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1.04.10 07:00

재건축 규제 완화는 중앙정부 협조없인 불가능…일부 재건축단지 집값 폭등 우려도 딜레마
이은형 "민간이란 공급주체가 공공과 함께 주택공급 양대 축으로 제시된 것은 긍정적 신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방송'을 보다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7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개표 방송'을 보다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소감을 얘기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승리하며 10년만에 서울시 수장으로 귀환하는 오세훈 시장이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약속하면서 서울 주택시장에 공급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승리는 집값상승·전세대란·세금폭탄 등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발과 광명 신도시 투기 사태를 통해 발생한 부동산 민심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어 오 시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시장은 이러한 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재건축·재개발 정상화 등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서울 시의회가 시정 첫 날부터 '견제구'를 날리고 있어 오 시장의 부동산 정책이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오세훈,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로 5년간 18만5000가구 공급…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도 준비

지난 8일부터 시정 업무를 시작한 오 시장은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시민의 기대에 힘입어 압승을 거둔 만큼 '속도감 있는 주택 공급'에 방점을 찍고 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의 1호 공약은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주택공급 활성화로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주거지역 용적률 규제, 한강변아파트 35층이하 규제 등 1년 내 서울시 도시계획 규제를 혁파하고, 재건축·재개발 정상화로 5년간 18만5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실제 이 공약으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강남·여의도·목동·광진 등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 주민들의 높은 지지를 얻기도 했다. 그는 선거기간 동안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민간)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확 풀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오 시장은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뿐만 아니라 '장기전세주택 시즌Ⅱ 상생주택'을 통한 공급도 약속했다. 5년동안 7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무주택자에게 저렴하게 집을 공급하는 민간토지임차형 공공주택이다. 

장기전세주택 정책은 오 시장이 지난 2007년 서울 시장 시절 추진한 사업이었던 만큼 무난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5년간 총 7131억원의 재원을 투입한다.

다만 재건축 규제 완화의 경우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재건축 4대 장애물이라고 할 수 있는 안전진단강화, 실거주 2년 지위양도불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은 서울시장의 단독 권한으로 풀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민간 정비사업 규제완화에 호응하면 공공주도개발 동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간의 정책기조를 뒤집는 모양새가 된다. 더욱이 주택 인허가권을 가진 서울시 협조 없인 공공주도 개발을 원활히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진통이 예상된다.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서울의 아파트 (사진=뉴스웍스DB)

규제완화와 집값 폭등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서로 윈윈하는 정책 나와야

일각에선 오 시장이 빠르게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확대해도 집값을 자극할 경우 자신을 시장으로 만든 '부동산 민심'이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오 시장 당선이 유력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압구정, 여의도, 목동 재건축 시장이 요동친 바 있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차(전용 245㎡)는 지난 3일 80억원에 손바뀜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2·4 부동산 공급대책 이후 현금청산 우려에 급랭했던 강북권 노후 빌라값도 오세훈표 '강북권 도시발전' 공약이 나오자 재개발 기대감으로 한달 새 수천만원이 뛰었다.

다만 급격한 집값 상승은 주거 사다리가 끊긴 서민·청년층을 자극할 우려가 있어 시장 재선은 물론 2022년 대권 도전까지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시장이 요구하는 규제완화와 집값 사이에서 정책 딜레마에 빠질 수 있는 지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시장도 취임 후 인터뷰에서 "재건축과 관련해 신속하지만 신중한 추진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오 시장은 "너무 서둘러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많이 하면 주변 집값을 자극, 시민에게 누를 끼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값을 자극하지 않고 공약했던 재건축 규제 완화를 하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규제 완화 정책을 반대하는 현실의 벽도 높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긴급 편성하고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9일에는 일정에 없던 녹실회의(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임대차신고제에 대해 논의했다. 부동산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다시 한번 알린 것이다.

물론 정부로서도 2·4대 공급대책안에 포함 된 서울 도심 32만호를 공급하기 위해선 서울시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등의 인허가권자가 서울시장이기 때문이다. 정비계획 수립 이후 사업계획 수립과 통합 심의 과정에도 서울시 공무원이 참여하게 된다. 사실상 서울시가 움직여주지 않는다면 2·4대책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오 시장과 정부 모두 대립을 지양하는 만큼 무조건적인 배제보단 절충점을 찾아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 시장은 앞서 후보 시절 "시의원과 구의원들도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최대한 자주 대화하면서 견해차를 좁히겠다"며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서민 주거안정이라는 지향점은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주택공급은 행정절차상 중앙정부와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모두 단독으로 할 수 없다. 상호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면 양측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서로 원하는 것을 얻는 실리를 택할 필요가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민간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도 공공이 참여하는 길을 열어두고, 공공의 기능을 어드바이저와 컨설턴트로 한정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며 "민간정비사업에서 고질적인 문제는 동일하다. 조합장(조합임원 등)이 비리를 한다든가, 공사과정에서 민간조합이 공사원가 등을 검증할 능력이 없는 등의 이유로 건설사에 휘둘리는 것을 조심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공공이 참여해서 민간정비사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면, 이것도 우리 사회에는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제언했다. 

이 연구원은 "공공주도의 주택공급계획은 중산층 이하수요에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건 곧 대형평형과 고가아파트 시장은 커버하지 못할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을 민간정비사업의 몫으로 맡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공공주도공급과 크게 충돌하지는 않지만 결국 강남재건축이 되는거라서 이 부분은 정말 양쪽의 합의가 꼭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원은 "선거공약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 하기에, 공급주택의 규모보다도 종전까지 민간정비사업을 억제하고 공공위주의 주택공급이 부각되었던 것에서 오 시장의 등장으로 민간이라는 공급주체가 공공과 함께 주택공급의 양대 축으로 제시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