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4.16 18:30

소비자단체 "오비맥주·서울장수, 이익 많이 내면서 주세 인상폭보다 과도하게 올려"

카스와 장수생막걸리. (사진제공=오비맥주, 서울장수)
카스와 장수 생막걸리. (사진제공=오비맥주, 서울장수)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주류 가격 인상을 두고 업계와 소비자 사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주류 업계는 "올해 주세가 올라 출고가 인상은 필연적"이란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가격 인상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받는 자영업자들은 불매운동까지 감행하며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주세 인상폭에 비해 주류 가격이 과도하게 오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맥주시장 점유율 1위 오비맥주는 지난 1일부터 일부 제품의 출고가를 인상했다. 유흥업소 전용 제품인 카스프레시, 카스라이트, 오비라거, 카프리 등 330㎖ 병 제품과 생맥주(20ℓ·케그 제품), 1ℓ·1.6ℓ 페트 제품의 가격을 평균 1.36% 올렸다. 일반 가정에서 많이 구매하는 캔 제품과 500㎖ 병 제품은 가격 인상 품목에서 제외했다. 

이에 따라 카스프레시·카스라이트 330㎖ 병 제품의 출고가는 11.50원 오른 857.47원, 케그 제품 출고가는 413.85원 오른 3만 844.30원, 카프리 330㎖ 병 제품 출고가는 15.04원 오른 1121.12원, 카스 페트 1ℓ 제품은 32.42원 오른 2409.67원, 카스 페트 1.6ℓ 제품은 51.75원 인상된 3846.46원으로 결정됐다.

막걸리 업계 1위인 서울장수도 최근 '장수 생막걸리' 출고가를 120원 올렸다. 이로 인해 소매판매점 공급가가 기존 980원에서 1200원으로, 최종 소비자가는 1100원에서 1500원으로 인상됐다. 

맥주와 탁주 업계 1위 기업들이 밝힌 가격 인상 이유는 '세금'과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이다 지난해부터 주세법이 개정되며 맥주·탁주에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가격(종가세)에서 용량(종량세)으로 바뀌었다. 다만 기존처럼 종가세를 유지하는 소주 등의 주류가 역차별당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세율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반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맥주와 탁주 주세는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0.5%를 반영해 각각 4.1원, 0.2원 올랐다. 

상대적으로 주세 인상폭이 적은 막걸리는 주재료인 쌀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쌀 가격은 전년과 비교해 20% 이상 폭등했다. 서울장수 관계자는 "15년간 원가 인상 요인을 내부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쌀값은 물론이고 포장재, 유통비용 등 다양한 원부자재의 복합적 비용 상승에 따라 부득이하게 인상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애주가들은 주류 가격 '도미노 인상'도 우려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업계 1위가 가격 인상을 결정하면 경쟁사들도 연이어 동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가격 인상 여파를 직격으로 맞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마트협회, 한국소비자연맹,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소속 자영업자들은 최근 국회 앞에 모여 주류·생필품 출고가 인상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주류 업계의 가격 인상이 "코로나19 사태로 고통을 겪는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두 번 죽이는 칼날이 되고 있다"고 규탄했다.

유흥업소·단란주점 업주들은 맥주 가격 인상에 반발해 이달부터 '오비맥주 보이콧'에 나섰다.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한국단란주점업중앙회 등은 오비맥주가 출고가 인상을 철회하기 전까지 무기한 불매운동에 돌입한다. 이들은 오비맥주가 유흥업소 전용 제품 위주로 가격을 인상한 것은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을 오롯이 유흥·단란주점에 떠넘기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단체들은 주류 가격 인상을 두고 "대기업들이 주세 상승을 빌미로 기업 이익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주류 업체들이 건실한 실적을 내고 있음에도 주세 인상폭보다 더 큰 폭으로 가격을 올리는 것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최근 5년 사이 매년 20~3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고, 서울장수도 최근 5년간 연평균 11.3%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관계자는 뉴스웍스와 통화에서 "주세에 따라 술의 가격이 변동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매년 높은 영업이익률을 거두는 상황에서 주세 인상폭과 비교해 과도하게 오르는 주류 가격을 보면 이것이 올바른가 의문이 생긴다. 이때다 싶어 올리는 듯한 느낌도 든다. 해마다 술 가격을 소비자물가상승률만큼 올릴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업계 1위 업체들의 가격 인상은 후발 업체들의 연이은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더 위험하다. 코로나19 등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행위를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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