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장진혁 기자
  • 입력 2021.05.10 05:00

[뉴스웍스=장진혁 기자] "LG전자에서 만들었는데 왜 한국에서 안 팔죠?"

국내 한 유명 유튜버가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를 소개하는 영상에서 한 말이다. 이 유튜버는 18만5000원인 전자식 마스크를 이른바 '해외 직구'를 통해 30만원가량에 구매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 제품을 다시 한국으로 수입해와야 하는 과정에서 비싼 배송료를 들여야 했다.

이 유튜버가 해외에서 사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G전자가 지난해 9월 전자식 마스크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약외품' 허가 신청을 냈으나 장기간 승인 여부 결론이 나지 않은 탓에 국내 출시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홍콩, 대만 등 해외 12개국에서 전자식 마스크를 국내보다 먼저 출시했다.

국내 기술로 만든 제품이 규제당국의 심사 지연으로 한국에서만 구매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통상 부직포 보건용 마스크는 근무일 기준으로 55일, 신소재를 활용하거나 신물질을 쓴 마스크의 경우 70일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식약처는 LG전자에 보건용 마스크 기준에 부합하는 자료를 두 차례 보완 요청하며 허가가 미뤄졌다.

결국 LG전자는 지난 2월 식약처에 냈던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뉴스웍스와의 통화에서 "내부적으로 국내에 전자식 마스크를 '의약외품'으로 출시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돼 허가 신청을 취하하게 됐다"면서 "현재 전자식 마스크는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는 내부에 공기청정기 노하우를 담은 제품으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1'에서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아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이 제품은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장시간 근무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개발됐다. 마스크에는 호흡 시 발생하는 압력을 감지하는 센서와 호흡 인지 알고리즘을 적용해 사용자가 숨을 들이마실 때는 팬의 속도를 높여 마스크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량을 늘리고 숨을 내쉴 때는 속도를 줄인다. 즉, 답답함을 크게 줄인 것이 특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LG전자의 전자식 마스크는 새로운 소재와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의약외품'으로 허가받기 위해서는 안전성, 유효성 심사 등 통상적인 허가 절차에 따라 검토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현재 시중에 공산품으로 유통되고 있는 전자 마스크의 경우 '의약외품' 표시는 할 수 없으나 '마스크'라는 제품명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해명하는 자료를 냈다.

현재 마스크는 비말차단 성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보건용, 비말차단용, 수술용 마스크 등 식약처에서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마스크만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밸브형 마스크는 미세먼지 차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 등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한다. 따라서 LG전자가 국내에 전자식 마스크를 출시한다고 해도 밸브형 마스크이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한 목적으로는 활용하지 못한다. 코로나 시대에 무용지물이라는 얘기다.

최근 가전 시장에는 기존 백색가전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의류관리기와 캡슐맥주제조기, 탈모 치료용 의료기기 등 신개념 가전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때문에 시장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계에서 인정받은 우리나라 기업의 혁신 제품을 해외 직구로 더 비싸게 사야 하는 현실에서 제일 큰 피해자는 소비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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