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1.09 08:0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미래 모빌리티로 성장 기회 선점해야"…SK, 소재·그린·바이오·디지털 집중 육성

 

아이오닉에서 출시 예정인 차량 3종 이미지컷.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아이오닉에서 출시 예정인 차량 3종 이미지컷.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언뜻 보면 미사여구로 채워놓은 듯한 기업의 신년사는 따지고 보면 꽤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한 해 기업 운영 방향과 과업, 실행방안까지 담기 때문이다. 한 단어도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신년사에 언급된 키워드는 크든 작든 새해 해당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알린다. 소설로 따지면 복선인 셈이다. 뉴스웍스는 올해 재계 총수들이 신년사에 깔아둔 주요 복선 중 '신성장 동력', 'ESG경영', '고객 가치 경영', '건설사 대응'에 대해 네 편의 시리즈로 다루고자 한다.

[뉴스웍스=김남희·이숙영 기자] 올해 재계 신년사 첫번째 키워드는 신성장 동력이다.  

특히 많은 기업들이 '수소', 'AI', '모빌리티'를 신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한화,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제조업 중심 기업들은 환경 규제 강화로 수소 사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이동통신 3사 등 IT·통신업계는 5G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혁신에 나서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복합 분야인 미래 모빌리티는 제조업과 IT 기업 모두의 공통된 화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진=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미래 모빌리티, 항공우주, 그린수소 에너지,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 신산업을 통해 미래 성장 기회를 선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모빌리티 사업을 핵심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제시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에 한화그룹이 앞으로 관련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한화시스템이 최근 모빌리티 관련 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는 등 그룹의 모빌리티 사업 기반을 다지고 있다. 

수소 사업은 계열사인 한화솔루션이 관련 기업 투자 및 수소 생산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등 앞장서서 추진 중이다.

한화그룹 계열사 한화생명은 지난 4일 디지털 금융 솔루션 사업 확대를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를 통해 디지털 신기술 기반의 솔루션 신사업·전략적 투자를 추진할 신사업부문과 미래 신사업 전략을 발굴·수립할 전력부문을 신설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루어지는 한 해"라며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합하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표했다. 

현대차그룹이 강조하고 있는 4대 미래 사업은 전기차, 수소차, UAM, 자율주행이다. 이원희 현대차 사장도 지난달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 네 가지 사업을 핵심 미래 경쟁력으로 꼽았다. 

현대차그룹은 특히 2021년을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분야 기술 마련 및 시장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올해에는 지난 12월 공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을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 첫 모델인 '아이오닉5'를 출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최근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를 발표하며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차 사업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또 반도체 분야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몸집을 불리며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이밖에도 신사업으로 UAM 제품군 및 생태계 구축,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한 로보틱스 사업 진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   

장동현 SK㈜ 사장. (사진제공=SK㈜)
장동현 SK㈜ 사장. (사진제공=SK㈜)

장동현 SK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을 4대 성장 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고 투자 생태계를 구축해 빠르게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사장은 "반도체·배터리 영역은 고부가가치 첨단 소재 중심의 생태계를 강화하고, 기존 에너지 사업 역량을 활용해 수소 시장을 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바이오 영역은 전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그룹 전체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SK의 지주사를 비롯한 각 분야 관련 계열사들은 4대 성장 동력 육성을 위한 활로를 마련하고 있다. 

우선 최태원 SK 회장이 유독 공들이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지주사인 SK가 앞서서 관련 분야 투자를 늘리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첨단 소재 사업 육성을 위해서는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인텔 낸드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수소 사업 진출의 발판으로 그룹 에너지부문 계열사 SK이노베이션, SKE&S에서 '수소사업추진단'을 꾸렸고, 지난 7일에는 미국 수소 회사 '플러그파워'에 1조6000억원이라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바이오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가 현재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코스피 상장을 통해 회사 가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 7월 상장한 SK바이오팜은 활발히 신약 개발 및 출시에 나서고 있으며 SK팜태코도 의약품 위탁생산(CMO)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4일 열린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4일 열린 '2021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의 미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이차전지 소재사업을 가속화하고, 중장기 수소 사업화 로드맵을 수립했다"며 "급변하는 미래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고성장과 리더십 확보가 가능한 차세대 신성장 사업으로 그린&모빌리티 선도 신사업을 중점 육성하자"고 밝혔다. 

