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5.07 15:37
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의 요구에 밀려 박 후보자를 탈락시킨다면 자칫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할 수 있다. 흠을 고치려는 수단이 과도해 도리어 일을 그르칠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야당의 반대로 박 후보자와 관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이 무산됐다. 박 후보자 부인의 밀수 및 탈세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 후보자가 지난 2015~2018년 영국 대사관에 근무할 당시 그의 부인이 중고시장에서 사들인 그릇과 찻잔, 샹들리에 등 인테리어 용품들에 대해 관세를 납부하지 않고 국내로 반입하면서 판매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야당은 밀수 단속을 맡고있는 해양경찰청과 박 후보자의 '업무상 연관성'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하면서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이 같은 야당의 지적은 충분히 수긍할 만하다.

다만 인사청문회 취지를 감안한다면 그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쁜 생각만은 아닌 듯 싶다.

박 후보자는 공직생활을 30년째 하면서 전재산이 2억원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검소하게 살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도면 청빈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간주될만한 수준이다.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임명된 문승욱 장관의 경우 본인과 배우자 및 두 자녀의 재산으로 신고된 금액이 22억 6334만원이다. 이것과 비교하면 1/10도 안 되는 재산이다. 문 장관과 박 후보자는 두 살의 나이 차이인데다 행시 합격도 2년 차이 날 정도로 공직생활 경력이 거의 비슷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더군다나 박 후보자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해수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아내가 나의 퇴직 이후의 생활을 걱정하다 2019년말에 카페를 오픈했다"고 설명했다.

1967년생인 박 후보자는 1992년 행정고시 35회로 공직에 입문한뒤 해양수산분야에서만 30년째 근무했다. 부동산이나 주식 등을 통한 재테크에 나서지 않고 공직생활에 충실했다고 볼만한 정황은 있다고 여겨진다.

박 후보자는 지난 3월 공직자 재산공개에서 자신과 아내, 부친, 자녀의 재산을 모두 합쳐 1억 8418만원을 신고했다. 경기도 일산의 아파트 1채가 3억7000만원이며 부친의 경기 용인 연립주택은 8200만원이고 가족의 예금이 1억 5958만원이지만 금융권 채무가 6억 6593만원에 달했다. 부인의 커피숍 장비 및 장식품은 1억원의 가액으로 신고됐다.

박 후보자의 은퇴 대비용으로 부인이 커피숍을 창업했다지만 지난 2019년말부터 올해 4월까지 커피숍 운영 실적은 연매출이 3200만원 정도였다니 임대료를 포함한 운영 경비를 모두 제하고 나면 사실상 남는 게 거의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 후보자의 부인이 찻잔을 비롯한 각종 도자기 등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개했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이것이 탈법행위임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더구나 박 후보자의 부인이 수집한 찻잔 등이 본차이나라고 해서 값이 비싼 것이 아니라 영국 현지의 중고시장 등에서 구매한 저렴한 제품이었다고 하니 박 후보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억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재 쿠팡 사이트에서 '영국커피잔'이라고 검색해보면 값싼 제품은 9900원 정도이고  대개가 14000원에서 5만원 내외 정도 한다. 물론 9만9000원 짜리 커피잔 세트도 있지만 이것은 1세트가 아닌 6세트의 가격이다. 

이쯤되면 그의 가족이 소유한 도자기 갯수가 상당히 많고 외국에서 들여올 때 탈세를 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따른 법적처리는 별론으로 할지라도 장관 후보자로서 도덕성에 심대한 흠결이 있는 정도는 아니라고 보여진다.

물론 박 후보자가 지난 30년 동안 공직자로서 해선 안될 어떤 중대한 업무적 흠결을 지녔거나 도덕성에 결정적 하자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물러나야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고위 공직자가  취임한뒤 제대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 지를 미리 검증하는데 있다. 

되돌아보면 실수에 가까운 아내의 흠결 때문에 고위 공직자가 중도하차한다면 앞으로 누가 장관 청문회 석상에 기꺼이 설 지 의문이다. 모두 장관 하기를 싫어한다면 그것도 문제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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