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원성훈 기자
  • 입력 2021.05.08 07:25

이민석 변호사 "친문유력후보 나올 때까지 시간끌기"
이내훈 전 민생당 대변인 "늦추자는데 무게 실릴 수 있어"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중의 한명인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이재명 지사 인스타그램 캡처)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중의 한명인 이재명 경기지사. (사진=이재명 지사 인스타그램 캡처)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민주당의 친문(親文)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김두관 의원과 친문계 전재수 의원이 지난 6일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과 관련해 당내 경선 연기론을 공식화하자 이른바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정성호·민형배 의원이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이 '대선 후보 경선 연기론'으로 뜨겁게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현행 민주당의 당헌·당규는 당 대선후보자 선출 시기를 '대선 180일 전'으로 규정해 놓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이를 고쳐 '대선 120일 전'으로 미루자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과거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지낸 강신업 변호사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대선연기론이 나오는 배경은 겉으로는 국민의힘에 비해 민주당이 대선주자를 일찍 확정하는 것이 유리할 게 없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은 '당의 주류인 친문이 경선을 연기하지 않을 경우 이재명 경기도 지사 아닌 다른 선택지의 출현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또 하나는 뚜렷한 대선경쟁구도가 성립되지 않아 흥행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여론조사 상 이재명이 민주당의 대선주자 1위를 확실히 굳힌 상황에서 이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컨벤션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또 대선 경선이 너무 싱겁게 끝나고 또 주자가 이재명으로 정해질 경우 국민의 관심을 끌거나 감동을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최대한 경선을 늦춰서 그것이 누구든 이재명에 대항 가능한 주자가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것이 나쁠 게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 대선주자가 이재명으로 일찍 굳어질 경우 당의 분열 가속을 막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친문은 현실론을 택해 이재명을 지지하는 쪽과 명분론을 고수하며 탈민주당, 탈이재명 노선을 걷는 쪽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혹여 이재명이 된다 하더라도 최대한 경선을 늦추는 것이 민주당의 분열을 막을 수 있고 또 친문 등 '반 이재명 세력'이 탈당해 신당을 창당하는 것을 막는데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다만 민주당이 대선경선을 연기할 경우 민주당의 분화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180석의 거대여당인 민주당의 분화나 분열은 사실상 예정돼 있다. 특히 친문 대 비문의 화학적 결합이 어렵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로 갈수록 대선주자를 중심으로 이합집산과 합종연횡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연기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극심한 대립을 불러 당의 혼란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피력했다. 

설령 연기가 이뤄진다해도 대선 경선의 공정성을 두고 엄청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강 변호사의 진단이다.

그는 "연기된 경선에서 혹여 이재명이 패하고 이재명 쪽이 경선의 공정성을 문제삼아 확실한 승복을 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사실상 이재명계와 반이재명계로 분열되고 최악의 경우 이재명이 독자 신당을 만들어 대선에 나서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주당이 경선을 연기한다면 그것이 대선에 주는 영향은 결과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지 못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헌신짝처럼 바꾼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주게 될 것이고 또 2달 늦춘다고 해서 대선 주자가 바뀌기도 어렵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특별히 컨벤션효과를 키우기도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또 "민주당이 대선 경선을 늦출 경우 가장 강력한 야당 주자인 윤석열에게 몸집을 키울 시간을 벌어주는 반면, 이재명이 조기에 대선주자가 되지 못함으로서 이재명의 인기는 오히려 시드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결국 민주당이 대선 경선 연기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KBS뉴스 캡처)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진=KBS뉴스 캡처)

오랫동안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온 이민석 변호사는 이날 "지금 경선하면 이재명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으니 친문유력후보가 나올 때까지 시간끌기"라고 짧게 말했다. 

반면 이내훈 민생당 전 대변인은 이날 좀더 다른 시각에서 '민주당 경선 연기론'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재·보궐 선거까지 치렀는데 코로나를 이유로 경선 연기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그럼에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이재명 외 후보들이 바라는 바도 있겠지만, 큰 맥락에서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첫째는 이재명 지사가 더불어민주당과 색이 다른데 대한 당 내 불안"이라며 "이재명 지사는 정치적·정책적으로 민주당과 항상 차별화를 드러냈다. 기본소득 방향, 부동산 정책은 물론 정부 방역까지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당과 다름을 넘어 차별화를 여러차례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항간에는 탈당에 대한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며 "그런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은 주류 비주류 할 것 없이 불안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둘째는 재보궐이 남긴 초조함이다"라며 "조국 사태에 이어 추미애 전 장관의 윤 전 총장에 대한 징계로 적지 않은 중도층이 민주당에서 이탈한 것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선거 6개월 전 후보 확정은 급변하는 정국 대처에 유연함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아울러 "야당에서도 여러 가능성을 타진해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변화 공간을 만들어두자는 차원에서 경선을 늦추자는 데 무게가 실릴 수 있다"고 예측했다.

또한 "민주당의 경선 연기론에 대해 이재명 지사가 원칙대로 해야 된다면서도 당의 결정대로 하겠다고 한 것은 이재명 지사가 민주당과 대립각을 줄이면서도 어떤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이는 부분"이라며 "여당 내 상황이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관측했다. 

한편 한 야당 의원의 보좌관은 "민주당의 경선 연기론의 표면적 이유는 주된 경쟁자인 국민의힘의 대선후보 선출이 대선 120일 전인 상황에서 그보다 60일 먼저 여당에서 대선후보를 확정하게 된다면 정치적 주목은 받지 못하고 집중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최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외부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했고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이 '통합·합당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야권 대선후보의 확정이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염두해 두고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그는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친문'의 눈밖에 난 이재명 지사가 여당 대선후보로 고착화되는 것을 막고 이 지사를 대체할 대선후보가 지지율을 높일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것이라고 본다"며 "결국, 친문의 이재명 패싱이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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