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5.11 19:00

문화재위원회에 보존심의 요청…서울시 "심의 결과 나와야 추진 가능"

서울 광화문광장.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지난해 11월 첫 삽을 뜬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공사가 난관에 부딪쳤다. 문화재가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시는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에서 삼군부와 사헌부 등 조선 시대 육조거리의 흔적이 대거 발굴됐다고 밝히며 이달 말부터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문화재 발굴은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과 공동 추진되고 있는 '경복궁 광화문 월대 등 문화재 복원 및 주변 정비 사업'의 결과다. 시는 지난해 11월 광화문광장 리모델링 착공을 발표하면서 2023년까지 문화재 복원 및 주변 정비를 마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 9단계로 진행 중인 문화재 발굴 조사는 현재 마지막 9단계에 들어가 이달 말 최종 완료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당초 계획에서 매장문화재 발굴 조사를 3~4월 중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한 것보다는 다소 늦춰진 상태다.

광화문광장 관련 사업이 늦춰지고 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먼저 해당 사업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서정협 권한대행 체제에서 추진됐던 사업이라는 점이다.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뒤 야권 일각에서 전임 시장이 무리하게 강행했던 광화문광장 사업을 아예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에 사업에 일시적으로 제동이 걸리기도 했다. 

이후 오 시장이 광화문광장 사업이 이미 34% 진행됐고 25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중단 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언하면서 백지화 우려는 사라졌지만, 공사 현장에서 문화재가 쏟아져 나오면서 기존 계획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하는 광화문광장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서울시가 기존에 계획했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감도. 수목을 중심으로 한 '녹색공원' 형태로 조성되어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시의 당초 계획은 지난 3월까지 동측도로 확장정비공사를 마치고 이달부터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시설물 조성공사를 시작해 10월까지 조성을 마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공사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 시장이 광화문광장 공사 수정·분야 전략 중 '광장의 역사성 강화'를 내세우고 조선 시대의 각종 문화재가 대거 발굴되고 있는 만큼 이 문화재들을 '어떻게' 보존·활용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화문을 비롯한 종로 일대는 조선 시대의 중심지였던 만큼 대량의 문화재가 묻힌 곳인데, 이로 인해 각종 건축·공사 과정에서 문화재 보존 방안이 주요 과제로 여겨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종로구에 있는 육의전빌딩이다. 지난 2005년 건축공사 당시 육의전 터가 출토되면서 공사 자체가 무산될 뻔했지만, 전체 유적 위에 유리막을 덮어 지하에 유적박물관을 만드는 해법으로 건물이 착공된 바 있다.

서울 종로구 육의전빌딩 지하에 있는 육의전 박물관. 건물 지하 유리막을 설치해 유적을 보존하고 건물을 지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을 받았지만 현재 5년째 휴관에 들어간 상태다. (사진=육의전박물관 페이스북 캡처) 

건물 건축과 달리 야외 공원 조성을 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보존해야 하는 이번 사업의 경우에는 '유리막'을 통한 보존이 보다 용이하고 공원과의 조화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 측은 아직 정확한 보존 방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장님 발표처럼 기존의 녹색공원 계획에서 발굴 문화재 조성, 광장 문화성 제고 등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큰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문화재가 출토된 이후 시는 문화재위원회에 보존심의를 요청했다. 심의 결과는 이달 20일 즈음 나올 예정인데,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시 단독으로 문화재 보존 및 사업 계획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문화재청과도 협조를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결정은 위원회에서 하고, 결국 위원회 결정이 나와봐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며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제안할 예정이지만 아직 심의가 안 끝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다. 시장님이 추후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한 것처럼 내부적으로는 어느 정도 준비 중인 게 있지만 특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광화문광장에서 발굴된 조선 시대 육조거리 유적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군부, 사헌부, 육조거리 추정 배수로, 육조 영역. (사진제공=서울시)
광화문광장에서 발굴된 조선 시대 육조거리 유적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삼군부, 사헌부, 육조거리 추정 배수로, 육조 영역. (사진제공=서울시)

다만 시는 문화재 보존 계획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든 기존의 예산을 초과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시가 계획했던 광화문광장 개선 및 문화재 복원 사업비는 약 791억원 수준이었다.

시 관계자는 "심의 결과에 따라 세부적인 사안은 달라질 수 있지만 (사업 추진이) 예산 한도 내에서 가능하다고 실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화재 발굴 문제 등으로 인해 사업 일정이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시장님이 발표하셨듯 일정이 1~2개월 늦춰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면서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기다리는 것은 정상적인 행정 절차를 밟는 것이지 사업에 제동이 걸렸거나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화재 보존과 공사가 고려해야 할 점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육의전빌딩 내부의 육의전 박물관의 경우에도 2012년 완공 직후에는 문화재 보존과 건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호평을 받았지만 불과 4년 뒤 무기한 휴관에 들어가면서 육의전 유적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화문광장 문화재 발굴 조사는 시가 추진하는 공공사업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보존이 이뤄지지 못할 경우 더 많은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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