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9.08.28 05:00
텐트 안에선 자유세계다.
8월 14일 오전 8시 넘어 눈을 뜨니 알베르게 순례객들은 이미 모두 떠났다.
오전 10시 출발해 약 5㎞ 걸어가니 La Mesa, 바와 레스토랑을 겸한 Albergue 'Miguelin'이 편안한 곳에 자리해 있다. 엊저녁 붐볐을 알베르게가 오늘 점심시간에 아주 한산하다. 게다가 햇살까지 곱다. 아침 해결하고 햇살 받으며 잠시 휴식 후 떠날 계획이다.
조그만 수영 풀장까지 감춰 놓은 알베르게 ‘Miguelin’, 리셉션 아줌마가 참 소박하고 후덕한 인상이다. 샌드위치 하나 먹었는데 아직도 배가 출출하다.
오후 2시 이후 가능하다는 식사, 기다렸다가 점심 겸 저녁 메뉴를 시켰다. 아스투리아 지방 전통식사에 전채로 나오는 포티(Pote)는 우리네 된장 시래기국을 닮았다. 고추장 맛이 조금 더 필요하지만 맛도 비슷하다. 메인으로 나오는 Ternersa Guisada 또한 소고기 덩어리를 삶아 감자튀김과 함께 나오는데 지친 심신 기력회복에 좋을 것 같다. 곁들여 나오는 포도주 한 병은 기본, 9유로에 맛있는 식사 메뉴로 추천한다.
오늘은 휴식이 필요한 날인 게 분명하다, 살리메(Salime)는 내일 가기로 하고 오랜 만에 사설 알베르게 미구엘인(Miguelin)에 주저 앉았다. 오늘은 쉬는 날, 충전하는 날로 삼자.
느긋하게 밀린 빨래, 샤워 등... 현대식 시설을 갖춘 12유로 미구엘린, 덕분에 오늘 순례객의 심신 또한 편안하다.
◇오늘의 산티아고 순례길=Berducedo→La Mesa 6.63㎞, 8,557걸음, 2시간 10분 (까미노 참고용 : Berducedo→La Mesa→Granadas de Salime 19.3㎞, 6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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