신년사에서 제시한 것처럼 포스코는 현재 이차전지소재 벨류체인을 구축한다는 방침 아래 리튬, 니켈, 흑연 등의 이차전지 핵심원료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먼저 대규모의 리튬이 매장된 아르헨티나 염호를 확보했으며, 향후 호주 등의 흑연 광산에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다. 또 친환경 고순도 니켈 제련 공정을 개발해 니켈 생산을 추진키로 했다. 

다른 미래 성장동력인 수소 사업과 관련해선 2050년까지 수소 생산 500만톤 체제를 구축해 수소사업에서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수소 벨류체인을 구축해 수소 전문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로, 세부적으로는 향후 수소를 활용한 철강 생산 기술 '수소환원제철공법'을 개발하고 '수소환원제철소'를 구현해 철강 분야의 수소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4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박정호 SK텔레콤 CEO가 4일 SK텔레콤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2020년 SK ICT 패밀리 신년인사회'에서 신년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SKT)

SKT, KT, LG유플러스 등 3대 이통사는 '탈통신'을 외치며 신성장 동력 찾기에 나섰다. 주력인 통신 산업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방침이다.  

먼저 SKT는 'AI 빅테크' 기업을 표방하며 AI 사업을 키우는데 주력하고 있다. 박정호 SKT 사장은 신년사에서 "AI가 회사의 모든 업무와 대고객 서비스의 혁신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며 AI의 전방위 확산을 강조했다.

지난 7일에는 박정호 사장 직속으로 별도 운영했던 AI 조직을 회사 주력 사업부인 이동통신사업부(MNO) 산하로 옮겼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SKT 전 사업 분야와 AI 조직이 융합되도록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SKT는 SK브로드밴드, 11번가 등의 자회사를 통한 투자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모빌리티 사업부를 자회사로 분리시키며 '티맵모빌리티'를 출범해 화제가 됐다. SKT는 티맵모빌리티를 통해 택시·대리 운전, 공유주차, 하늘을 나는 '플라잉카'까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노린다.

구현모 KT 대표가 2020 KT인상 시상식에 앞서 올해의 주요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구현모 KT 대표가 2020 KT인상 시상식에 앞서 올해의 주요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구현모 KT 대표는 신년사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 Digico)으로 전환해 고성장 신사업에 도전할 준비를 마쳤다"며 올해를 기점으로 탈통신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KT는 ABC(AI·Big data·Cloud)를 중심으로 한 탈통신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9개 산학연 기관과 협력해 'AI 원팀'을 조성하고 19개 기관과 '클라우드 원팀'을 꾸렸다. 

특히, AI 원팀은 지난 7일 첫 연구 결과로 딥러닝 음성합성, AI 기반 로봇 고장 진단 기술 등 신기술 4종을 선보이고, 이를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또한 KT는 GS리테일과 손을 잡고 디지털 물류 사업에도 나선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물류 데이터를 융합 및 분석하고 최적화된 물류 환경을 조성한다. KT는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AI 물류 최적화 플랫폼를 다른 유통 기업·산업까지 확대 적용해 사업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황현식 LGU+ 사장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신년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황현식 LGU+ 사장이 영상메시지를 통해 신년메시지를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LG유플러스)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컨슈머사업에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고객의 데이터를 통해 광고·구독형서비스 등 연관사업으로 확장하고, 스마트팩토리·자율주행 등의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확보해 사업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LG유플러스는 VR·AR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아이돌live', 'U+ 아이들나라' 등 다양한 콘텐츠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올해는 이를 광고·구독형 서비스로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스마트팩토리의 경우 LG전자 창원공장과 GS 스마트발전소를 구축하는 등 스마트팩토리 래퍼런스를 확보한 바 있다.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5G와 결합한 다양한 스마트팩토리를 구현해 낼 방침이다. 

자율주행은 LG유플러스에서 꾸준히 관심을 드러낸 분야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서울시 상암 5G 자율주행 지구에서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주차할 수 있도록 하는 5G 기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시연식에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5G 자율주차를 통해 차량의 무인 픽업-주행-주차로 이어지는 일련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 기반이 완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미래 먹거리로 자율주행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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