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남희 기자
  • 입력 2021.05.12 18:00

철광석 가격, 사상 최고치…원가 상승으로 수익성 악화 우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뉴스웍스=김남희 기자] 글로벌 해운업 호황에 국내 선박 수주량이 크게 늘어났지만, 조선 업계가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원자재 비용이 전년보다 크게 상승한 까닭이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 업계는 올해 1분기에만 532만CGT의 수주량을 달성해 압도적인 세계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글로벌 철광석 가격 폭등으로 철강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수익성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전문가들은 급격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조선 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8.0% 증가한 1024만CGT였다. 발주액은 전년 동기보다 164.7% 증가한 224억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조선업 활황이었던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규모다. 특히 경기부양 효과에 따른 수입물량 증가로 컨테이너선 시장이 활발했다. 컨테이너선의 올해 1분기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901.6% 증가,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의 56%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을 타고 선박 수주가 크게 늘어 1분기에만 532만CGT의 수주량을 달성했다.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의 절반 이상에 달하는 수치다.

조선 '빅3'인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수주 목표액을 빠르게 달성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현재까지 올해 수주 목표액 149억 달러의 61%에 해당하는 91억달러를 수주했다. 삼성중공업도 51억달러 규모 수주에 성공해 올해 목표액의 54%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5억4000만달러 수주로 올해 목표액 77억달러의 33%를 채웠다.

(자료제공=대신증권)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국내 조선 업계의 수익성 확보에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6일 선박의 주요 원자재인 철광석 가격은 톤당 약 201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첫 200달러 선을 돌파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10일에는 203.56달러까지 올랐다. 한 달여 전인 4월 1일 톤당 167.6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가파른 상승세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른 철광석 수요 증가와 주요 광산 업체들의 철광석 생산량 제한으로 인한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과 포스코 등 국내 철강 기업들은 올해 들어 잇따라 철강재 가격을 인상해 조선용 후판 가격이 크게 올랐다. Korea PDS에 따르면 국내산 후판의 3월 평균 1차 유통가는 톤당 81만1000원으로, 지난해 12월보다 28.2% 상승했다. 중국산과 일본산 후판의 3월 평균가격 역시 지난해 12월 대비 각각 26.7%, 24.5% 올랐다.

업계는 신조선가 역시 올라 어느 정도 철강재 상승분을 감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클락슨 리서치가 발표한 신조선가 지수는 지난 7일 기준 2015년 10월 이후 최고치인 134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126포인트였던 지난해 12월에 비해 8포인트 오른 수치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급등이 앞으로도 이어질 경우,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만들면, 만들수록 수익성이 떨어지는 최악의 결과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이미 조선 업계에 철강재 인상 부담은 현실화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철강재 가격 인상을 꼽았다. 회사 측은 "철강재 가격 인상 폭이 당초 예상을 두 배 이상을 넘어 1190억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중 후판 가격의 상승으로 철강재 비용만으로도 약 3~4% 수준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건조 중인 선박들의 수주 당시 가격이 낮은 수준이었던 만큼, 조선사들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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