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9.27 11:20
중국 수도 베이징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축선 도로 장안대로의 모습이다. 베이징의 전통가옥 사합원(四合院)도 엄격한 위계와 질서, 축선 등의 개념을 잘 드러내는 건축이다.

사실, 이 축선의 구조와 그를 현세의 생활에 제대로 구현해 활용하는 중국의 전통적 사유형태는 더 차분하고 깊게 들여다 볼 주제다.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이 축선의 개념을 지닌 장치는 매우 많다. 그러나 이 글에서 그 면모를 충분히 들여다 볼 여유는 없다. 그저 베이징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아주 긴 도시의 축선을 지닌 곳이고, 전통의 주택마저 그 축선의 개념을 매우 발전시켰다는 점을 우선 말해두기로 하자.

단지 하나 부연할 게 있다. 축선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의 경계다. 정통과 비(非)정통을 구분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며, 중심과 주변을 가르는 구획의 선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귀한 것과 귀하지 않은 것이 나눠지면서 누가 높고 누가 낮은가의 존비(尊卑)에 관한 관념도 모습을 드러낸다. 일종의 배열(排列)이며, 이는 사물과 현상을 보는 철학적 사유를 대변하기도 한다.

따라서 축선은 정치적이며, 사회적이다. 아울러 세상을 어떻게 다룰지에 관한 경세(經世)의 근간이기도 하다. 베이징 사람들이 대개 정치에 매우 민감하다는 평이 나오는 것도 어쩌면 이런 축선과 관련이 있는 대목일지 모른다. 베이징 택시 기사들은 낯선 손님을 태우고서도 천안문 광장 근처의 중국 권력층에서 벌어지는 정치 ‘뒷담화’를 즐겨 입에 올리는 것으로 매우 유명하다.

아울러 축선은 전략의 기초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며, 준비해야 할 일의 순서를 매기는 것이 바로 전략의 토대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뒤로 미루고, 우선 중요한 사안을 먼저 정리한 다음에 그 자리를 잡아두는 것이 전략의 기초다. 따라서 축선이 발달한다는 점은 전략의 사고 또한 매우 풍부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옌산 산맥으로부터 뻗어 내려오는 풍수상의 용맥을 살려 그 위에 황궁을 짓고, 황도를 건설해 통치의 근간을 삼았던 전통 왕조의 ‘방략’은 오늘날의 중국 공산당 통치술에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광장의 넓은 대지를 그대로 버려두지 않았다. 그곳에 광장을 만들어 사회주의 중국을 건국할 때 희생당한 많은 사람들을 기념하기 위한 인민영웅기념비를 만들었다. 고색이 창연한 자금성도 그냥 두지 않았다. 천안문 가운데에 마오쩌둥의 거대 초상화를 걸었고, 그의 시신을 광장 남쪽의 기념관에 ‘모셨다’.

공산당의 당헌에는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맨 앞에 세운 뒤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을 이어서 배열했다. 중심축이 분명한 건축의 구조와 꼭 닮았다. 덩샤오핑이 사회주의의 토대 위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갖다 붙이는 개혁과 개방에 성공한 이유도 다 예서 나온다. 거대한 혼란을 불러올 수 있었던 실험임에도 축선의 바탕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실적 측면에 자본주의의 요소를 도입하는 절충의 방식으로 그 위기를 극복했다.

이는 ‘배열’에 관한 매우 두드러진 사유의 형태이자, 내가 얻어야 할 것과 잃지 말아야 할 것을 분명하게 가르는 전략적 사고의 특징에 해당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하며, 아울러 전략의 마인드가 풍부하다는 것은 아무래도 이 축선의 사고와 연관이 깊어 보인다. 베이징의 인문적 분위기는 대개가 그렇다. 정치적이며 전략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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