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0.10.08 18:05

'말모이' 정신 이은 '조선말 큰사전 원고'도 보물 지정예고

'말모이 원고'. (사진제공=문화재청)
'말모이 원고'. (사진제공=문화재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최초의 우리말 사전 원고인 '말모이 원고' 등 한글사전 2종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다.

문화재청은 제5차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 결과 '말모이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3호)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국가등록문화재 제524-1호, 524-2호) 등 2종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 두 한글사전이 일제강점기라는 혹독한 시련 아래 국민적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대한민국 역사의 대표성과 상징성이 있는 문화재로서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말모이 원고'는 학술단체인 '조선광문회(朝鮮光文會)'가 주관해 한글학자 주시경과 그의 제자 김두봉·이규영·권덕규가 집필에 참여해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사전 '말모이'의 원고다.

'말모이'는 말 그대로 말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의미로, 오늘날의 사전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주시경과 제자들은 한글을 통해 민족의 얼을 살려 나라의 주권을 회복하고자 '말모이' 편찬에 매진했다.

'말모이 원고' 집필은 1911년 처음 시작돼 주시경이 사망한 1914년까지 진행됐다. 본래는 여러 권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금은 'ㄱ'부터 '걀죽'까지 올림말(표제어)이 수록된 책만 전해지고 있다.

주시경의 사망 이후인 1916년 김두봉이 '말모이 원고'를 바탕으로 문법책인 '조선말본'을 간행하기도 했으나 김두봉이 3·1운동을 계기로 일제의 감시를 피해 상해로 망명하고, 이규영도 세상을 떠나면서 원고가 정식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조선어학회의 '조선말 큰사전' 편찬으로 그 명맥이 이어지면서 우리말 사전 간행이 본격적으로 이뤄지는데 결정적인 디딤돌이 됐다.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에 대해 "현존 근대 국어사 자료 중 유일하게 사전 출판을 위해 남은  최종 원고라는 점, 국어사전으로서 체계를 갖추고 있어 우리 민족의 독자적인 사전 편찬 역량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자료라는 점, 단순한 사전 출판용 원고가 아니라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글을 지키려 한 노력의 산물이라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의의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한글 설명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한글 설명 부분. (사진제공=문화재청)

이번에 보물이 되는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한글학회의 전신인 조선어학회에서 1929~1942년의 13년간 작성한 사전 원고의 필사본 교정지 총 14책이다.

'말모이 원고'가 출간 직전 최종 정리된 원고여서 깨끗한 상태라면 '조선말 사전 원고' 14책은 오랜 기간 다수의 학자들이 참여해 지속적으로 집필·수정·교열 작업을 거쳤기에 손때가 묻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조선말 사전 원고'는 1942년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됐다가 1945년 9월 8일 경성역(현 서울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어 이를 바탕으로 1957년 '큰 사전'(6권)이 완성되는 계기가 됐다.

문화재청은 '조선말 큰사전 원고'에 대해선 "식민지배 상황 속에서 독립을 준비했던 뚜렷한 증거물이자 언어생활의 변천을 알려주는 생생한 자료로서, 국어의 정립이 우리 민족의 힘으로 체계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실체"라고 강조하며 "한국문화사와 독립운동사의 매우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대표성·상징성이 있고, 역사·학술 가치가 충분히 인정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보존·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어학회의 한글사전 편찬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조선어학회의 한글사전 편찬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 등 2종 4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중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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