 자체적인 QQ라는 의견 소통 프로그램을 개발 했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QQ의 Tencent 설립자 馬化騰(마화텅) 또한 바로 이곳 조주 출신이다. 중국의 빌 게이츠 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중국에는 산자이(山寨)문화라는 것이 있다. NIKE 대신 HIKE, PUMA 대신 PAMA, Starbucks 대신 Starfucks 등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짝퉁 제품 등을 일컬어 산자이라고 한다. 2008년 6월10일 중국 CCTV에서 이슈가 된 이 용어는 후에 주로 iphone ipad및 기타 핸드폰 짝통 제품을 말할 때 많이 사용한다. 핸드백, 의류, 시계 등의 짝퉁이 주로 저장(浙江) 원저우(溫州)나 이우(義烏) 지역에서 많이 만들어졌다면 핸드폰 및 전자제품 짝퉁은 조산 지역 출신자들의 공장에서 나온다고 알려져 있다.

짝퉁이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장점도 있다. 핸드폰에 두 개의 SIM CARD를 끼어 넣을 수 있어 중국과 홍콩을 오가는 시민들에게는 무척 편리하다. 나름대로의 창의성을 발휘한 셈이다. 지금도 수많은 짝퉁 제품들이 유명 제품의 모습에 나름의 새로운 기능(New Function)을 추가해서 판매되고 있다.

조산인의 이러한 忠(충성), 信(신용), 義(의리)를 중시하는 상업 문화, 거기다가 차를 마시면서 나누는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 그리고 그들의 재물신 숭상 문화는 산자이를 만들어 낸 역동적인 창의성 등이 이곳의 문화적 특징이다. 그런 조산 사람들은 에너지가 충만하다. 적어도 비즈니스의 영역에서는 무서울 정도의 활력이다.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그를 잘 드러낸다.

 

“有潮水的地方就有潮汕人 바닷물 조류가 있는 곳에는 우리 조산 사람들이 늘 있지.

潮汕人 潮汕人 潮汕人 潮汕人 조산 사람, 조산 사람, 조산 사람들이여~

鹹甜酸澀都嘗過 인생의 모든 짜고 시고 달고 떫음 다 맛보았지,

一顆赤心映日紅 고향을 향한 뜨거운 마음이 태양을 비추며 붉게 타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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