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4.17 08:40

이태근 마이아트뮤지엄 대표 "큰 크기로 220여점 작품 다시 제작"
윤석화 큐레이터 "왈칵했거나 위로 받았던 순간들 타인과 공유"

윤석화 큐레이터가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서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윤석화 큐레이터가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서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스타워즈·기생충' 등의 유명 영화를 그림으로 재창조한 작품을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게 됐다. 

맥스 달튼(Max Dalton)이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에 의해 그림으로 재해석돼 서울 강남구 마이아트뮤지엄에 전시됐다. 그의 유명한 대표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Grand Budapest Hotel)이라는 작품도 만나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태근 마이아트뮤지엄 대표이사(관장)는 16일 "단일 작가의 작품으로 이런 전시회를 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이 열린 '서울 강남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만난 이 대표는 "여기 전시된 작품들은 모두 맥스 달튼의 작품들"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20년 간 꾸준히 대중문화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일러스트 작품을 발표한 '맥스 달튼'의 전시회는 16일부터 7월 11일까지 약 90일 간 개최된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와의 만남에서 "이 작품들은 모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비행기로 직접 공수해왔다"며 "다른 사람들은 설령 이런 전시회를 열고 싶고 직접 맥스 달튼과 연결이 돼 있다해도 경제적 채산성이 맞지 않아서 열고 싶어도 못 연다"고 자랑했다.

이어 "본인 소유의 전시장을 갖고 있으니까 이런 전시회가 가능한 것이지 만일 예술의전당 등을 임차해 전시회를 연다고 하면 비용 부담이 너무 커서 개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원래 맥스 달튼의 작품들은 대부분 40㎝×60㎝ 정도 크기의 작품들인데 그런 작품을 그냥 전시하면 전시용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내가 주장해서 맥스 달튼이 전시회용에 맞게 모두 큰 사이즈로 다시 제작했다"고 귀뜸했다.

맥스 달튼(Max Dalton)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작품중에서 대표적인 '단면'을 그린 작품 중의 하나다. (사진=원성훈 기자)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작품중에서 대표적인 '단면'을 그린 작품 중의 하나다. (사진=원성훈 기자)

특히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된 '웨스 앤더슨 컬렉션'과 '웨스 앤더슨 컬렉션: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연이어 출간되면서 그의 이름이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게됐다. 그는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들 외에도 '스타워즈', '메트로폴리스' 등 SF영화와 80~90년대 장르 영화들을 모티브로 해 섬세하고 정교한 구조속에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는 총 220여점의 작품을 아우르는 맥스 달튼의 최대 규모 개인전으로 맥스 달튼이 독창적 일러스트로 표현한 영화의 순간들이라는 주제로 기획됐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 영화 '기생충'과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도 선보였다. 총 5부로 주제와 공간을 나누어 전시한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 모티브'만이 아닌, '비틀즈', '밥 딜런'같은 음악계의 거장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그린 LP커버 동화책 일러스트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16일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대표작 중의 하나다. (사진=원성훈 기자)
서울 강남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16일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대표작 중의 하나다. (사진=원성훈 기자)

이번 전시는 크게 5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졌다. 각 공간의 테마는 '1부 우주적 상상력, 2부 우리가 사랑한 영화의 순간들, 3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그리고 노스탤지어, 4부 맥스의 고유한 세계, 5부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구성해 '볼거리를 다양하게 구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도슨트 투어(docent tour)'를 진행한 윤석화 큐레이터는 이 전시회의 특징에 대해 "이번 전시를 빌어서 꼭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어렵고 고상한 예술을 감상하자는 게 아니라 맥스 달튼이라는 사람이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왈칵했던 순간, 혹은 굉장히 위로를 받았던 이 순간을 혼자만 누리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슨트(docent)'란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뜻하는 말이다. 도슨트(docent)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 'docere'에서 유래했다. 1845년 영국에서 처음 생긴 뒤, 1907년 미국에 이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고 우리나라에는 1995년에 도입됐다.

