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5.06 14:40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시범설치

'가족의 거실' 내부 모습. (사진제공=서울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요양시설에 입소한 고령의 부모님들을 만나 뵙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비대면 면회 공간'이 신설된다.

서울시는 요양시설에 부모님을 모시고 코로나 생이별을 겪고 있는 가족들을 위한 비대면 면회 전용공간인 '가족의 거실'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총 515개소의 어르신 의료복지시설 이용자는 약 1만6000명으로, 가족까지 포함하면 약 6만여명의 서울시민이 '코로나 이산가족'이 됐다.

시의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을 통해 구축된 가족의 거실은 삭막하고 인위적인 면회실이 아니라 일반 가정집 거실처럼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서 면회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다. 약 15㎡(4.5평) 면적의 이동식 목조주택으로 만들어 요양시설 외부의 적절한 장소에 설치할 수 있다. 

가족의 거실에서는 기존 면회실에선 허용되지 않았던 가족과 손을 맞잡고 하는 대화도 가능하다. 이른바 '비접촉 면회 방식'이 새로 도입됐는데, 면회실 내에 선별진료소 검체 채취에 사용되는 방역 글러브가 설치됐다.

'가족의 거실' 시범면회에서 요양시설 입소 어르신이 방역 글러브를 통해 가족과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어르신의 작은 목소리도 선명하게 잡아내는 ‘최첨단 음향시스템’이 설치돼 청력이 약한 어르신도 유리창 너머 가족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으며, 대형 디스플레이도 설치되어 가족의 스마트폰에 연결해 사진·영상 등을 함께 보거나 해외 거주·면회 인원 제한 등의 이유로 미처 오지 못한 다른 가족과 영상통화도 할 수 있다.

특히 시는 가족의 거실이 이동부터 면회에 이르기까지 감염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어르신은 센터와 연결되는 전용 통로로 바로 들어올 수 있고, 면회 가족은 외부 전용 출입문으로 들어온다. 면회공간은 유리창으로 완벽하게 분리되어 있다.

환기 가능한 공조시스템이 설치되고 내부 자재와 집기류도 소독이 용이한 품목들로 구성되는 등 방역 기준 준수도 철저하게 이뤄졌다. 가족과 손을 잡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방역 글러브(라텍스)는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한 후 접촉해야 하며 글러브는 매 면회 시 소독, 1개월 주기로 교체가 이뤄진다.

시는 가족의 거실을 시립노인요양시설인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에 시범설치하고 5월 첫째 주부터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당초 주말에만 이뤄졌던 면회가 평일과 주말 모두 운영되며, 선착순 사전 예약제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면회시간은 기존과 동일한 10분이다.

가족의 거실은 면회가족이 없는 어르신을 위한 여가·취미 활동 공간으로도 시범 운영됐다. 시에 따르면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이용 어르신의 약 10%는 명절에도 면회객이 없는데, 가족의 거실 내부에는 넉넉한 공간에 대형 디스플레이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혼자서 조용히 영화나 미술작품을 감상하거나 체조 같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다.

아울러 시는 이번에 개발된 디자인 매뉴얼을 오픈소스로 무상개방해 대면 면회가 제한된 다양한 시설에서 가족의 거실을 도입·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코로나 장기화로 다양한 취약계층이 고통받고 있지만, 특히 요양시설 어르신과 가족들은 장기간 생이별하며 큰 아픔을 겪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을 대비해 방역위생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상 감정까지 섬세하게 배려한 사회문제해결 디자인을 개발했다. 시민의 일상을 따뜻한 눈높이로 들여다보는 선제적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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