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박지훈 기자
  • 입력 2020.07.18 07:20

강병원 민주당 의원 "주택 종류 불문하고 세제혜택 전면 폐지하라"
비현실적 주장 채택되면 월세 급등 불가피…대부분 종합건설사 폐업 가능성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송파구 문정동 일대. (사진=카카오맵)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송파구 문정동 일대. (사진=카카오맵)

[뉴스웍스=박지훈 기자] 정부·여당이 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의 철회를 추진하는 가운데 시장관계자들은 이 같은 정책이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임대사업자에게도 적용될 경우 신규 임대주택 공급 축소, 임대료 상승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임대사업자의 세제 감면 혜택을 축소키로 하고 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를 위해 임대사업자에게 제공 중인 건강보험료 감면(최대 80%) 혜택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당초 정책 취지와 다르게 다주택자의 갭투자로 이어졌다는 판단 아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번 대책에 따른 세제 혜택 축소는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일반적으로 빌라)은 기존 혜택을 유지하게 됐지만 일부 여당 의원들은 모든 종류의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정부가 부동산 시장안정화를 위해 임대주택사업 등록제도를 개정키로 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이번 대책은 반쪽짜리”라면서 “주택종류를 불문하고 전면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등록된 임대주택 160만호 중 아파트는 40만호에 불과하고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은 총 120만호로 다수를 차지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다세대주택과 연립주택을 짓는 종합건설사와 해당 임대사업자들은 “현실을 너무 모른다. 우리를 적폐로 몰고 가면 서민만 더 힘들어 질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 정부에 협조하며 임대주택 보급·안정화 기여"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모든 종류의 임대주택에 대한 혜택을 폐지하자는, 비현실적인 주장에 당혹해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의 주택공급물량 확보에 기여했더니 이제 와서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강남 다세대주택 임대사업자 A씨는 “정부는 1990년대 후반 형식상 단독주택인 다가구주택에 세금을 많이 매길 수 없었고 주택공급물량을 늘려야 하는 목표도 있어 다가구주택 보유자가 다세대주택 건물을 지어 임대하면 세제 혜택을 줬다”며 “현재 비아파트 임대사업자들은 아파트로 임대사업을 하는 사람과 다르게 오래 전부터 정부에 협조에 임대주택 보급과 안정화에 기여해왔는데 어떻게 이제와서 투기 적폐 세력으로 취급을 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오히려 양도 시세 차익은커녕 은행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익률만 보고 있다는 게 사업자들의 설명이다. 다른 임대사업자 B씨는 “현 시가 60억원에 달하는 강남 토지에 20여년 전 다세대주택을 올려 연 1억8000만원의 수익을 보고 있다”며 “명목 수익률은 3%지만 세금 떼면 2%대로 내려가는데, 은행이자보다 조금 더 벌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0년 당시 보증금 2000만원에 100만원 내외 월세를 받았는데, 올해 같은 보증금에 월세 120~130만원을 받고 있다”며 “기준시가는 10배 이상 급등한 데 반해 실제 월세는 거의 오르지 않았음에도 아파트를 통한 임대사업자 대신 우리가 뭇매를 맞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비아파트 임대사업자 혜택 줄면 공급 줄고 임대료 오를 수도

아직 임대주택으로 등록된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에 대한 세제 혜택은 아직 폐지되지 않았지만 현실화된다면 임대료 급등이 우려된다.

서울 강남 소재 종합건설사 B본부장은 “아파트외 주택종류에 대한 세제 혜택 폐지는 해당 임대사업자들의 형편을 극도로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과태료 처분이 있더라도 임대료 인상 규제(연 5% 초과 금지)를 어기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1인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년의 주거비 부담으로 연결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인중개사 C씨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전세 원룸이 많았던 한성대, 성신여대에 이제 전세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며 “여기서 다세대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빼앗는다면 월세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예상했다.

종합건설사의 업황도 어둡다. 국내 1만1000개의 종건사 대부분이 다세대주택이나 연립주택 건설을 주업으로 삼고 있지만 해당 주택에 대한 혜택 폐지가 실현되면 신규 입대사업자가 크게 줄어들고 종건사는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임대주택 공급량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업계는 여당 일부 의원들의 임대사업자 혜택 전면 폐지 주장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 임대사업자들로 하여금 임대주택을 팔게 만들면 정부가 그 토지와 건물을 사들여 공공임대사업을 하지 않겠냐는 추측이다.

B본부장은 “임대사업자들이 무거운 세금을 버티지 못하고 팔면 결국 이를 가져갈 곳은 정부밖에 없다”며 “여당 일각에서 혜택을 전면 폐지하자는 말이 나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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