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16.04.20 14:40
1991년 MBC가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 포스터다. 한국 드라마의 해외 시장 개척에서 큰 역할을 한 작품으로 꼽힌다.

한국의 남성들

가방을 싸서 한국에 몰려온 일본 중년 여성들은 그들의 두둑한 지갑을 한국에서 일제히 열어젖혔다. 당시 명동이 갑자기 일본 아줌마 타운으로 변모했다는 점은 명동 상인들이 제일 잘 안다. 참고로 명동은 일제 강점기 ‘혼 마치’라고 불리던 일본인 중심지였다. 일본 아줌마들이 처음 와서 전국 여러 곳을 여행하고, 한국의 맛을 음미하고, 막걸리와 소주를 마시고, 원초적인 차원에서의 한국을 발견하고 나서는, 그 다음 원했던 것은 역시 한국의 남성이었다.

한국에 온 이유는 우선적으로 한류 스타들을 만나 그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그들과 사적인 만남을 갖고, 그들과 사귀고 싶어 했던 것임은 부인할 수 없다. 적극적이며 열렬했던 일본 아줌마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 제일 앞자리를 차지했다. 일본에서 티켓을 파는 일본 기업과 일본 아줌마들의 자금력이 만들어 낸 조화였다.

그러나 그렇게 악착같이 한류 스타들을 따라 다녀도, 그들과 사적인 만남을 이룰 수 있었던 일본 아줌마들은 극히 드물다. 한류 스타 류시원을 만나고 싶어 한국에서 장시간 체류하던 한 일본 아줌마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자 류시원의 사진을 가족에게 전송하고 난 뒤 사라지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그 행방을 지금까지 알 수가 없다. 관계자들은 그 일본 여성 (타나하시 에리코라고 언론에 보도)이 혹시 자살하지 않았나 추측하고 있다.

일본의 한류 팬들 사이에 멋진 젊은 남자는 ‘이케멘’으로 일컬어진다. 멋지다는 일본말 ‘이케테루’와 남자의 영어 ‘맨’이 합쳐진 일본어다. 이케멘을 찾아 한국에 온 한류 여성들은 심지어 일본에서 <한국드라마 공식 가이드 북: 미남(이케멘)이군요>라는 시리즈 책도 발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한국에서 이케멘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필자가 인터뷰한 일본 한류 팬 한 명은 다음과 같이 고백했다.

“한국의 K-pop에 빠져 아이돌 가수와의 만남을 위해 수십 번 한국에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만날 수 없었는데, 같은 일본 친구가 귀띔을 해 주었습니다. 서울의 한국 유명 대학에 있는 한국어 강좌 코스에 등록해서 유학생 신분으로 학교에 등교하면서, 젊은 대학생 이케멘과 만나라고요. 정말 그렇게 했더니, 이제 내 남자 친구가 생겼습니다.”

 

한국의 여성들

실질적으로 일본의 여성 한류 팬들 중에는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에 빠져 한류 팬이 되었다고 고백하는 사람들도 많다. 필자가 일본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을 때 일본 아줌마들이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면, 으레 “왜 한국에는 미인이 많아요? 왜 한국 여성들의 피부는 그렇게 고와요?”라고 질문했다.

정말 놀랍게도 한국의 여성들은 과거 30년 동안 세계가 알아주는 미인으로 변하고 있다. 우선 신장이 커졌다. 현재 한국 여성들의 평균키는 161.9cm로 전 세계에서 스위스 다음으로 14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 수치는 15위의 캐나다보다 높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과 중국은 각각 18위 (158.8cm)와 23위 (158.6cm)를 차지하고 있다. 아무리 성형이 발달하더라도 키는 수술로 그 수치를 높일 수 없다. 전 세계 여자 신장 15위중에 한국만이 유일한 동양국가이다.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유일하게 12위에 올라 있다.

이 부분에서 일본이나 중국여성들은 결코 한국여성들을 따라 올 수 없다. 최지우, 이영애, 카라, 소녀시대, 크레이용 팝 등 한류 여성 아이돌들이 일본, 중국, 동남아, 유럽 여성 팬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와 동경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기에다가 미백색의 피부를 자랑하는 한국여성들은 성형을 통한 얼굴 미세조정을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으로 꼽힌다고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니다. 유전자, 경제발전에 따른 적절한 영양소 공급, 그리고 의료기술의 3박자로 이룬 쾌거(?)다. 여기에다가 철저한 다이어트를 통한 몸매 관리에서도 한국 여성은 전 세계의 다른 여성들에 비해 월등한 초능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이케멘이 아니더라도, 한국의 아름다운 여성들과 사귀고 싶어 한국에 오는 일본 아줌마들도 많다. 어찌 보면 슬픈 이야기일 수도 있다.

 

게스트 하우스

“서울 마포경찰서는 마포구 서교동의 B게스트하우스에서 일본 여성 관광객이 성폭행을 당해 수사에 나섰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일본인 관광객 A씨(45·여)는 한국 관광을 하기 위해 입국한 뒤 6일 게스트하우스 업주의 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2012년 5월 19일 동아일보에 실린 기사다. 게스트 하우스는 일본 여성 한류 팬들의 메카이자 보금자리였다. 일본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와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필자의 한 제자도, 우연히 어머니가 보유하던 한식 가옥을 개조해 일본인 관광객 상대의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했다. 처음 오픈한 2002년에는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욘 사마가 떴던 2004년부터 갑자기 게스트 하우스에는 일본 아줌마들이 밀어 닥쳤다.

그 후로 북촌의 한옥 집 상당수는 게스트하우스로 탈바꿈해 관광 한국의 새로운 터줏대감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 중년 남자들이다. 일본 한류 아줌마들이 한국 남자들을 존경심으로 바라보기 시작하자, 한류와 전혀 관계없는 뭇 중년남성들이 일본 아줌마들을 마치 성노리개로 착각하고 덤벼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 남성들에 의해 성 착취를 당했던 일제 강점기 한국의 젊은 여성들과, 현대의 일본 한류 팬 아줌마들이 서로 위치를 바꾼 듯한 상황으로 발전한 것이다. 중년의 일본 남성과 젊은 한국여성의 관계가 식민지 시대와 그 뒤의 풍속도였다면, 한류 풍속도는 중년 한국 남성과 중년 일본 여성 간의 원치 않는 성폭행으로 발전하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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