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한익 기자
  • 입력 2021.03.12 19:30

[뉴스웍스=이한익 기자]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이 코스피 시장에서 5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24일부터 12일까지 약 14조5000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석달째 쏟아내는 매도물량에 동학개미(개인 투자자)들은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연기금은 증시의 대세상승 막는 행위 중단하라', '국민연금 대량 매도 이유가 궁금하다', '당장 국내 주식 매도를 중지하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해체해달라’와 같은 제목의 글이 연이어 올라온다. 

이들의 요구에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인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리밸런싱(자산배분) 문제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서 검토해 다음 기금 운용위원회에 보고하겠다"며 수습에 나섰다.

직접적인 행동에 나선 곳도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권익을 대변한다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4일 전북혁신도시 소재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앞에서 규탄 시위를 벌인 바 있다.

한투연은 "국민연금이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며 "지긋지긋한 박스피를 벗어나 13년만에 봄이 찾아온 국내 주식시장에 차디찬 얼음물을 끼얹는 연속 매도 행태는 동학 개미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중기배분계획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들끓는 여론에 금융감독원은 최근 연기금 자금을 받아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주요 자산운용사에 '지난해 11월부터 최근까지 연기금의 순매수·순매도액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자금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며 중단되기는 했지만 금감원의 자료요청이 기금운용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논란을 일으켰다.

기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국내 증권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연기금의 주식 매도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도 일정부분 맞다. 이에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최장 기간 순매도를 이어가는 국민연금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당분간 국민연금의 순매도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국민연금은 2025년까지 국내주식 비중을 전체 자산의 15%까지 줄이는 중기자산배분계획에 따라 국내주식을 팔고 있다. 국민연금의 올해말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운용자산의 16.8%이지만 지난해말 비중은 21.2%(176조7000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올해 목표 비중까지 낮추려면 연말까지 24조원어치를 팔아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 177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줄어들어 2057년에는 고갈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금부터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주식을 중기자산배분 계획에 따라 꾸준히 매도해야만 충격을 줄일 수 있다. 늦장을 부리다가는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특히 미리 비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일시에 주식을 내다 팔면 주식시장의 쇼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결국 국민연금 가입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피해로 이어진다.

현재 국민연금에는 2200만명이 가입되어 있고 운용 자산은 750조원, 연금수급자는 500만명이다. 국민연금은 전체 가입자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 것이다. 코스피가 3000선을 넘어서고 주식투자 열풍에 대다수 국민이 뛰어들고 있다지만 이익집단의 논리에 휩쓸려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기관이 아닌 국민 노후 보장을 돕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국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중장기계획에 맞춰 투자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야만 국민의 노후가 보장되고 국민 모두가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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