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03.06 00:05

스웨덴·프랑스도 부지 선정…정필모 의원 "새정부 중간저장시설 건설방안 수립해야"

신고리 원전 3·4호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신고리 원전 3·4호기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문재인 정부의 실정은 크게 두가지다. 하나는 부동산 정책 실패이고 또 다른 하나는 '탈핵 정책' 추진이다. 

지난 5년간 무리하게 탈핵을 밀어붙인 결과 원자력발전 생태계는 사실상 붕괴됐다. 문 대통령 취임 전인 2016년 27조원을 웃돌던 국내 원전 산업 매출은 2019년 20조원대로 떨어졌다. 작년 매출은 10년 전 수준이 10조원대까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미래 원전 산업을 이끌 인재를 양성하는 원자력학과는 기피 학과가 되면서 신입생은 2017년 817명에서 2020년 524명으로 줄었다. 2777명에 달했던 재학생 수도 219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전력은 최악의 실적을 기록 중이다. 2016년 12조원이 넘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5조8601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2분기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6.9원 올라가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 영화 '판도라'를 관람하고 탈핵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당시 문 대통령은 "비록 (원전사고) 확률이 수백만분의 1 밖에 안 되더라도 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가 막아야 한다"며 "원전 추가건설을 막고 앞으로 탈핵·탈원전 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문 정부, 탈원전 강조하다가 대선 앞두고 "원전이 주력" 말바꿔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탈원전을 강조해왔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7년 6월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말했다. 7000억원이 투입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중단되고,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 가동이 늦춰진 것도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때문이라는 게 원자력 업계의 판단이다. 2017년 6월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신한울 1호기는 우여곡절 끝에 건설 승인 10년 만인 지난해 7월에야 운영허가가 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 원자력을 제외하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를 확정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특정 기술이나 산업활동이 친환경인지 아닌지를 판별할 수 있는 국제 기준이다.

반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 분야를 정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에 원자력발전을 포함시켰다. 이후 명분이 없어진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대선이 임박한 지난 2월 25일에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현안 점검 회의'에서 "원전이 지속 운영되는 향후 60여 년 동안은 원전을 주력 기저전원으로서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며 탈원전 기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입장을 뒤늦게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신한울 1·2호기와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선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강화와 선제적 투자가 충분하게 이루어진 만큼,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단계적 정상가동을 할 수 있도록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우리나라는 1978년 4월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상업용 발전을 시작하면서 원자력 발전국 대열에 합류했다. 44년이 지난 지금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30%를 차지하며 국가 핵심 전원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나라는 25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3기는 건설 중이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원전은 화석연료에 비해 적은 양의 원료로도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우라늄 1g은 석탄 3톤과 같은 양의 에너지를 생산한다. 화석연료에 비해 이산화 탄소 발생량이 현저히 작은 것도 장점이다. 원자력발전의 CO2 배출량은 단위전력(kWh) 생산 당 석탄발전의 약 1000분의 1에 불과하며, 태양광의 5분의 1 수준, 풍력과 유사한 수준이다. 수력발전 다음으로 적다. 

발전원가 또한 싸다. 1kWh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원가에서 원전은 54원으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264.6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유연탄(83.3원)·무연탄(118.3원)·LNG(126원) 등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이번 대선에서 원전을 비롯한 에너지 정책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친원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감원전' 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비롯해 추가 원전 설치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강조하는 감원전 정책이 실현되더라도 2085년까지 원전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앞으로 최소 60년을 지금처럼 원전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2030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포화상태

여기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방사성폐기물이다. 방사성 폐기물은 원전을 가동하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자료제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핵연료에는 우라늄-235가 약 4.5% 들어있다. 4년 정도 사용하면 우라늄-235가 약 1%로 줄어들어 더 이상 발전에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연료로 바꿔줘야 한다.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에 해당한다. 원전에서 나온 직후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방사능과 열을 가지고 있다. 우라늄·제논·스트론튬·세슘·플루토늄 등과 같은 맹독성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사람이 접근할 수 없다. 

