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4.02 19:20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입시'에 있어 공정성과 형평성의 확보는 해당 학교와 교육부에서 바로 조사함으로써 해결해야 할 사안이지 법적인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될 성질의 것은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인 조민 씨의 입시부정 의혹과 관련해 차정인 부산대 총장은 지난 30일 "만약 조민의 입시 부정이 확실하게 되면 부산대도 보호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현재 항소심을 다투고 있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부인이자 조민 씨의 어머니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지난해 12월 23일 1심 법정에서 입시비리에 관한 한 모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 교수의 딸인 조민 씨의 단국대·공주대 인턴확인서의 내용이 허위이며 서울대 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도 허위이고 호텔 인턴 수료증도 허위일 뿐만 아니라 KIST 인턴증명서를 실제보다 부풀려 허위내용을 기재한 것이 모두 밝혀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확인서도 허위이고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한 사실도 충분히 인정되며 조민 씨가 동양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것도 허위로 판정받았다. 이에 더해 정경심 씨 아들의 상장 직인부분을 복사한 뒤 딸인 조민 씨의 표창장을 출력해 위조한 것도 모두 인정됐다.

이 같은 사실 때문에 정경심 교수는 '업무방해·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허위작성 공문서 행사·위조 사문서 행사·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사기·사문서 위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현재까지도 교도소 생활을 하고 있다. 

비록 3심에서의 최종판결은 아니지만, 조민 씨의 입시비리에 대해 법원은 '유죄'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쯤되면 조민 씨에게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해서 조민 씨의 대학 학위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무죄추정의 원칙은 이런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사회에서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법원 판결에 의하지 않고, 관련 증거가 나온 즉시로 입학이나 졸업 취소 조치 혹은 퇴학조치가 내려져왔기 때문이다. 이는 입시비리는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사회정의 차원에서 해당 학교나 교육부가 내리는 조치였다는 얘기다. 

이와 유사사례에 있어서도 사법적 판단이 아닌 해당 학교나 교육부 차원의 징계가 내려졌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정유라 씨는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지 약 2달 만에 대학 입학이 취소됐다. 지난 2016년 9월 2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됐고 같은 해 10월 28일에 교육부는 이화여대에 대한 특별감사 착수를 발표했고 결국 그해 12월 2일 이화여대는 정유라의 입학을 취소했고 12월 5일 서울시교육청은 정유라의 청담고 졸업까지 취소했다. 불과 71일만에 고교 졸업까지 일사불란하게 정리된 것이다. 

지난 2018년 7월 '숙명여자고등학교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 때도 교육청은 1달여의 기간 동안 자체 감사를 실시했고 2018년 8월 29일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특별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결국 숙명여자고등학교 학교법인 명신여학원측은 그해 11월 30일 쌍둥이 자매에 대해서는 퇴학조치를 내리고 같은 해 12월 17일에는 쌍둥이 자매의 아버지를 교무부장직에서 파면 처리했다. 이와 관련된 재판의 3심은 2020년 3월 12일에 나왔지만, 입시비리 혐의로 인한 퇴학조치는 이미 해당 사건이 일어난 그 해에 6개월 정도 만에 내려진 것이다. 

반면 조민 씨의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것은 2019년 8월말이었고 그해 8월 27일에는 검찰이 부산대 등에 압수수색을 들어갔고 2020년 12월 23일에는 조 씨의 입학 스펙 7가지가 모두 허위로 판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4월 2일 현재까지 약 2년 가까이 조민 씨에 대해서 입학취소나 퇴학조치가 내려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민 씨와 관련된 부산대와 고려대 측에서 조민 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으면서 내세우고 있는 논리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니 할말이 없다.

어불성설이다. 정유라 씨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의 사례에서 보듯이 학교 측에서 조민 씨에게 아무런 징계조치를 취하지 않는 근거가 될 수 없어서다. 우리사회에선 적어도 입시비리는 증거가 나타나기만 하면 바로 징계돼왔고 또한 그런 조치에 대해 사회적으로 당연하게 여겨왔던 게 사실이다. 입시비리는 결코 법적 판단의 범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민 씨에게 3심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가 '비논리'일 수밖에 없다. 

'입시비리'에 대해서는 곧바로 조치해야 한다는 것은 또 다른 측면에서 살펴봐도 금방 답이 나온다. 예를 들어, 대학입학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어떤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치자. 그 학생이 진짜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3심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그 학생의 시험 성적은 그대로 인정해주다가 3심 법원의 판단이 내려져야만 그제서야 부정행위자라고 판단을 내릴 것인가.

그렇지 않다. 현실은 '그 상황이 일어난 그 순간' 바로 징계조치가 내려지고 그것에 대해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지 않는다. 법정에서 민사상 다툴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암묵적 동의'의 사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조민 씨의 입시와 관련해 교육부의 '입시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조사 지시'는 늦어도 많이 늦었다. 이에 더해 고려대와 부산대가 그동안 조민 씨에 대해 취해왔던 '무죄추정의 원칙'도 명백히 잘못된 적용이다. 우리사회에서 '입시비리'는 그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법적 판단을 통해야만 징계 조치를 내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교육부와 해당 각급 학교에서 바로 조치를 취했어야 마땅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조민 씨에 대한 징계조치는 하루 속히 내려져야 한다. 지금 당장 조치한다 해도 이미 너무 많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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