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종관 기자
  • 입력 2021.04.28 13:06

세브란스 이주희 교수 등 국제공동팀…백모 발생 기전·치료제 연구 초석 마련

정상 모낭(왼쪽)과 노르아드레날린 노출 모낭 비교. 스트레스 노출 모낭 팽대부에서 이소성 색소침착이 관찰된다.
노르아드레날린 등에 노출한 모낭 비교. 모낭 팽대부에서 이소성 색소침착이 관찰된다.

[뉴스웍스=고종관 기자] 국내 의료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흰머리의 발생 기전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임상실험 모델을 개발했다.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이주희, 이영인 교수팀은 미국 하버드의대 데이비드 피셔(David E. Fisher) 교수팀과 공동으로 인체 모낭조직을 이용해 ‘백모화 모델’을 구축했다고 28일 밝혔다.

머리카락 색깔은 모낭 속 멜라닌 줄기세포에 의해 결정된다. 멜라닌 색소를 합성하는 줄기세포의 양이 많을수록 머리색이 짙어진다. 나이가 들수록 멜라닌 줄기세포수가 줄고 기능이 떨어지면서 흰머리카락이 늘어난다. 주로 30~40대에 발생하지만, 유전적 요인이나 생활환경, 스트레스 등으로 10~20대부터 진행하기도 한다.

연구팀은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조기분화가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를 고갈시키고, 이소성 색소침착을 일으킨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소성 색소침착이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분화를 촉진해 백모화를 유발한다는 것.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ex vivo모델’(생물에서 적출한 조직을 활용해 연구하는 방식)을 이용해 멜라닌 색소 줄기세포의 색소침착 및 인간모낭 내 분화유전자의 발현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우선 인체 두피조직에서 분리된 다수의 모낭에 이온화방사선, 과산화수소, 노르아드레날린을 포함한 특정 스트레스 신호매개체를 노출시켜 모낭 돌출부의 이소성 색소침착을 측정했다. 먼저 비정상적인 멜라닌 줄기세포의 분화를 관찰하기 위해 생체 외 인체모낭을 이온화방사선과 과산화수소에 노출했다. 그 결과, 노출된 모낭의 돌출부 부분에서 이소성 색소침착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보였다.

또 연구팀은 인체 모낭에 급성 스트레스 시 교감 뉴런에서 방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에 노출시켰다. 이 실험에서도 앞선 결과와 마찬가지로 모낭의 팽대부에 이소성 색소침착이 유의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색소줄기세포의 생물학적 역할과 백모화 기전을 연구하는 초석을 놓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물모델에서 색소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인체모델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주희 교수는 “줄기세포의 비정상적 색소세포 분화의 초기과정을 정량·분석하기 위한 연구의 기틀이 마련됐다”며 “이번 연구가 백모화 기전 뿐 아니라 다양한 색소성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피부과학분야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Derm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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