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정은지 기자
  • 입력 2023.05.18 16:50

테슬라 자체 개발 4680 배터리, 21700보다 효율성 13%↓

테슬라 서울 여의도 스토어 외관. (사진=정은지 기자)
테슬라 서울 여의도 스토어 외관. (사진=정은지 기자)

[뉴스웍스=정은지 기자] 테슬라가 자체 생산한 4680 배터리의 성능이 21700 배터리보다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테슬라 추적 트위터 계정 '트로이 테슬라이크'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제출된 4680 배터리 기반 표준형 모델Y 듀얼 모터 사륜구동(AWD) 주행 테스트 결과 이 차량의 에너지 밀도가 21700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Y 롱 레인지 AWD 대비 13%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성능이 도마 위에 오르자 아직 개발조차 마무리 짓지 못한 배터리 제조 기업들은 어깨가 무거워졌다. 테슬라보다 늦게 완제품을 선보이는 만큼 업계가 기대하는 이상의 퍼포먼스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일본 파나소닉 등 배터리 제조 기업들이 4680 배터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어느 기업이 먼저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한 제품을 양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제공=파나소닉)
일본 파나소닉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제공=파나소닉)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4680 배터리 개발 '총력'…파나소닉은 내년 상반기 양산

원통형 배터리 강자인 삼성SDI는 지난해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직경 46㎜ 배터리를 처음 공식적으로 언급, 복수의 완성차 업체와 채용을 논의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충남 천안사업장에 해당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연내 시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SDI의 4680 배터리가 BMW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해 올리버 집세 BMW 회장과의 만남에서 원통형 배터리 납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보다 먼저 4680 배터리를 선보이겠다던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의 4680 배터리 성능이 높지 않다는 소식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안정적으로 출력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 개발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4680 배터리를 2025년에 양산한다. 국내의 경우 오창 2공장에서 2025년에, 해외에서는 2026년에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세원 LG에너지솔루션 센터장은 지난 2월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더 배터리 컨퍼런스'에서 "원통형 셀은 용접 품질관리가 어렵다"며 "4680 배터리 개발의 난제는 용접 기술"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 그는 새로운 폼팩터 개발인 만큼 안정적으로 출력을 높이기 위한 신기술 개발에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최근 4680 배터리 양산을 내년 4월~9월로 연기했다. 개발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지만 성능을 한 층 개선한 2세대 4680 배터리를 양산하기 위해서다. 우메다 파나소닉 CFO는 "당초 계획으로는 캔자스 신 공장에서 4680셀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올해는 2170 배터리 셀 양산을 통해서 수요에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2020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4680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공식 유튜브 캡처)
'2020 배터리데이'에서 일론 머스크(오른쪽) 테슬라 CEO가 4680 배터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테슬라 공식 유튜브 캡처)

◆4680 배터리 '성능 향상' 관건…양산 시점 후순위

4680 배터리는 기존 21700 배터리를 대체할 차세대 모델이다. 21700 배터리보다 에너지 크기와 출력은 각각 5배, 6배 높고 주행거리는 16% 길다. 21700 배터리가 차량 한 대에 4000~5000개가 들어간다면, 4680은 1000개 정도만 들어가기 때문에 에너지 품질 관리가 용이하다. 

4680 배터리 개발 일정이 늦어지는 이유는 배터리가 '셀투팩(CTP)'에 적합한 새로운 구조로 개발되고 있어서다.

셀투팩은 배터리셀을 차량에 직접 탑재하는 방식으로 모듈이나 팩이 필요 없어 집적도가 높은 반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이에 따라 배터리셀에 충격이 발생해도 손상이 적게 가도록 외벽을 강화하기 위한 '셀 하우징 강성 향상' 기술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4680 배터리 개발에 있어 양산 일정보다는 성능 향상에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가 이미 4680 배터리 양산에는 성공했다. 문제는 성능"이라며 "빨리 내놓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양산 일정을 미루더라도 성능을 더 높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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