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10.17 14:13
20세기 초반 민국정부 시절에 활동한 유명한 중국 학자 푸쓰녠(傅斯年)이 태어난 생가와 그의 동상. 산둥 랴오청(聊城) 출신의 그는 일반 산둥 사람 기질처럼 강하고 굳센 성격을 지녔던 것으로 유명하다.

춘추시대의 개념으로 따지자면 산둥이 ‘제로(齊魯) 문화’의 권역에 있다는 점은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다. 이 문화가 중국의 역사마당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아주 특별하다. 관중(管仲)을 부하로 거느리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의 꿈을 실현해 춘추시대의 가장 큰 패업을 달성한 제나라 환공(桓公)은 지금까지 강대한 국가의 건설을 꿈꾸는 중국 정치인들의 표상이기도 하다.

그런 제나라의 전통과는 달리 노나라는 몰락한 천자(天子)의 주(周)나라 전통을 이어받아 사상적 기반을 닦은 나라다. 춘추라는 시공 속 구심점을 이뤘던 주나라의 예악(禮樂)이라는 전통을 이어받아 이를 더욱 발전시킨, 단단한 철학적 기반과 문화적 풍토를 지닌 나라였다.

제나라는 강하고 실력 있는 나라 건설과 그 경영의 표본을 제시했고, 노나라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점잖게, 멋지게 살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 결국 중국 사상사에서 가장 중요한 흐름인 유학의 전통을 빚어낸 곳이다.

따라서 산둥은 지역적으로 광대하거나, 물산이 특히 풍부하다는 특징을 갖추지 못했으면서도 중국 정치, 경제, 문화적 맥락 속에서는 매우 독특하며 대단한 매력을 뿜는 곳이다. 이런 점이 동이의 특징이라고 꼭 집어서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쨌거나 서북의 황하 문화권 속에서 자란 사람들과는 기질적으로 조금 다르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런 산둥 사람들은 어떤 기질의 소유자일까. 물론 한반도 전체 인구에 맞먹는 그 많은 산둥 사람들의 기질을 몇 마디 언설(言說)로 정의하는 일은 어렵고, 또는 불가능하며, 때로는 무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중국에서 통용되는 나름대로의 정평(定評)은 있다. 우선 강직(剛直)하고 매서우며, 싸움에 나설 때 물러서지 않으며, 많이 먹고 많이 마신다 등이다.

‘산둥의 멋진 사내’라는 중국식 표현이 있다. 한자로 적으면 ‘山東好漢(산동호한)’이다. 사람 사이의 의리를 중시하며, 불의(不義)를 보면 참지 못하며, 누르면 일어서고, 한 대 맞으면 두 대로 갚는 그런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대개 기질이 강해서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면 참지 못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호방한 기질로 약한 사람을 돕는 의협(義俠)의 행위를 보이는 사람도 이에 속한다. 그래서 산둥 사람에 대한 중국 내의 전체적인 평가는 아주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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