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7.28 05:00
오늘(7월18일)은 사투라 해변에서 잠시 휴식하고 내륙길로 접어들어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 마르키나(MARKINA)까지 가는 여정이다. 13㎞, 약 3시간의 짧은 거리다. 해안선 루트를 벗어나면 캠핑사이트에서 그만큼 벗어나게 돼 이제부터는 알베르게 숙소를 찾는 게 우선이다.
오늘은 마르키나까지, 내일은 게르니카(GERNIKA LUMO)까지 약 25km 걷는 걸로 방향을 잡았다. 찬절한 리셉셔니스트 이라이와 기념 사진도 찰칵!
오후 2시20분 출발했다. 온다로아(Ondaroa)에서 인포메이션 센터를 찾아 바스크지역 지도와 마르키나까지 접근로 정보를 얻고자 했으나 오후 4시 반이 되어야 문을 연단다. 1시간 반 이상을 어떻게 기다리나... 대신 파출소를 찾아 가는 길을 물으니 차가 달리는 BI-633 도로를 따라 가란다. 찻길인데 안전하냐고 물으니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오 마이 갓~." 633도로엔 사람길이 없고 찻길만 있다. 해변에서 내륙으로 들어서는 도로이다. 길은 좁고 차들은 달린다.
그래, 산으로 가자. 계단 타고 산 길을 따라 돌고 돌아 한참을 내려와도 여전히 찻길만 보이지 사람길이 없다. 당황스럽지만 가야할 길... 조심조심 가다서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 사람길로 들어 섰다.
행인 붙잡고 ‘아저씨~까미노?’하자 갸우뚱하며 산 길로 가라고 한다. 무슨 말인지 전혀 알 수 없는데 아저씨 표정은 진지하고 말은 빠르며 그냥 힘차다. 손짓 방향을 따라 마을 길로 접어들다가 마침 노모 를 모시고 외출하는 차를 세워 물었다.
“This way to 까미노 데 산티아고? Now I’m going to MARKINA.”
“No, No...” 하더니 또 위험한 찻길을 가리킨다. 난감한 표정으로 “Too dangerous” 고개를 흔들자, 끄떡 끄떡 차에 타란다.
순례길은 예측불가, 변화무쌍하다. 어떤 사람을 어떤 상황에서 고맙게 만나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난감할 땐 주저말고 물어라. 천년동안 물어 온 길이다. 그 덕분에 약 10㎞ 날아와 마르키나 숙박소에 가볍게 발을 디뎠다.
그곳은 갈멜수도원 수사님들이 살고 있는 1691년 창립 수도원이었다. 오후 5시 30분, 이미 많은 순례객 들이 밀물처럼 들어차 신발을 줄지어 세워 놓았다.
오후시간, 바스크인들 삶의 방식이 참 유쾌하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돌아 나오니 이곳 마을 또한 광장을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저녁 6시경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씩 광장에 나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커피, 아빠와 엄마는 맥주나 와인을 마시며 소중한 바스크안들의 저녁 삶을 즐긴다.
오늘 마르키나 광장에선 특별히 밴드 음악소리까지 신나게 떨고 설레며 마음을 울린다. 흥겹다. 주민들로 구성된 밴드부대인 것 같은데 익숙한 듯 한바탕 흥을 돋구어 광장을 공동체 터전으로 만들어 버린다.
북쪽 까미노에선 어디를 가나 고풍스런 건물벽에 비추는 저녁시간 해넘김 잔광이 참 예쁘다. 할아버지,할머니,아빠,엄마가 옆에 있고 1,000년을 넘기며 그 빛에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냥 자연이고, 살아 있는 예술이다.
숙소로 돌아오는 오후 8시 반 경, 아직 환하다. 4층 높이의 전통가옥에 동양풍 나무처마를 얹은 건물들 사이 골목길, 약 5m 폭의 돌바닥으로 이어진 골목길. 온통 밴드 음악소리, 수다떠는 사람소리, 술냄새 그리고 와인향기 속에서 천 년을 살아 오며 매일 밤 통통 튀었을 바스크의 숨결이 아직도 생생하다.
골목길은 울림이 크다. 공명하는 울림 속에 뎅뎅뎅~. 밤 9시를 알리는 수도원 종소리가 그윽하게 들린다.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DHSMFDML-MUTRIKO(Motrico), Camping Saturraran~MARKINA XEMEIN/ 16.5km 14,225걸음 3시간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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