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5.08 16:40

"페미니즘 세뇌 의혹, 인헌고 '사상 강요 사건'과 매우 흡사"

김화랑 전국학생수호연합 대표. (사진제공=김화랑 대표)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청년층을 중심으로 성별 갈등 등 '젠더 이슈'가 연일 화두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페미니즘 사상교육'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특정 조직에 가입된 교사들이 '성인지교육'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편향된 사상을 주입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교육을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따돌림'을 조장하라는 등의 지침까지 하달됐다는 주장이다.

해당 의혹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5일 게시된 이후 하루 만에 20만명을 훌쩍 넘는 이들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관계 부처인 교육부는 "교육부 국민신문고 게시판에도 관련 내용이 올라와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아직까지 '의혹'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유사한 사례가 이미 2년 전 발생한 바 있다. 지난 2019년 서울 관악구의 공립고등학교인 인헌고에서 발생한 이른바 '사상 강요 사건'이다. 

당시 인헌고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페미니즘, 반일운동,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옹호 등 정치편향적 사상을 강요했다는 학생들의 폭로가 이어졌고, 일부 학생들은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을 조직해 일방적인 사상 강요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인헌고 사태 당시 학수연 대표로서 사상 강요 거부 활동을 주도한 김화랑(20) 씨와 최인호(20) 씨는 이번 페미니즘 사상교육 의혹과 인헌고 사태도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인헌고 사태의 시초는 성평화 동아리 문제였다. 이번 페미니즘 관련 의혹은 인헌고 같은 사례가 인헌고가 특이해서 일어난 게 아니고 전국에 인헌고 같은 학교가 널려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며 "정치 교사들의 이런 집단적인 사상 주입과 말 안 듣는 애들·통제가 안되는 애들을 왕따시키는 구조들이 인헌고만 특별했던 게 아니라 전국의 학교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학교에 다닐 때나 지금이나 상당히 강경한 발언을 하는 성평등 교육 강사들이 분명 있다. 하지만 이런 조직적·체계적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학생들을 가르치고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선동할 때 이용하거나 시위할 때 투입하는 정치적 도구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규탄했다.

특히 김 씨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2년 전 인헌고 사태 당시에도 대표적인 진보 계열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가 관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정치적 대립으로 격화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이번 사건도) 전교조와 여성가족부가 엮여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전교조가 추구하는 혁신교육 중에 일단 페미니즘이 들어가 있고, 본인을 거스르는 경우에는 해당 학생을 문제아로 낙인찍어 가해자로 만드는 전략도 비슷하다"며 "혹은 전교조 내에 있던 페미니즘 세력이 강해지면서 새로운 집단으로 파생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에 따르면 이번 사건에 대해 학생들은 '분노'와 '경악'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학생들은 일단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고, 사상교육의 조직적인 실체를 봐버리니 다들 기겁해 하고 있다. 이런 교사가 실제로 있다면 파면이나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최인호 씨 역시 비슷한 분석을 내놓았다. 최 씨는 "저희가 겪었던 인헌고 사태 당시에도 저희가 만들었던 성평화 동아리를 '양성평등의 가치를 훼손하고 페미니즘을 부정하는 성차별적 동아리이기에 폐쇄한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었다"며 "사상주입에 따르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따돌림'을 조장해서 위축시킨다는 내용이 저희가 겪었던 일과 정말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상주입 의혹과 관련해) 제일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던 피해 사실이 인헌고 사건이었지 않나 생각된다. 인헌고 사태 당시에도 저랑 김화랑 군을 비롯해 저희에게 동조하는 친구들에 대한 '왕따 조장'이 있었다"며 "가이드라인 등 지령이 있었던 건 처음 알았지만, 현재 의혹이 제기된 내용과 저희가 실제 겪은 일이 너무 비슷해서 이러한 조직적 움직임을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수연 활동을 하며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성평등 교육의 수준이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 '남자는 잠재적 가해자'라는 내용 등은 기본적으로 학교 교육에서 나온다"며 "그러한 교육 시간이 매달 필수적으로 할당되어 있고, 학교 정규 수업시간에 진행되다 보니 무조건 들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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