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13 20:10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신희섭 교수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뇌경색과 뇌출혈 중 어느 쪽이 초응급질환일까.

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뇌출혈 쪽에 손을 들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물론 뇌출혈 역시 급격히 올라가는 뇌압을 떨어뜨려줘야 하는 응급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뇌경색이 뇌출혈보다 치료에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뇌혈관이 막히면 시시각각 뇌세포가 죽기 때문에 3시간 안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거나 시술에 들어가야 뇌세포의 괴사를 막을 수 있다. 따라서 생명과 후유증을 좌우하는 ‘골든타임’이 적용되는 질환이 바로 뇌경색이다.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질환을 통칭한다. 뇌혈관이 막히면 허혈성뇌졸중(뇌경색), 뇌혈관이 터지면 출혈성뇌졸중(뇌출혈)으로 부른다.

뇌졸중이 치명적인 것은 생명은 물론 영구손상에 의한 기능적 마비와 같은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흔히 나타나는 증상은 팔·다리 마비, 감각 이상, 한쪽 얼굴마비로 인한 얼굴 비대칭, 발음장애 및 언어장애, 두통, 어지럼증, 구역 및 구토 등이다. 하지만 장애의 종류와 깊이는 뇌 어느 부위의 혈관이 얼마나 막히거나 터지느냐에 달려 있다. 

과거에는 뇌경색 보다 혈관이 터지는 뇌출혈 환자가 훨씬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전체 뇌졸중 환자의 60~70%가 뇌경색 환자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뇌출혈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9만9811명인데 반해 뇌경색 환자는 50만3241명으로 5배 이상 많다.

뇌경색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생활습관병에서 비롯된다. 혈관에 쌓인 노폐물(죽상경화증)이나 부정맥, 심부전 및 심근경색 후유증으로 혈전이 발생해 혈관을 떠돌다 뇌로 들어가 혈관을 막는다.

뇌경색은 ‘시간이 생명’이다. 1~2분을 다투며 혈전을 녹이는 용해제를 정맥 투여해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 조건이 있다. 출혈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는 용해제를 투여할 수 없다. 또 최근 큰 수술을 받았거나, 혈소판 수치가 낮아 지혈이 안 되는 경우, 과거 뇌출혈 경험이 있는 경우, 수축기 혈압이 185 이상일 정도로 혈압관리가 어려운 환자도 제외된다. 보통 절반 정도의 환자에게만 혈전용해제 치료가 가능하다.

나머지 환자들은 혈관내 혈전제거술로 치료한다. 최대 8시간(경우에 따라 24시간)까지 혈관내치료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다.

혈관내 치료란 사타구니를 2~3㎜ 절개해 대퇴동맥에 도관을 넣어 혈관을 막은 혈전을 빼내는 시술이다. 시술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한 번에 혈관을 뚫어야 하므로 정확하고 숙련된 의료진에게 시술받는 것이 중요하다.

혈전을 제거하면 환자 상태는 극적으로 회복된다. 편마비가 풀려 정상적으로 걷고, 어눌한 발음이 똑똑해지게 된다. 또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눈동자가 생기를 되찾기도 한다.

혈관내 치료는 허혈성뇌졸중과 출혈성뇌졸중 환자 모두가 대상이다. 최근에는 급성뇌경색 치료에 혈관내 치료가 표준치료법으로 자리를 잡았다. 대한뇌혈관내치료의학회의 자료에 의하면 2019년 한 해에만 3500여 건의 급성뇌경색 환자에게 혈관내 치료가 적용됐다.

출혈성 뇌졸중도 출혈을 일으킨 혈관 이상 부위에서 재출혈이 발생하지 않도록 혈관내 치료를 한다. 특히 지주막하출혈을 유발하는 뇌동맥류는 혈관내치료인 코일색전술로 출혈을 막는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뇌졸중은 대부분 전조증상이 없다. 하지만 일부 환자에선 운(?) 좋게도 전조증상이 나타난다. 만약 이 같은 초기증상이 있다면 신속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우선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물건을 들고 있다가 떨어뜨릴 정도로 팔다리에 힘이 빠진다’, ‘감각이 떨어진다’, ‘얼굴이 마비되거나 감각 이상’, ‘발음이 어눌하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극심한 두통’, ‘어지럼증’ 등이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음주, 과로, 수면부족 등이 고위험 요인이므로 위의 전조증상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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