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4.23 21:00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김어준 논란'을 지켜보면서 "바보야, 문제는 세금이야"라는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빌 클린턴 후보의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구호의 패러디 버전이다.

이른바 '김어준 논란'은 마치 실타래가 엉켜있듯 상당히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상식에 의해 쉽게 풀릴 수 있다. 먼저 '김어준 논란'을 정리해보면 결국은 '서울시민이 낸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느냐'라는 점으로 집약된다. 

'서울시민들의 혈세를 재원으로 한 TBS 운영자금의 집행과정에서 부당한 탈세 등은 없었는지'와 '서울시민들의 혈세가 지출됐는데 어째서 TBS 뉴스 진행자인 김어준에게 얼마를 어떤 계약으로 지급했는지 서울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느냐'는 등의 문제들은 모두 이런 질문에 귀속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서울시민들의 혈세로 운영하는 교통방송에서 왜 정치 방송을 하고 있느냐'는 비판 제기와 'TBS가 독립재단이라면 자신들 스스로 돈을 벌어서 운영해야 명실상부하게 독립한 것 아니겠느냐'는 등의 원칙론도 '혈세의 정당한 사용 여부'와 관계된 것이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김어준 씨 방송의 '정치적 편향성 여부'는 별도로 따져 볼 대목이다. 

'김어준 논란'의 핵심은 명백히도 '서울시민이 낸 혈세가 제대로 사용되고 있느냐'에 있다. 그런데 이 문제와 관련해 '범여권 인사들의 의도적인 논점 비틀기'가 눈에 띈다. 지난 15일 노영희 변호사(법무법인 강남)는 그의 페이스북 메시지에서 "김어준씨가 회당 200만원 받는 걸 뭐라 하는 건 뭔가"냐며 "방송이든, 회사든 수익을 내주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지급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라고 일갈했다. 

노 변호사의 주장을 요약하면 '김어준 씨가 TBS의 시청률을 높여준 사람인데 그에 대해 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무슨 문제냐'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는 '의도적인 논점 일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문제 삼는 것은 '김어준 씨에게 지급된 높은 급여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인 중에서 그 어떤 사람이 급여나 출연료를 받을 때 김어준 씨처럼 자기 명의의 법인을 만들어서 그 법인 계좌를 통해 받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어준 씨는 '주식회사 김어준'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그 회사 명의의 계좌로 급여(출연료)를 받아왔다고 알려졌다. 이런 형태로 소득을 얻게되면 소득세를 성실히 납부한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냥 급여를 받는 형태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규모의 세금 납부액 감소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남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남는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어준 논란'에 대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수많은 방송에 출연했지만 서면 계약서를 요구한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당연히 구두계약이었다"고 썼다. 이어 "사정이 이러함에도 유독 김어준에게만 서면계약이니 구두계약이니 문제를 삼는 이유는 무엇이냐"며 "김어준의 천재성 때문에 마이너 방송에 불과한 TBS 뉴스공장에 청취자들이 열광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도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몇 년 동안 TV조선, 채널A, MBN, MBC, SBS, KBS, JTBC 등 다수의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했지만, 계약서를 작성하고 출연하지 않았다"며 "관행상 전부 구두로 계약하고 처리했다"고 강조했다. 

정청래·김남국 의원은 두 가지 중요 요소를 간과했거나 의도적으로 덮었다고 생각된다. 첫째는 TBS의 모든 방송이 서울시민의 혈세가 재원이라면 그 모든 프로그램에 지원된 금액은 그 명목과 지출금액과 지출일자 등이 매월 혹은 매분기별로 서울시민들에게 낱낱이 공개돼야 마땅하다는 점이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1년 단위로라도 명백히 공개돼야 한다. 아주 작은 학교 동창회에서조차 그 조직이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다면 사용내역을 정기적으로 공개하는 것이 상식인 마당에 TBS처럼 연간 운영비가 수백억원에 달하며 그 재원이 서울시민들에게서 나온다면 더욱더 엄격하게 지출내역이 공개돼야 함은 당연지사다. 국민들은 바로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단순 출연자'에게는 구두계약을 통해 급여(출연료)를 지급할 수도 있겠지만 '고정 진행자'에 대해 구두계약을 통해 급여(출연료)를 지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행태라는 점이다.  

지난 2018년 10월 15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그 당시에 한창 문제삼았던 '비리 유치원 문제'와 관련해  다른 곳도 아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했다. 그는 유치원들을 겨냥해 "자기가 돈 벌어서 자기가 알아서 쓰는 거야 누가 뭐라 할 수 없는데 이거는 절반 가까이 국고보조비가 들어간다는거죠"라고 했더니 진행자인 김어준 씨는 "한마디로 말하면 감사받지 않고 공개하지 않으려면 지원도 받지 말라는 말 아니냐. 세금 받지마라"고 맞장구쳤다.

유치원 운영비에 국고보조비가 절반 정도 들어가는만큼 유치원은 그에 대해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하며 만약 유치원 원장이 감사 받기가 싫다면 정부나 지자체 보조를 받지 않아야한다는 점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물론이고 김어준 씨도 명백히 동의한 셈이다.

서울시가 TBS 전체 예산의 73%인 약 400억원을 지원하고 있고 그 재원은 서울시민들의 혈세에서 나오고 있는 TBS에서 라디오 방송을 진행 중인 김어준 씨는 당연히 감사를 받아야 하고 그동안 받은 금액에 대해서 일자별로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상세히 공개해야 마땅할 것이다. 

TBS측도 마찬가지다. '김어준 씨의 급여(출연료) 지급 내역'이 '개인정보'라며 정확한 출연료를 밝히지 않는 태도는 김어준 씨 스스로의 과거 발언에서 보듯이 논리적으로나 윤리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즉시 공개하고 향후에도 일정 기간 단위로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TBS는 물론 김어준 씨도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쉬운 문제를 돌아가려 할수록 결국 꼬이고 만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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