그는 "나누는 수단이 어떤 언어가 아니라 그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인 '그림'이라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해달라"며 "그의 언어를 우리가 좀 알아듣기 쉽게 크게 네 가지로 나눠봤다"고 말했다.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3D 입체화면의 '2001 SPACE ODYSSEY' 작품이다. 작품의 바로 옆에는 관람을 편히 할 수 있도록 3D안경도 구비해놨다. (사진=원성훈 기자)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3D 입체화면의 '2001 SPACE ODYSSEY' 작품이다. 작품의 바로 옆에는 관람을 편히 할 수 있도록 3D안경도 구비해놨다. (사진=원성훈 기자)

그러면서 그는 이 전시회에 출품된 작품들의 네 가지 큰 특징에 대해 설명했다. 

첫째는 '보드게임'을 연상시키는 작품에 대한 해설이다. 그는 "보드게임 형태로 만들어진 작품들을 보실 수 있는데, 그는 이런 형태의 그림들을 통해 '모험이라는 것은 도착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도달하기까지의 과정 그 요소 하나하나가 더 중요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일례로 '소울'이라는 영화를 보면 주인공이 맺지 못한 꿈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쳤던 순간, 끝내 이뤄낸 그 꿈의 순간보다 매일의 그의 인생에 스며들었던 그 음악 자체가 그의 인생의 전부였던 것처럼 도착하는 순간이 중요한 게 아니라 하루하루를 이루고 있는 그 과정이 중요하구나하는 말을 전하기 위해 이 보드게임의 형태를 빌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단면으로 표현한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는 "영화의 사건이 일어나는 장소의 건물을 잘라서 건물의 단면을 표현한 형태"라며 "드라마나 영화의 흘러가는 그 순간의 장면을 똑같이 그리는 게 아니라 이 영화가 끝나도 이 등장인물들이 인형의집 같은 이 공간 속에서 끊임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만 같은 공간을 그렸다. 우리가 영화를 봤는데 '아 이게 뭐였더라'라며 시간을 들여서 다시 관찰하게 하는 바로 그런 공간을 그린 것"이라고 피력했다.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의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작품 중의 하나다. 윤석화 큐레이터의 표현대로 '특정한 배경, 어떤 장소를 다 삭제하고 등장인물 1~2명을 배치하고 명대사를 한 문장만을 넣고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것은 딱 한줄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16일 서울 강남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에 전시된 작품 중의 하나다. 윤석화 큐레이터의 표현대로 '특정한 배경, 어떤 장소를 다 삭제하고 등장인물 1~2명을 배치하고 명대사를 한 문장만을 넣고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것은 딱 한줄로 표현한 작품'이다. (사진=원성훈 기자)

세 번째는 '영화속 등장인물들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도열돼 있는 그림'에 대한 설명이다. 그는 "전신상을 이렇게 똑같은 형태로 나열하고 있는 이 형태를 볼 수가 있는데 맥스 달턴은 이 형태를 통해 어떤 등장인물 한명이 다른 사람들보다 중요하게 묘사되는 것을 거부하고 싶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한사람 한사람이 같은 무게로 극중에서 얼마나 기여했는지 얼마나 잘생기고 예뻤는지의 여부로 갈리는 게 아니라 서로 동등한 무게로 등장인물들을 관람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는 메시지"라고 풀이했다.

마지막은 맥스 달턴의 표현 기법에 대한 해설이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 어떤 여정을 떠날지를 고민해봤고 여정속에서 만나게되는 장소들이 어떤 세세한 포인트를 갖고 있는지도 구상했다면 또 누구를 만날지도 고민해봤다면 그들이 어떤 목소리를 갖고 있을지도 생각해봐야 한다"며 "맥스 달턴은 특정한 배경, 어떤 장소를 다 삭제하고 등장인물 1~2명을 배치하고 명대사를 한 문장만 넣고 시간이나 장소에 대한 것은 딱 한줄로 표현함으로써 이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이 등장인물을 봄으로써 어떤 맥락에서 얘기하는지를 다시 고민하게 하는 포인트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왜 괜히 이 문장을 뽑아서 적어냈을까하는 궁금증을 유발하게 만드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 이런 형식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