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0.07.17 16:31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변정익 교수

변정익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

"뇌수막염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치명적이면서도 많은 사람이 간과하는 질환 중에 ‘뇌수막염’이라는 질환이 있다. 여름철에 주로 발생한다는 점도 그렇고,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면 사망까지 진행된다는 사실도 대부분 지나친다. 특히 고열과 오한, 두통 등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치료가 늦어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할 사항이다.

뇌수막이란 뇌실질 또는 뇌를 둘러싼 얇은 막을 말한다. 여기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뇌수막염이다.

뇌수막염은 병원체에 따라 세균성과 바이러스성, 결핵성으로 나뉜다. 전체 뇌수막염의 80~90%를 차지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세균이 아닌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된다고 해서 ‘무균성 수막염’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기 증상은 감기와 흡사하다. 38도 이상의 고열에 시달리면서 오한이 일어나는가하면 머리가 깨질 듯 아프다. 초기증상이 감기나 독감과 비슷해 오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도 굳이 구별하자면 감기나 독감보다 뇌수막염 증상이 더욱 심하고, 드물게는 국소적으로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된다.

문제는 뇌를 싸고 있는 수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이때는 목이 뻣뻣해져 움직임에 제한이 있는 경부(목)경직, 또 뇌압이 올라가며 메스꺼움과 구토가 나타난다.

감기와 구별이 어렵기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뇌척수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 진단한다. 여기서 뇌척수액검사는 척수액의 색깔과 염증세포수, 세포종류, 단백질 및 포도당 수치를 확인하는 절차다. 정확한 감염원인을 알기 위해 염색이나 배양검사, 항체검사, 중합효소연쇄반응(PCR)검사를 시행한다. 양성이 나타나면 뇌수막염을 확진한다.

예후가 나쁜 뇌수막염이 바로 세균성이다. 진행속도가 빨라 가능하면 서둘러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원인균에 따라 다르지만 10~14일의 치료가 필요하다. 적절한 항생체 치료를 받아도 신경학적 후유증이 생길 수 있고, 심지어 사망하기도 한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의 경우, 바이러스가 수막염에만 국한한다면 해열제나 수액치료와 같은 대증요법만으로도 대부분 저절로 호전된다. 다만 뇌실질에 염증이 있을 때는 이른 시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한다.

뇌수막염은 사람의 대변이나 침과 같은 분비물을 통해 전파되므로 늘 위생에 유의해야 한다.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은 물론 뇌수막염이 유행할 때는 바깥나들이도 줄이는 것이 원칙이다. 무엇보다 사후약방문이 돼서는 안된다. 증상을 유심히 관찰해 설령 감기라고 할지라도 미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병을 키우지 않는 지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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