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4.14 15:09

방역당국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 아니어서 실제 효과 있을 지 의문"…법적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 높아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 발표 후 일부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관련 제품 품절이 잇따랐다. 14일 쿠팡에서 판매 중인 대다수 불가리스 제품들도 현재 임시 품절된 상태다. (사진=전다윗 기자)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저감 효과가 있다는 남양유업 발표 후 일부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관련 제품 품절이 잇따랐다. 14일 쿠팡에서 판매 중인 대다수 불가리스 제품들도 현재 임시 품절된 상태다. (사진=전다윗 기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발표에 주가가 오르고 관련 제품들이 품절되는 등 시장이 발 빠르게 반응했지만,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은 실질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마케팅에 코로나19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서울 중구 청파로 LW컨벤션에서 열린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남양유업 측에 따르면 불가리스는 충남대학교 수의대가 진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 연구에서 77.8%의 바이러스 저감 효과를 보였다. 원숭이 폐 세포에 배양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불가리스를 투여해 저감 효과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으며, Modified ASTM E1052-11 분석 방법을 적용했다. 

남양유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발효유 제품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연구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기존 제약과 의학계 중심의 백신, 치료제 개발이라는 통념적 영역을 벗어나 안전성이 확보된 식품 완제품에서 항바이러스 및 면역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발견한 점"이라며 "발효유가 생명공학의 결정체로 새로운 식품 발전 방향의 전환점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발효유의 잠재적 가치에 대한 발견과 함께 세부 작용기작에 대한 과학적 입증을 앞으로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발표에 주식시장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1년 넘게 지속된 코로나19에 대한 피로감이 반영된 결과다. 13일 남양유업 주가는 전날 대비 8.57% 상승하며 장을 마감했고, 이날 장 초반에도 전 거래일 대비 주가가 20%가량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부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불가리스 품귀' 현상까지 생겼다. 실제로 이날 쿠팡 등 온라인 몰에서 판매하는 불가리스 제품이 다수 품절된 상태다. 

이에 대해 방역당국은 난감해 했다. 불가리스가 실제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 해당 연구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 얻은 결과로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다. 실제 효과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회의적 입장을 내놨다. 정부 예방접종피해조사반 자문위원인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코로나19 약물 연구를 여러 번 했다. 결과를 이렇게 발표하면 안 된다. 전 세계적으로 세포나 실험관 안에서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수백 개가 넘는다. 그러나 그중 실제로 인체에 효과가 있었던 약물은 거의 없었다. 이렇게 회사에 직접 지원을 받은 실험 결과를 기자회견까지 하며 대서특필하는 건 올바른 과학자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심어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양래 생물학 박사도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인 비트로(in vitro, 시험관내에서 실험하는 상황) 실험에서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효과가 인 비보(in vivo, 생체 내에서 실험하는 상황) 상황에서도 유효할까는 다른 이야기다. 또 다른 수많은 실험을 해야 하며,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케팅에 코로나19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 소비자에게 '불가리스를 마시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는 오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자체 연구 결과를 정확한 설명 없이 발표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법적인 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번 발표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표시광고법에 따르면 식품이 질병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 행위를 할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혐의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자본시장법은 타인의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필요한 중요사항의 기재 또는 표시가 누락해 재산상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행위를 금하고, 이를 부정거래로 본다. 

남양유업 측은 그저 학술적 성과를 발표했을 뿐이란 입장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최근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불가리스가 세포단계 실험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알렸다. 발표와 이후 나온 관련 자료집에서도 세포단계 실험이라고 명시했다"며 "인체 효능에 관한 문의에는 임상시험 전이라 단정을 지어 얘기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관련 내용이 자사 통제를 벗어나 재확산되는 과정에서 오해가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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