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09 15:12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 (사진제공=서울경찰청)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이른바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24)이 사건 발생 일주일 전부터 스토킹 대상이었던 큰딸과 다른 가족들까지 살해할 수 있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지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9일 김 씨를 서울북부지검으로 송치한 뒤 이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피해자 중 큰딸 A씨와 지난해 11월 온라인 게임을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후 게임 내 채팅 및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지난 1월 초경 실제로 만남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김 씨는 이때부터 A씨와의 만남을 이어가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씨와 A씨는 1월 중순에는 단둘이 만났고, 1월 23일엔 게임에서 알게 된 다른 지인 2명을 포함한 4명이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김 씨와 A씨는 말다툼을 벌였고, 이튿날인 1월 24일 A씨가 김 씨에게 더이상 만나지 말자고 통보하며 김 씨를 수신 차단했다.

이후 김 씨는 A씨의 주거지를 찾아가거나 타인의 휴대전화, 공중전화 등을 이용해 지속적으로 연락을 취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경찰에 "A씨가 연락을 차단하고 받지 않고 만나려 하지 않는 데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껴서 살인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사건 발생 일주일 전인 3월 16일경부터 A씨를 살해할 마음을 갖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씨는 살인을 계획한 뒤 평소 사용하지 않던 아이디로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여 자신임을 숨기고 A씨에게 접촉해 A씨의 근무 일정 등을 파악했으며, 이를 통해 A씨가 지난달 23일 근무한다는 사실을 알게 돼 구체적인 범행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건 당일인 지난달 23일 김 씨는 범행 장소인 A씨의 자택 인근 PC방을 들렀다가 인근 마트에서 흉기를 훔쳐 A씨의 집을 방문했다. 당시 김 씨는 택배기사로 위장했고, 이에 A씨의 여동생이 문을 열자마자 집 안에 들어가 여동생을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김 씨는 A씨의 어머니와 A씨가 차례로 집에 돌아오자 이들을 모두 살해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를 살해하는 데 필요하다면 가족들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피해자들을 모두 살해한 뒤 범행 장소에서 자해를 시도하고 음료를 마신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한 A씨의 휴대전화에서 자신과 A씨의 공통 지인들을 모두 삭제·차단하기도 했다.

김 씨는 범행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범행 현장에서 자해한 상태로 경찰에 발견됐다. 경찰은 김 씨의 병원 치료 이후 그를 체포영장을 집행했으며, 김 씨에게 살인·절도·주거침입·경범죄처벌법(지속적 괴롭힘)·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침해) 위반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이날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이 이번 사건을 '스토킹 범죄'로 규정하긴 했으나 스토킹범죄처벌법이 올해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김 씨에게 적용되진 못했다.

이번 사건은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임종필 부장검사)가 맡게 되며,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 씨는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