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5.01 09:30

'갓이닉스' 별명까지…200% 특별축하금·칠순공조금·난임시술 무제한 지원 등 복지안 연달아 발표

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를 단독 대관해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했다. (사진
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부터 5월 1일까지 3일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를 단독 대관해 직원들과 그 가족들을 초청했다. (사진=SK하이닉스 뉴스룸)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하이닉스만큼 바라지도 않습니다. 삼성 다닌다는 자부심 만 가질 수 있도록만 해주십시오." 

지난 25일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 농성 중인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공개한 투쟁 응원 메시지다. 노조 활동을 지지하는 삼성전자 직원이 익명으로 전달했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 라이벌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처우 개선을 요구한 것인데, 업계 안팎에서 '놀랍다'는 평가가 나왔다. 달라진 SK하이닉스의 위상이 체감된다는 말도 적잖았다.

전자 업계에서는 삼성전자를 '인재 블랙홀'로 여겼다. 실력 있는 경력직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해 붙은 별명이다. 업계 1위라는 자부심, 그에 걸맞은 최고 수준 대우는 경력직들이 삼성전자 이직을 꿈꾸게 하는 이유였다. 전문인력이 부족해 난리인 국내 반도체 시장이지만 삼성전자는 항상 우수한 인재를 골라 뽑는 위치에 있었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삼성전자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았다. '성과급 논란'이 불거진 지난해에도 다수의 직원이 삼성전자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부문 경력직 합격자를 발표한 지난해 5월에만 100여명의 SK하이닉스 직원이 회사를 나갔다. 2020년엔 삼성전자가 신입사원 채용을 발표하자 2주간 92명의 SK하이닉스 직원이 퇴사를 결정했다. 노조가 나서 "인재 유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가 최근 심상치 않다. 인력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진행 중인 '주니어 탤런트' 전형이 원인이다. 주니어 탤런트 전형은 5년 미만 경력자를 채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처음 도입됐다. 올해는 세 자릿수 규모의 인력을 뽑을 예정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최근 사내 각 부문장에게 "5월 초까지 갑자기 연차를 내는 5년 차 미만 인력들을 관심 있게 챙겨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니어 탤런트 전형 면접 일정과 겹치는 해당 기간 연차를 내는 저년차 인력은 SK하이닉스 면접에 참석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해 관리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입장이 1년 만에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파격적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이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 매달 셋째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프라이데이'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2주 80시간의 근로 시간을 만족한 일반 기술·사무직 직원들이 대상이다.

얼마 전엔 600억원을 들여 임직원 3만여 명의 의자를 허먼밀러로 교체했다. 허먼밀러는 개당 250만원이 넘는 초고가 제품으로, '의자계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지난 29일부터 오는 5월 1일까지 3일간 춘천에 위치한 레고랜드를 단독 대관해 직원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는 근래에만 200% 특별축하금, 칠순공조금 신설, 난임시술 무제한 지원 등 통 큰 복지안을 연달아 발표했다. 

언론을 통해 SK하이닉스의 파격 복지가 알려지며 직장인 사이 '갓이닉스(God+하이닉스)'란 별명도 붙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것이 진정한 대기업", "머슴 일도 대감집에서 하라 했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태원이형(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호형(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을 찾는 SK하이닉스 직원들의 행복한 비명 사이 "대기업(SK하이닉스)과 중소기업(삼성전자)을 비교하지 말라"는 삼성전자 직원들의 자조적 댓글도 눈에 띄었다. 

대폭 오른 임금 수준도 한몫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분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책정해 지급했다. 임직원 임금도 같은 기간 삼성전자보다 높게 올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임직원 임금을 평균 7.5% 대폭 인상했지만,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평균 8% 올렸다. 신입사원 초봉도 기존 4000만원대에서 5040만원으로 올리며 삼성전자 신입 초봉(4800만원)을 넘겼다. 올해 삼성전자가 평균 임금을 9% 인상하며 대졸 신입사원 초임도 5150만원 수준으로 올랐지만, SK하이닉스 또한 5월 초 임금 협상을 앞두고 있어 적잖은 인상 폭이 예상된다. 비슷한 연봉을 받는다면 처우 개선에 적극적인 곳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조직 구성원과 구성원 가족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회사로 변화하는 것이 SK하이닉스의 비전이다. 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앞으로 100주년을 바라보기 위해선 구성원과 함께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며 "최근 진행하는 복지 정책들은 모두 그런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가족 친화적 기업으로 거듭나고, 업무 환경을 혁신해 궁극적으로 최고 수준 인재들을 우리 회사로 불러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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