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3.15 19:50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

정신의학과 조아랑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최근 몇몇 연예인들의 잇따른 고백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공황장애는 극심한 불안감과 함께 다양한 신체적 발작증상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질환이다. 공항장애의 원인은 대부분 복합적이다. 증상도 개인에 따라 다양하고,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등은 내과 증상과 유사해 진단이 쉽지 않다. 실제 많은 환자가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등 여러 진료과를 거치다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게 된다.

공황발작을 한번 겪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 환자로 확진하는 것은 아니다.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환자가 이를 두려워하며 그 공포를 회피하려는 반응을 보일 때 비로소 공황장애로 진단된다. 예컨대 발작을 경험했던 환자는 비슷한 상황과 장소, 즉 사람들이 붐비는 극장이나 지하철, 다리 위와 같은 특수 상황을 벗어나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인다.

이러한 공황장애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공황장애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60% 넘게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0만5210명이던 환자가 2019년엔 16만955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4만2707명(24%)으로 가장 많았고, 10대 환자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학업이나 직장생활,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황에서 오는 극심한 스트레스가 배경으로 짐작된다.

원인은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유전적 요인이나 신경생물학적 또는 심리적 요인 등이 서로 연결돼 공황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정신역동적 이론을 바탕으로 내적 분노와 갈등을 꼽기도 하고, 신체 감각에 대한 학습효과가 불안·민감성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사소한 자극을 위험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잘못 인식해 증상의 방아쇠 당긴다는 이론도 설득력이 있다. 예컨대 심장이 빨리 뛰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이 아닌가’라는 잘못되고 과장된 인지적 해석이 공황발작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선 이들 환자의 불안증상을 확인하고, 불안 수준 및 불안이 환자의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다. 또 공황장애 환자는 자살 위험성이 높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치료 초기단계부터 자살 위험도를 함께 확인한다. 예측할 수 없는 발작증상에 대한 두려움, 공포,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불안과 우울감을 높이고, 이러한 기분이 지속되면 자살 시도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의 과거력이나 현재 증상의 양상과 발생시기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신체검진 및 검사를 시행한다.

공황장애는 넓게 보면 불안장애에 속한다. 따라서 치료의 원칙은 불안을 줄이는 것이다. 이와 함께 공황발작 대처능력을 키우고, 공황발작을 유발하는 요인들을 파악해 건강한 방식으로 적응하도록 돕는다. 특히 환자 개개인에 맞춰 증상조절에 효과적이고 선호도가 있는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공황장애에 대한 정신교육을 제공해 질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치료는 불안을 줄이고, 자율신경계 항진을 조절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장기적으로도 내적긴장과 불안을 줄이며, 재발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

다음으로 인지행동치료는 환자의 협조가 관건이다. 환자는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치료에 참여해야 하며, 병원에는 치료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약물치료를 거부하거나 부작용이 심한 경우, 임신 등 약물사용이 어려울 때 선택해 볼 수 있다. 심한 불안, 초조는 보이지 않으면서 인내심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따르는 환자들이 잘 치료된다.

환자 면담은 그 자체로 정신치료에 해당한다. 이때 인지행동치료적 기법을 활용해 환자의 공황증상을 줄이고, 자기 조절감을 높이는 데 초점을 두고 면담을 시행할 수 있다.

이러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는 함께 진행해야 효과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의 신뢰를 통한 면담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힘겨운 공황장애도 결국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오랜 임상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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