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5.27 05:00

국민과 군대가 소통의 고객 '신뢰'와 '사기' 좌우…北에겐 '공포의 대상' 되도록 해야

엄효식 GOTDA 대표. (사진제공=엄효식 대표)
엄효식 GOTDA 대표.

"합참에서 알려드립니다. 북, 동쪽방향으로 미상 탄도미사일 발사."

지난 25일 새벽, 모든 언론매체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발에 대해 속보 형태의 보도를 시작했다. 합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 신속하게 문자 메시지로 국방부 출입기자단과 유관 부처에 알린 것이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발표했다.

"北,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우리 군은 오늘(5월 25일) 06시경과 06시 37분경, 06시 42분경,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각 1발을 포착하였음. 현재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음."

합참이 실행한 공보조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상황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적절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나 발사는 우리의 국가안보와 국민들의 안전에 가장 위협이 되는 사실이다. 따라서 발생하는 즉시 국민들께 알려야 하고 국방부와 합참은 이에 맞서는 상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

만일 이것을 군인들만의 문제라고 인식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고 군인들끼리만 공유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당연히 국민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평소에도 이러한 사실을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충분하게 알렸느냐를 두고 논란이 되기는 한다. 어떤 경우에는 일본의 발표보다 늦었다는 문제를 가지고 가혹한 비판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북한의 구석구석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살펴보는 것이 제한되기 때문에, 모든 군사 상황을 미리 알고 설명하지 못하는 어려움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알고 있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방은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는 '공공재'다. 그리고 연간 50조원이 넘는 세금이 국방예산으로 지출되고 있기 때문에, 국방의 문제는 그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언제나 소상하게 브리핑하고 보고해야 한다. 물론 작전적으로 비밀이 요구되는 사안도 있겠지만, 그럴 경우라도 기자단과 사전 엠바고를 협의하거나 또는 사후 설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

국방 분야의 커뮤니케이션은 너무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국민들의 신뢰와 군대의 사기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국방분야 커뮤니케이션의 고객은 기본적으로 내부 고객인 국군장병, 외부 고객인 국민들이다. 그리고 우리가 싸워 이겨야 하는 북한군도 고객이다. 그렇다면 이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해야 하는가.

첫째, 국군장병들이 제1의 고객이다. 내부에 있는 고객들을 감동시키지 못하면서 국민들께 목소리를 높여봐야 헛일이다. 장병들이 군의 제도와 정책, 여러 가지 복지제도 등에 대해서 공감하고, 국가가 진정 군복 입은 군인들을 위해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면 사기가 높아지며 임무에 대한 집중도는 훨씬 높아질 것이다. 국군장병들을 고객으로 존중하는 마음가짐과 함께 모든 것을 친절하고 자세히 알려야 한다. 시각적으로 화려한 영상을 만들고 미사여구의 보도자료를 언론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장병들의 심정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 군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장병들을 지키고 보호한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한다.

둘째, 국민들과 모든 것을 진정성 있게 소통해야 한다. 특히 병역의 의무를 헌법에서 명시하고 징집제가 기본인 우리나라는 국민들이 일종의 대주주라고 볼 수 있다. 기업이 모든 영업 상황과 매출액, 경영 여건 등을 주주에게 보고하듯이 군대 역시 주주인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한다. 비밀 사항을 제외하고, 장병들을 위한 제도 혁신, 고성능·고품질의 무기체계 개발 및 운용 등 그 어느 것도 예외가 될 수 없다. 혹시라도 군에 입대해서 건강하게 가정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진심으로 책임을 느끼고 죄송한 마음을 고백해야 한다. 군이 필요할 때만 국민을 찾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찾아보고 소상히 알려야 한다.  

셋째, 북한군도 국방의 고객이다. 물론 우리 군은 그들에게 무서움과 공포의 대상이 되도록 소통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의 군사 대비 태세와 첨단의 무기체계 등을 적시에 공개해, 도발한다면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라는 점을 북한군에게 알려야 한다. 화력 시범이나 대규모 연합훈련 등을 언론에 공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지만, 북한군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전쟁 억제의 한 측면이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군이 수행해야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언제나 고객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나 보여주기식의 사진 촬영 등은 지양되어야 한다. 실전적이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고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가장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공보정훈 장교들이 최선봉에 있다. 그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 공유와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이 공보정훈만의 영역은 아니다. 군복을 입고있거나 군복이 아닌 공무원복을 입고 있을지라도 국방의 모든 구성원이 커뮤니케이션 부대원이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국군장병들이, 북한군들이 24시간 우리 군을 지켜보고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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