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22 14:09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김기표 교수팀, 망가진 말초혈관 살릴 수 있는 세포 찾아 효과 입증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분화시킨 뒤 탈수초화한 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수초화가 이뤄진 영상.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시험관 내에서 분화시킨 뒤 탈수초화한 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수초화가 이뤄진 영상.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다발성경화증’이나 ‘길랑-바레증후군’ 같은 난치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가톨릭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김기표 교수와 막스플랑크연구소 한스 쉘러박사 공동연구팀은 다발성경화증과 같은 면역계질환의 고질적인 수초(말초신경의 피막)의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세포를 찾아내고, 이를 증식하는 기술도 개발했다고 22일 밝혔다.

다발성경화증과 길랑-바레증후군은 모두 면역계질환이다.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항체가 자신의 몸을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는 질환이다.

이 질환의 특이한 점은 말초신경을 공격한다는 점이다. 말초신경은 피막으로 덮혀있는데 이를 항체가 공격해 벗겨버린다. 그렇게 되면 마치 전선의 피복이 벗겨진 것처럼 신호가 잘못 전달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상감각이나 경련·근력약화 같은 운동장애가 일어나는데, 이를 의학적으로 ‘탈수초화’ 현상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이러한 탈수초화를 막는 기술들이 선보이긴 했다. 이른바 수초 형성을 도와주는 ‘희소돌기아교세포’를 만들어 주입하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 희소돌기아교세포로 분화하는 희소돌기아교전구세포 생산방식이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분화가 잘 안될 뿐 아니라 시험관 내 증식이 불안정해 환자 적용에 한계를 드러냈다.

김기표 교수(왼쪽)와 한스 쉘러 박사
김기표 교수(왼쪽)와 한스 쉘러 박사

이번에 김 교수팀이 개발한 방식은 접근 방법이 전혀 다르다.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대신 새로운 공여세포인 ‘혈관주위세포(pericyte)를 찾아낸 것. 이 혈관주위세포를 활용하면 희소돌기아세포로의 전환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요체다.

여기에 또 하나 추가된 연구성과는 과발현 기술이다. 이 세포에 Olig2, Sox10라는 전사유전자를 과발현시켜 세포전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즉 대량생산의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실제 실험실에서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는 시험관 내에서 안정적인 증식 뿐 아니라, 높은 효율의 분화능과 수초화를 보였다. 임상에 활용할 수 있는 치료기술로의 가치를 확보한 것이다.

김 교수팀은 이 모든 실험과정을 실험동물을 통해 입증했다. 탈수초화 한 실험쥐의 뇌에 혈관주위세포를 이식한 결과, 쥐의 뇌에서 수초화가 진행됐고, 직접교차 분화방법을 통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가 생산됐을 때 생겨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쉽게 표현해 전선의 벗겨진 피복이 복원돼 제대로된 신호전달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치료목적의 세포 생산을 위해선 좀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기술이 필요하다”며 “공여세포의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Cell Stem Cell’(IF:20.860) 4월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김 교수는 이 연구로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Biological Research Information Center)의 '한국을 빛내는 사람들'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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