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6.26 19:30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정인경 교수

당뇨병이 두려운 것은 합병증 때문이다. 혈액 안에 높은 농도의 포도당이 피를 끈적끈적하게 만들어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이렇게 걸쭉한 혈액이 미세혈관을 막으면서 콩팥이나 눈의 망막, 말초신경 등의 장애가 시작되는 것이다.

우리 몸은 평소 공복 시 70~99㎎/dL의 혈당을 유지한다. 이를 조절하는 것이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다. 식사를 통해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돼 혈당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한다.

그런데 같은 당뇨병을 앓고 있더라도 환자마다 건강상태와 합병증이 다르다는 것도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왜냐하면 혈당을 낮추는데도 사람마다 약의 작용기전이 상이해 처방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약리작용이 다양한 당뇨병 치료제가 나와 있는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당뇨병에도 맞춤형치료제 시대가 열린 것이다. 사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사용 가능한 당뇨병 약은 단 두 종류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9가지 계열의 약이 개발돼 환자별 맞춤처방이 가능해졌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거나 저항성을 줄이는 약, 또는 소변으로 포도당 및 나트륨 배설을 증가시키는 약, 식욕을 억제하는 약 등 다양한 기전을 통해 혈당조절은 물론 심장과 콩팥까지 보호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인슐린저항성 개선제, 인슐린분비 촉진제, 식욕억제제, 장에서 포도당을 흡수차단하는 약, 신장으로 당 배설을 촉진하는 약, 인크레틴 호르몬을 증가하는 약 등이다. 이에 따라 의사는 환자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진단한 뒤 최적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약을 적절히 조합해 처방한다.

예컨대 비만한 환자에게는 살이 빠지는 당뇨약을, 심혈관질환이나 콩팥질환이 있다면 이를 보호하는 약을, 또 혈당에 민감한 환자에겐 저혈당 발생 위험을 줄여주는 약을 처방하는 식이다. 이렇게 개별화된 맞춤처방을 하면 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혈당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 실제 이 같은 맞춤식 처방 덕분에 당뇨병 환자는 늘고 있지만 당뇨합병증으로 손꼽히는 허헐성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환자가 조금씩 줄고 있다.   

당뇨 합병증을 줄이는 데는 환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식사관리나 운동과 같은 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인 것이다.

우선 체중관리와 흡연·음주 절제는 기본이다. 특히 담배는 혈액을 응고시키기 때문에 아무리 혈당과 혈압을 잘 관리하고, 고지혈증 치료제를 복용해도 담배를 계속 피우면 중풍이나 심장마비를 예방할 수 없다.

과음은 간만 나쁘게 하는 게 아니다. 매일 음주하면 췌장에 염증이 생겨 인슐린을 만드는 췌도세포가 파괴된다.

암 발생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당뇨병 환자에서 암 발생 빈도가 높다는 논문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당뇨병은 췌장암, 폐암, 간암, 대장암은 물론 남성의 경우 전립선암, 여성은 유방암 증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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