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문병도 기자
  • 입력 2022.07.06 11:14

한인식 단장 연구팀…헬륨-8서 헬륨-4 방출되며 순간적으로 생성

헬륨-8 빔에서 4개의 중성자가 생성되는 과정 (그림제공=IBS)

[뉴스웍스=문병도 기자] 원자번호 '0번'이 등장할 가능성이 열렸다. 

독일 다름슈타트 공과대학, 일본 이화학연구소,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으로 구성된 국제 공동 연구팀이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핵의 증거를 확인했다고 6일 발표했다. 

한인식 기초과학연구원(IBS) 희귀 핵 연구단장 등 연구진 5명은 실험에서 핵심 요소였던 고순도 헬륨-8 빔 생성과 실험 전과정 동안 다중입자 측정 장치 성능평가 및 온라인 데이터 분석 등에 기여했다.

물질을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원자는 중성자와 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중성자만으로 이루어진 원자핵은 존재하지 않았으며, 중성자로만 구성된 결합 시스템으로 알려진 자연 현상은 중성자별이 유일하다. 양성자가 없는 원자핵의 존재는 이론적으로 제시됐지만 실험적으로 명확히 관측된 적이 없어 60년 동안 핵물리 연구 분야의 풀리지 않는 난제였다. ​

국제 공동 연구진은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의 중이온 가속기 RIBF의 다중입자 측정 실험 장치로 4개의 중성자만으로 만들어진 원자핵을 관측했다.

연구진은 가속기를 통해 생성된 무거운 빔을 상대적으로 가벼운 표적에 충돌시켜 무거운 원자핵으로부터 일부 핵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중성자 핵을 생성했다.  

양성자를 1개도 포함하지 않는 이른바 '원자번호 0'의 기묘한 원자핵을 관측한 것으로, 원자핵 나아가서는 원소의 안정성을 결정짓는 핵력의 모델을 크게 바꿀 가능성도 있다. 수수께끼가 많은 초고밀도 천체인 중성자별의 이해를 위한 연결고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안득순 박사는 "수십년간 확인하지 못했던 테트라 중성자 상태를 알려주는 공명 구조를 정확히 관측했다"며 "중성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이에 따른 핵력을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연구성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6월 23일 게재됐다. 

한인식 단장는 희귀동위원소 가속기를 활용한 핵물리와 핵천체물리 분야의 세계적인 과학자다. 핵천체물리학은 가속기를 이용하여 태양이나 초신성과 같은 별에서 어떤 핵반응에 의해 무거운 원소와 폭발에너지가 생성되는지 규명하는 분야다.

한인식 단장은 핵천체물리학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며 연구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왔다. 미국 예일대, 칼텍, 브룩헤이븐 국립연구소, 일본 이화학연구소 등 세계 선도급 연구기관에서 연구했으며, 지난 20여 년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핵물리 분야에 매진 해왔다. 최근에는 보통 핵보다 중성자가 많은 희귀 핵의 새로운 마법 수를 발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희귀 핵 연구단은 핵천체물리실험, 핵구조실험, 핵반응실험, 핵물리이론 그룹으로 구성돼 있다. 희귀 핵 연구단은 해외 대형 가속기를 활용하여 희귀 핵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구축 중인 중이온가속기를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희귀 핵 연구단은 한국에서 희귀 핵물리 연구의 초석이 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적 연구를 주도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명이 짧은 핵들의 기본 성질, 우주 원소의 기원 규명, 새로운 희귀 원소 발견 등 희귀 핵에 대한 실험 및 이론 연구를 하게 된다.

한인식(왼쪽부터) 단장, 안득순 연구위원, 김다히 박사 후 연구원, 김선지 박사 후 연구원, 라즐로 스툴 선임 연구원 (사진제공=IBS)
한인식(왼쪽부터) 단장, 안득순 연구위원, 김다히 박사 후 연구원, 김선지 박사 후 연구원, 라즐로 스툴 선임 연구원 (사진제공=IBS)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