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9.05 16:40
평균 높이 11m에 이르는 베이징 자금성(紫禁城)의 견고한 성벽이다. 명대와 청대의 황궁이었던 자금성의 한 복판에는 중요한 선이 지나간다. 황제만이 거닐고, 머무를 수 있었던 황도(皇道)다.

자금성 안의 건축들은 모두 옛날 황제만이 거닐 수 있는 황도(皇道) 위에 얹혀 있으며, 그 종루와 고루의 한참 북쪽으로 올라가면 베이징 북녘을 병풍처럼 가로지르는 옌산(燕山) 산맥이 있다. 중국의 옛 도성은 남북으로 이어지는 축선을 중심으로 짓는다. 풍수의 관점에서는 북쪽의 산으로부터 내려오는 지기(地氣)를 설정하는데, 이 맥이 이른바 ‘용맥(龍脈)’이다.

이를 테면, 베이징의 풍수 상 주산(主山)은 옌산 산맥이며 저 멀리 곤륜산(崑崙山)으로부터 꿈틀대며 남하하는 용맥은 이 옌산의 산맥에서 큰 또아리를 틀었다가 곧장 남하해 베이징 자금성으로 이어진다. 그 용맥이 흐르는 곳에 자금성을 비롯한 황제의 상징 일체가 들어선 것이다. 황제의 기운이 바로 이 용맥이며, 이 용맥은 바로 베이징 도시 설계에서의 축선이다. 중국은 이를 ‘中軸線’(중축선)이라고 적는다.

이 축선의 개념은 역대 중국 왕조가 들어섰던 도성에는 반드시 등장한다. 베이징에 앞서 더 많은 왕조가 들어섰던 장안(長安 지금의 시안)도 마찬가지며, 낙양(洛陽)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 장방형(長方形)으로 지어지는 왕조의 도성 한가운데에는 반드시 이 축선이 들어서며, 그 축선은 황제의 상징이자 드넓은 중국 대륙을 이끄는 왕조 통치의 근간으로 작용한다.

베이징의 축선은 약 7.3㎞다. 세계의 대도시에는 나름대로 축선이 있다. 서울의 예를 보더라도, 북악산에서 흘러나온 용맥은 경복궁에 이어져 남대문까지 뻗는다. 그러나 그 길이는 베이징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다. 베이징의 축선은 세계의 여느 도시들이 설정했던 그것보다 훨씬 길고 웅장하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베이징에 앞서 많은 왕조가 들어섰던 지금의 장안(지금의 西安)은 8㎞가 넘는 축선을 자랑했다고 한다.

이런 축선은 세계의 다른 도시 발전사에서도 찾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중국의 옛 도시만이, 그리고 현대 중국의 베이징만이 이런 길고 웅장한 축선을 지닌다고 한다. 조선의 수도인 서울은 그런 중국의 도시 건설 제도를 조금 흉내만 내고 그친 데 불과하다. 일부 유럽 등의 도시에서도 축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있으나, 중국의 옛 도시들처럼 길면서도 정치적 지향이 뚜렷이 담긴 축선을 찾아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베이징 여행을 시작하면서 잠시 언급했던 창안제는 동서로 난 축이다. 그것은 옛 중국 도시에서 발달한 남북의 축선과는 다르다. 그럼에도 현대 중국을 이끌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드러내는 통제와 통치의 한 측면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창안제를 먼저 소개했다. 동서로 그어진 그 축선도 결국 중국의 통치방식과 관련을 지어 한 번 진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렇게 베이징은 남북으로, 그리고 동서로 난 축선이 아주 뚜렷하게 발전한 곳이다.

중국의 정치적 행위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그런 축선이 고루 눈에 들어온다. 유형과 무형의 축선으로서 말이다. 때론 그런 축선이 아주 팔팔하게 숨을 쉬며 움직일 때도 있다. 우리는 그런 특징에 자세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얼마 전에도 사실 그런 장면을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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