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22 12:01

세브란스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팀 "기존 방식에 비해 출혈 등 부작용 적고 집도 시간도 빨라"

장 교수팀이 뇌수술 로봇장비인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다.
장 교수팀이 뇌수술 로봇장비인 카이메로를 이용해 환자의 뇌심부에 전극을 삽입하고 있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한 뇌전증(간질) 수술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장원석 교수와 소아신경과 강훈철·김흥동 교수팀은 뇌내 해면상 혈관종 진단을 받은 10살 김모 양에게 로봇을 이용해 뇌전증 발생 부위를 찾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22일 밝혔다.

김양은 얼마전 급작스러운 발작증상을 일으켜 뇌내 해면상 혈관종 제거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발작은 하루 3~4회로 더 심해져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약물치료를 받았지만 부작용으로 하루 종일 멍한 상태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마지막 수단으로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절제하는 수술 밖에 없었다.

장 교수팀은 뇌수술 로봇을 이용해 한 시간 반 만에 양측 뇌심부에 전극을 심고, 뇌전증 발생 부위를 정확히 찾아 제거했다. 김양은 현재 뇌전증 발작증상 없이 회복 중이다.

뇌전증은 뇌신경세포의 이상 발작으로 반복적인 의식소실과 경련, 인지기능장애 등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1%로 추정될 정도로 꽤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중 약물로 치료 되지 않는 환자는 25% 정도로 이들에겐 수술만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수술의 핵심은 정확하게 병소를 찾는 진단기술이다. 최근 등장한 것이 바로 입체뇌파전극삽입술이다. 뇌수술용 로봇을 이용해 두개골에 2~3㎜의 작은 구멍들을 뚫어 바늘 모양의 전극을 삽입해 병소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방식보다는 두개강내 전극 삽입술보다 전극 삽입에 따른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이 적고, 수술시간도 한 시간 반 정도로 짧다.

교수 팀은 “기존 방식은 두개골을 열고 판 모양의 전극을 뇌에 붙이는 방식이라 4~5시간이 소요되고, 수술에 의한 뇌출혈이나 마비, 언어장애 등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수술은 국내에서 개발된 로봇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반도체 로봇회사인 고영테크놀러지가 국내 최초로 뇌수술 보조 로봇수술 장비 개발을 시작했고, 장진우 교수팀이 임상연구 개발에 참여해 힘을 보탰다. ‘카이메로’로 명명된 이 로봇은 지난해 국내 임상허가를 획득해 국내 처음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됐다.

카이메로는 사전에 촬영한 환자의 CT와 MRI 영상정보를 활용한다. 여기에 실제 환자의 자세에 따른 위치정보를 참고해 수술할 부위의 위치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특히 뇌신경이나 혈관과 같은 위험한 부위를 피해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유도한다.

장 교수는 “이제 국내에서도 로봇기술이 접목된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법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의 삶의 질이 나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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