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0.07.20 05:10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대부분 20대 중후반서 30대 초반으로 구성…젊은 구성원 잠재력 믿어”
“동네 맛집 검색부터 실종된 강아지 찾기까지…내 주변서 일어나는 정보 알 수 있는 기능 강화”

뉴스웍스와 인터뷰하는 허홍범 당근마켓 전략팀장. (사진제공=당근마켓)
뉴스웍스와 인터뷰하는 허홍범 당근마켓 전략팀장.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지난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해 올해 17살이 된 ‘중고나라’는 꽤 오랜 시간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독점해 왔다. '중고거래는 곧 중고나라'라는 등식과 함께 '중고로 팔아야지'란 말 대신 '중고나라에 올려야지'라는 말이 입에 붙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요즘 중고거래 시장은 달라졌다. 중고나라가 여전히 가장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매서워지면서 판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가히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할 정도다.

가장 눈에 띄는 샛별은 ‘당근마켓’이다. 중고거래 앱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 중고거래 시장'을 꽉 잡았다. '당근하다(당근나라에 중고 물건을 내놓는다는 의미)'란 신조어도 생겼다. 지난해까진 번개장터·중고나라와 경쟁하는 듯하더니 올해 들어 체급이 달라졌다. 지난 3월 기준 당근마켓의 월 사용자수는 466만명으로 중고거래 앱 2위 번개장터보다 3배 이상 많다.

일간 사용자로 비교하면 성장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4월 기준 당근마켓의 일 사용자 수는 약 156만명으로 중고거래 앱은 물론 전체 쇼핑 앱 중 2위에 올랐다. 당근마켓의 위에는 쿠팡(약 397만명) 밖에 없다.

이용자 거래액도 크게 늘었다. 지난 5월 당근마켓 이용자들의 거래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총 거래액이 7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허홍범 당근마켓 전략팀장을 만나 당근마켓의 성장 동력과 향후 구상을 들어봤다.

◆ "대학교 3학년부터 78년생까지 재밌게 일한다"

허 팀장은 당근마켓의 급성장 동력으로 가장 먼저 젊은 구성원들을 꼽았다. 당근마켓은 갓 5년 차에 접어든 젊은 기업이다. 구성원들도 젊다. 대부분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구성됐다. 가장 어린 인턴은 현재 대학교 3학년이고, 최연장자는 78년생인 김용현 대표다. 허 팀장도 올해 처음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그는 “당근마켓은 에너지와 파이팅이 있는 젊은 구성원들을 선호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구성원들의 잠재력이 경력직들의 노련함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고 평가했다.

‘재밌게’ 일하는 것도 성장비결 가운데 하나다. 허 팀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당근마켓 구성원들은 일을 '재미있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는 "당근마켓 구성원들은 일을 재밌게 하고, 좋아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 동료들을 보면 동기부여가 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충돌도 긍정적으로 보인다”면서 “이것이 보이지는 않지만 회사의 중요한 자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당근마켓 사무실. (사진제공=당근마켓)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당근마켓 본사. (사진제공=당근마켓)

◆ 지역 기반 생활 플랫폼이 궁극적인 목표

당근마켓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생활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허 팀장은 "당근마켓은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시작했지만, 최종 목표는 처음부터 커뮤니티 플랫폼이었다”며 “커뮤니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빠른 성장세를 이끈 성공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당근마켓의 당근은 '당신의 근처'를 줄인 말이다. 이름 그대로 당근마켓은 인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직거래 위주로 굴러간다. 거주지 반경 6㎞ 이내에 있는 동네 이웃들끼리만 거래할 수 있다. 이용자가 적은 시골의 경우 최대 15㎞까지 거래를 허용하지만, 이웃과의 직거래란 원칙은 분명히 한다.

'제약이 많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다. 찾는 물건이 있어도 반경 6㎞ 안에 판매자가 없으면 살 수 없다. 이용자가 극도로 적은 지역의 경우엔 제약이 커진다.

하지만 반대로 이러한 점이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중고거래를 불신하던 이용자들이 당근마켓에 모였다. 경쟁 플랫폼들과 달리 직거래 기반이라 상대적으로 사기 위험이 적다. 벽돌만 담긴 택배가 오거나, 돈 떼일까 봐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거래 매너도 좋은 편이다. 생판 남이 아닌 동네 이웃과 거래이기에 낯붉힐 일은 자제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래서일까, 당근마켓 이용자의 거래 만족도는 99.4%에 달한다. 허 팀장은 이러한 결과를 "동네 기반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당근마켓의 다음 목표는 지역 기반 생활 플랫폼이다. 단순한 중고거래 플랫폼을 넘어서겠다는 뜻이다.

"최근 강아지를 잃어버린 고객이 당근마켓을 통해 강아지를 찾았습니다. 이는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방향입니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동네 정보를 알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해 평생 모르고 살 수 있는 동네 맛집, 가게들을 당근마켓을 통해 알게 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힘주어 말하는 허 팀장의 말에는 당근마켓이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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