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20 11:28
여성 징병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이 청년 민심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여성 징병'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여성도 징병대상에 포함시켜 주십시오'라는 청원글은 20일 오전 기준 10만명이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을 경우 정부는 공식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청원인은 "나날이 줄어드는 출산율과 함께 우리 군은 병력 보충에 큰 차질을 겪고 있고, 남성의 징집률 또한 9할에 육박하고 있다"며 "과거에 비해서 높아진 징집률 만큼이나 군 복무에 적절치 못한 인원들마저 억지로 징병대상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국군의 전체적인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성 또한 징집 대상에 포함하여 더욱 효율적인 병 구성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장교나 부사관으로 여군을 모집하는 시점에서 여성의 신체가 군 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는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청원인은 "현재는 예전의 군대와 달리 현대적이고 선진적인 병영문화가 자리잡은 것으로 알고 있고, 여성들도 이에 대해 인지를 하고 있다"며 "많은 커뮤니티를 지켜본 결과 과반수의 여성들도 여성에 대한 징병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평등을 추구하고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 비해 떨어지지 않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병역의 의무를 남성에게만 지게 하는 것은 매우 후진적이고 여성비하적인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여자는 보호해야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나라를 지킬 수 있는 듬직한 전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여성에 대한 징병제 도입을 검토해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 정부가 출범하며 청와대 국민청원이 탄생한 이후 여성 징병 관련 청원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올해에만 3개의 청원이 제기됐고, 지난 2020년에도 11개의 청원이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 또한 지난 2017년 올라온 여성 징병 촉구 국민청원에 대해 "재밌는 이슈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동의 수가 이렇게 빠르게 늘어나며 10만명을 넘어선 여성 징병 관련 청원은 이번 사례가 처음이다. 이는 이번 선거 이후 청년, 특히 20대 남성의 표심이 여권에서 완전히 돌아섰음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 징병 문제와 관련해 현행 병역 제도를 모병제로 전환하고, 성별에 관계없이 최대 100일간 의무적으로 기초군사훈련을 받는 '남녀평등복무제' 도입을 제시하기로 했다.

한 청년이 병역 판정 검사 중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MBC뉴스 캡처)
한 청년이 병역 판정 검사 중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MBC뉴스 캡처)

현실적인 문제도 여성 징병 문제를 진지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급격한 출산율 저하가 병역 자원 부족으로 이어지면서 현재 국군의 징집률은 이미 90%를 넘었고, 내년에는 98%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방부는 부족한 현역 입대 자원을 쥐어짜내기 위해 지난해 12월 현역 입대 기준을 대폭 확대했다. 국방부가 입법예고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 개정안에 따르면 당초 현역 부적합에 해당해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근무했던 과도한 과체중·저체중, 과도한 평발, 굴절이상(근시·원시), 문신 등이 있는 이들도 모두 현역 입영대상으로 전환된다.

한편 군 당국은 여성 징병 및 모병제 도입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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