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09 21:00

가장 큰 원인은 '부동산'…잘못된 대북 인식부터 공정·젠더 이슈 등도 '反민주당'에 영향
"이번 선거는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차악'이기에 뽑아”

지난 7일 진행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이 확정되자 꽃다발을 들고 기쁨을 표하고 있다. (사진=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 7일 진행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가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공정성 문제 등 실책이 이어지며 불리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할 것은 2030 청년층들의 향방이었다. 특히 그간 선거철마다 '가장 결집력이 약한' 계층으로 여겨졌던 20대, 그 가운데서도 '20대 남성'의 표심이 '캐스팅 보터'(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투표자)라 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지난 7일 오후 8시 투표 종료 이후 공개된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대(18·19세 포함)의 서울시장 후보 지지율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최종 당선) 55.3%,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34.1%로 나타났다.

2018년 6월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 출구조사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20대의 지지도가 60%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는 20대에게서 8.8%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고, 당시 바른미래당 후보로 나섰던 안철수 현 국민의당 대표는 19.7%의 지지를 얻었다.

불과 3년 사이 20대의 여야 지지도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가장 흥미로운 지표는 20대 남성이다. 20대 남성의 72.5%가 오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는 73.3%의 60세 이상 여성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준이다. 흔히 '젊은 층은 진보'라는 인식을 완전히 깨고 청년 남성들이 대거 보수 진영에 자신의 표를 던졌다.

◆1번은 역시 '부동산', "결혼 앞두고 살 곳이 없어…재개발도 희망한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선거권을 행사한 20대 남성들은 이러한 기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오 후보 지지 이유에 대해서는 당연히 부동산 문제가 거론됐다. 직장인 A씨(29)는 "국민의힘이 맘에 드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다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가 '정권 심판'이 돼야 한다는 말에는 동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민주당을 곱게 볼 수가 없는 게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 얘기를 하고 있다. 둘 다 돈을 모은다고 모으고 나름 열심히 결혼을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괜찮은 집을 구하기가 정말 말도 안 되게 어렵다"며 "그 와중에 뉴스를 보면 대통령이든 장관이든 뭐 자기들 정책이 효과가 있다, 만족스럽다하는 게 화가 안 날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취업준비생 B씨(26)도 부동산 문제를 언급했다. B씨는 "현재 살고 있는 동네가 너무 낡았다. 대학 시절 자취를 한 잠깐을 제외하면 평생을 이 동네에서 살았는데 변화가 없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시급한데 박원순 때는 그런 얘기가 제대로 나온 적이 없지 않나. 선거 전에 민주당 쪽이 '오세훈이 되면 서울은 공사판이 된다'고 하던데 제발 공사판이 돼서 동네가 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정권과 엮인 서울시장 선거…20대 남성 대북 인식, '反 민주당'에 영향 줬나

직장인 C씨(26)는 이번 선거를 '정권 자체'와 결부시키며 현 정부의 기조, 특히 대북관계를 언급했다. C씨는 "민주당이든 정부든 제일 맘에 안 드는 건 북한에 절절맨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직전에도 북한이 미사일 쏜 것 갖고 그놈의 '발사체' 표현을 쓰지 않나, 또 북한이랑 같이 올림픽을 한다고 하지 않나 기가 찬다"며 "2015년 GOP에서 군 복무를 했었는데, 그때 다 알다시피 목함지뢰 사건이 터졌었다. 그때 실제로 유서를 쓰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긴장을 하다 보니 이 북한이란 존재의 위험성을 뼈저리게 느꼈는데, 지금 정부가 북한에 하는 걸 보면 정말 가증스럽다고 느껴진다"고 질타했다.

C씨의 주장대로 20대 남성들의 반(反) 민주당 정서에는 북한 문제가 빠질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90년대에 태어난 20대 남성과 30대 초반 남성들은 '나도 군대에에 가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던 청소년 시기와 직접 군 복무를 할 때 북한의 도발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2015년 DMZ 목함지뢰 폭발 사건 등의 영향을 본인이 직접 겪거나 가까운 친구·지인들이 겪은 것을 지켜봤기 때문에 현 정부와 여당의 대북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성별 갈등' 등 젠더 이슈도 민감…"남녀차별을 우리 세대가 한 건가"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공정성과 젠더 이슈도 20대 남성 급선회의 이유가 됐다.

대학생 D씨(24)는 "부모님 세대나 그 위로 올라가 보면 세대 갈등이나 지역 갈등이 대부분이었지만, 우리 세대는 '성별 갈등'이 가장 큰 것 같다"며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체로 나라 전체가 성별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갈라치기'가 우리들(20대 남성)한테는 좋은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성가족부라는 말도 안 되는 부처가 있고 뉴스만 봐도 온갖 여성 단체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기들 권리를 주장하고 그만큼 혜택을 받고 있지 않나"며 "분명 옛날 한국에서는 여성 차별이 있었지만 그러한 현상이 2021년이 지금도 만연해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여성 차별은 우리가 아닌 윗세대에서 주로 일어났던 일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90년대나 2000년대초까지만 해도 분명 남녀차별은 많았다"며 "그런데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20대 남성)가 어떤 차별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남녀차별을 실제로 했던 이들이 이제 사회를 이끄는 권력층이 되니 죄책감을 덜려고 아무런 힘이 없는 우리에게 책임을 같이 뒤집어씌우는 거라는 억하심정까지 들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아버지께서 '조국 아니라 미안' 농담…민주당이 모든 힘 다 갖고 있는 느낌"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불공정 문제들도 언급됐다. 대학원생 E씨(29)는 여권 인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을 지적했다.

그는 "언젠가 한 번 뉴스를 보는데 아버지가 농담이라는 듯이 '조국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하신 적이 있다"며 "이제 대학까지 졸업해서 '입시 비리'라는 것에 전보다는 무감각해진 듯하지만 뉴스에 나오는 온갖 특혜 의혹 같은 걸 보면 박탈감이 들기도 한다. 거기에 정부의 뻔뻔하고 안일한 대응까지 이어지니 어이가 없고 화가 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원성훈 기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진=원성훈 기자)

E씨는 이러한 이슈들에 더해 '민주주의가 원활히 돌아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서는 "지금 여당인 민주당이 180석을 차지하고 검찰개혁·사법개혁 맨날 말하는 것처럼 사법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당초 서울시장 포함해서 지자체장들도 거의 다 차지하고 있었다"며 "민주주의는 어느 한쪽에 과도하게 힘이 쏠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당이 모든 힘을 다 갖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한 점에서도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아닌 후보가 이겼어야 한다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20대 남성 대부분의 공통 의견은 2가지였다. 먼저 이번 재보궐선거를 그저 '서울시장'을 뽑는 것이 아닌 '정권 자체에 대한 선거'라는 의식하에 임했다는 것과 오 후보를 지지하긴 했지만 국민의힘이 좋아서가 아니라 '차악'이기에 뽑았다는 의견이다.

이번 서울·부산 재보궐선거는 1년여를 앞둔 대통령 선거의 '전초전'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20대 남성이 국민의힘에 강력한 지지를 보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경우 국민의힘 또한 다시 한번 선거로 '심판' 받을 가능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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