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8.29 17:30
베이징을 동서로 길게 가르는 창안졔(長安街) 모습. 자금성을 중심으로 흐르는 남북의 축선과 함께 창안졔 축선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와 수렴'이라는 의미의 통치 축선을 자랑하는 설정이다.

한 도시에 이르러 우리는 먼저 어떤 ‘인상(印象)’을 받기 마련이다. 베이징에서 조금 오래 머문 사람들에게 뚜렷하게 하나의 상징으로 다가오는 곳이 있다. 위에서 말한 자금성과 만리장성도 분명 그러하지만, 이곳은 베이징에서 머물며 일정 기간 생활하는 외지의 사람들에게  ‘도대체 여기는 뭐냐’라는 의문을 품게 만든다. 천안문 광장을 동서로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창안제(長安街)‘다.
이곳은 중국인들이 ‘중국 최고의 거리(神州第一街)’라고 자부하는 거리다. 베이징 시단(西單)에서 둥단(東單)까지 왕복 12차로의 넓은 도로가 4㎞ 이어지며, 그 연장은 옛 왕조시절 대운하(大運河)의 북쪽 종착지인 동쪽 끝 퉁저우(通州)에서 서쪽 끝의 스징산(石景山)까지 38㎞에 이른다고 자랑한다.

천안문 앞을 동서로 관통하는 창안제의 모습. 물 샐 틈 없는 통제로 유명한 도로다. 

베이징에서 한동안 살아봤던 사람은 이 창안제의 특징을 잘 안다. 중국 공산당 당 대회나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등 중요한 정치적 행사가 열리는 시기에 이 도로가 얼마나 가혹할 정도로 정부의 통제에 드는지 말이다. 물 샐 틈 없는 정부의 통제가 이뤄지면서 이 도로는 민간의 차량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는 길로 변한다.

아울러 이 드넓은 도로에서는 함부로 샛길로 새는 일이 허용되지 않는다. 아주 긴 구간 동안 좌회전을 아예 허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우회전으로 간선 도로를 비켜갈 수도 없다. 한 번 올라서면 일정하게 정해진 구간까지 앞만 보고 진행할 수밖에 없는 도로다. ‘통제’라는 행위가 가져오는 엄밀함과 답답함의 극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조금 있다가 소개를 하겠으나, 이 도시에는 거대한 축선(軸線)이 팔팔하게 살아 있다. 이 창안제는 베이징 도심 전체를 동서(東西)로 구분하는 살아 있는 도시 축선이다. 축선은 곧 중심이다. 그 중심은 중국의 공산당일지 모른다. 드넓은 중국 전역을 이끌고 있는 공산당 말이다. 13억 인구의 방대한 중국 대륙은 그 공산당의 빈 틈 없는 통치에 의해 이제 세계의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중심을 휘어잡고, 중심에 올라타, 중심으로 주변을 아우르는 통치술의 한 장면을 우리는 이 베이징에서 목격하려고 준비 중이다. 그 ‘중심’과 ‘주변’의 강한 대비는 이 도시의 아주 큰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것에서 다음 아래의 것, 그리고 그 다음, 다시 그 다음…. 이런 순열(順列)을 미리 정해놓고 그 차례에 따라 행위의 순차(順次)를 정하는 게 어쩌면 드넓은 국토와 방대한 인구를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는 공산당의 통치 요령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현대의 중국 공산당에 그치지 않는다. 과거의 여러 중국 통일 왕조가 그랬다. 역시 드넓은 국토와 방대한 인구를 이끌기 위해서는 웬만한 크기의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강력한 통치의 축선이 필요했을 것이다. 옛 중국 왕조의 정통적 기운이 아직도 흐르는 곳은 바로 이 베이징이다. 우리는 그곳에서 그런 옛 왕조, 아울러 현대 중국 통치의 핵심인 공산당의 ‘축선’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창안제라는 길면서도 광폭(廣幅)인 도로는 우선 ‘축선’과 ‘통제’, 나아가 강력한 통치의 인상을 주기에 충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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