핵연료 주기. 사용후 핵연료는 임시저장, 중간저장을 거처 영구 처분한다. (자료제공=원자력환경공단)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핵연료는 임시저장, 중간저장, 재처리(재활용), 영구처분 단계 순으로 진행된다. 습식저장과 건식저장 방법을 활용해 임시저장한다. 습식저장은 냉각재로 물을 이용해 사용후핵연료 붕괴열을 냉각시키고 방사선을 차폐하는 방식이다. 건식저장은 냉각재로 기체 또는 공기를 사용하고, 방사선을 차폐하기 위해 콘크리트나 금속 용기에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는 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보관할 수 있는 설비인 맥스터. 사용후핵연료를 건식으로 보관한다.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현재 우리나라는 원전 부지 안에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하고 있다. 문제는 저장시설 용량에 한계가 있어 곧 포화가 된다는데 있다.

국내 원전에서는 사용후핵연료가 해마다 약 900톤씩 나오고 있다. 1978년 고리 1호기 가동 이후 40여년간 국내 원전 임시저장소에 쌓아둔 사용후핵연료는 1만7500여톤에 달한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2030년께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실에 따르면 한빛 원전은 2029년, 한울 원전은 2030년, 고리 원전은 2031년 순차적으로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도달한다.

◆사용후 핵연료량 줄이는 재활용 기술·처분장 마련 서둘러야

정부는 사용후 핵연료 발생량을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초·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자료제공=원자력환경공단)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로 활용하는데 '파이로-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이로-SFR 기술'은 파이로프로세싱과 SFR로 구성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고, 발열량은 100분의 1로, 방사능 반감기는 기존 30만 년에서 300년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섭씨 5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인 뒤 전기분해를 통해 우라늄 등 핵물질을 분리한다. 이렇게 해서 나온 핵물질은 SFR에서 핵연료로 재활용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냉각재로 일반 원전에서 쓰는 물 대신 소듐(나트륨)을 사용해 핵물질을 연료로 태우는 원자로이다.

재처리를 하고 나면 방사성폐기물 분량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의 발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영구처분시설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을 운영 중인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총 34개국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운영하는 국가가 없을 만큼 최종 처분장 마련은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핀란드 올킬루오토에 건설 중인 사용후핵연료 영구처분시설 구상도 (사진제공=포시바)

핀란드는 영구 처분장 건설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 세계 최초로 2015년부터 올킬루오토 섬에 '옹칼로' 영구처분시설을 짓고 있다. 지하 450m 암반에 약 100년치의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도록 설계됐으며 2023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핀란드는 현재 원전 4기만 운영하고 있지만 사용후핵연료에 관심을 갖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부지를 결정하는데 무려 17년이 걸렸다. 지난 1983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처리시설 부지 선정에 착수했고, 2001년 올킬루오토 섬에서 영구처분시설 건설에 적합한 장소를 찾는데 성공했다. 원전 사업자 TVO와 포시바는 10년 넘게 지역주민과 소통한 끝에 적정 부지를 찾는데 성공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동의를 거친 뒤 국회 동의로 최종 추인까지 받았다.

인접국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다. 프랑스도 고준위 방폐장 부지를 확정했다. 

우리는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 시설을 준공하는데 성공했지만 사용후 핵연료 처리 정책은 40년째 표류중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 6월부터 경주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을 운영하고 있다. 

새 정부는 미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에 앞서 사용후 핵연료 안전관리 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은 예민하고 중대한 문제다. 각종 정책 결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안전성 확보와 더불어 국민의 동의다. 우리가 앞서 건설한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 절차와 핀란드의 사용후 핵연료 영구 처분장 건설 과정을 벤치마킹해야 할 것이다. 

정필모 의원은 "10년 뒤 사용후핵연료 처리 대란이 발생하는 것은 명확하다"며 "새 정부는 중간 저장시설 건설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소형 모듈 원전(SMR:Small Modular Reactor)의 성공적인 개발을 통해 내수와 수출에 활용해야 한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재 펌프, 가압기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소형 원자로이다. 용량은 100메가와트(MW)에서 300MW로 기존 대형 원전 대비 10분의 1 수준이지만, 건설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장점이다. 모든 부품이 하나의 원자로에 들어가다보니 방사능 유출 위험이 제로에 가깝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국내에선 지난 2012년 세계 최초로 설계인증을 받은 SMART가 대표 모델이다.

산업부와 과기정통부는 오는 2028년 인허가를 목표로 경제성과 안전성을 대폭 향상한 '혁신형 SMR' 개발에 나서고 있다. SMR 1개를 수출하면 약 3조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어 국가경제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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