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5.02 15:22

대한상의 "주기적 지정감사나 표준감사시간, 해외에서 찾아볼 수 없는 제도"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제공=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 회관. (사진제공=대한상의)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국내 상장사 10곳 중 8곳은 외부감사 비용과 시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新)외부감사법에 따라 표준감사시간 및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가 도입돼 감사시간이 크게 증가했고, 주기적 지정감사제로 기업의 협상력이 크게 저하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305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신외부감사법 시행에 따른 애로와 개선과제'를 조사한 결과 2020년도 감사보수가 전년대비 증가한 상장사가 전체의 83%에 달했다. 79%의 상장사들이 감사시간도 증가했다고 응답해 외부감사와 관련된 기업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간 외부감사 비용 및 시간 증가 기업 추이. (자료제공=대한상공회의소)

지난 2018년 말부터 시행된 신외부감사법은 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주기적으로 감사법인을 지정하고 자산규모·업종 등에 따라 적정 감사시간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감사보수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기업들은 주기적 지정감사제(39.2%), 표준감사시간 도입(37.7%),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17%) 등을 꼽았다.

주기적 지정감사제의 경우엔 상장사 등이 6년간 감사인을 자율선임한 경우 다음 3년은 정부로부터 지정받도록 하는 제도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감사인을 선택할 권한이 없어 협상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49.2%가 '지정감사 관련 애로를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자율수임 대비 높은 감사보수 요구'(74.6%)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피감기업은 1회에 한해 증권선물위원회에 감사인 교체를 요청할 수 있지만, 재지정을 요청한 32.8%의 기업 중 '감사보수가 낮아졌다'는 응답은 23.8%에 불과했다.

또다른 감사보수 증가의 원인인 표준감사시간은 감사인이 투입해야하는 적정 감사시간으로, 기업규모 및 업종, 상장여부 등에 따라 산출된다.

대한상의가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후 기업들에게 2020년 감사시간 증가율을 조사한 결과 직전년도 대비 '10~50% 증가'(42.6%), '10% 미만 증가(21.0%)' 순으로 답했으며, '50% 이상 증가한 기업'도 9.9%로 나타났다. 

감사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감사보수도 늘어나는 경우가 잦았는데, 40.7% 기업이 ‘표준감사시간 관련 애로'를 경험했고 이 가운데 87.1%는 '감사보수 증가', 33.1%는 '과도한 감사시간 산정' 등을 지적했다.

그럼에도 감사인이 과도하게 감사보수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금융위원회가 운영 중인 감사보수 신고센터를 이용해본 기업은 응답기업의 1.3%에 불과했다.

미이용 이유로는  '신고센터에 대해 잘 모름'(28.9%), '신고해도 조정 효과가 미미할 것'(24.5%), '신고 시 감사인으로부터 불이익 우려'(4%) 등이 꼽혔다.

대한상의는 기업들은 신외부감사법을 개별기업의 특성과 내부 회계관리 시스템의 효율성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6년간 감사인을 자율선임했더라도 그동안 매년 감사 적정의견이면서 감리 지적도 없는 경우 지정감사 제외 ▲단순히 자회사의 개수로 감사시간을 가산하는 현행기준을 자회사별 중요도에 따라 차등적으로 가산 ▲이미 연결기준 자산규모에 따라정해진 감사시간에 연결재무제표 작성대상 기업의 경우 감사시간을 다시 가산하는 중복가산 규정 삭제 등의 의견이 나왔다.

송승혁 대한상의 조세정책팀장은 "계 및 감사품질 제고라는 제도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주기적 지정감사나 표준감사시간 등은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며 "각 기업의 회계투명성이나 거래구조 등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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