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11.14 14:52

"달러당 1200원대 대비해야"

[뉴스웍스=한동수기자] 트럼프 당선과 보호무역.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대선 결과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자 외환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두달 후 새롭게 들어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시나리오에 대비해 'G20'소속 국가들의 반덤핑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은 한 층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로인해 화폐가치 하락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정국혼란과 겹치면서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당국이 환율관련 대책마련을 하루빨리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미 대선 하루전인 지난 8일 달러당 1127.91원이었던 환율은 이날 장 중한때 1173.00원까지 뛰어올랐다. 5거래일만에 3.99% 상승(원화가치하락)한 것이다.

환율 상승은 일시적으로 수출기업들의 이윤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우 환율상승(원화가치하락)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원자재가 상승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시장을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할 미국 상무부가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대(對)미국 무역흑자 20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흑자 3% 초과▲연간 GDP대비 2% 초과 달러 순매수 등 환율조작국 지정 3개 기준을 마련해 놓았다.

모든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가로 제재를 받게되고 이 가운데 2개가 해당되면 관찰대상국으로 선정된다. 한국은 이미 환율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돼 있다.

환율조작 심층분석국가로 지정되면 대미 수출뿐만 아니라 미국 영향력 아래있는 WTO(세계무역기구), IMF(국제통화기금)에서도 다양한 제재를 가할 수 있게된다.

환율조작국이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위축될 수 있는 만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다. 이에 따라 ‘외국인투자자들이 투자금 인출→환율은 상승(원화가치하락)압박→해외수출 규제 강화 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환율 이상 급등을 막기 위한 정부의 발빠른 대처가 시급한 상황이라는 의견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중국 앞서 한국이 먼저 될 수도

미국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을 지정하는 것은 자국의 화폐가치를 떨어뜨려(달러대비 환율상승)대미 수출 흑자를 극대화 시키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가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당선자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공약을 통해 예고했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 관세부과를 통해 대미 경상수지를 축소시키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미국이 중국과 통상마찰을 우려해 경고차원에서 제3국에 대한 제재조치를 가할 수 있고 그 대상국이 한국일 경우가 문제다.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불공적 무역행위로 간주돼, 필요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제품, 서비스 구매가 금지된다. 통상과 투자 부문에서는 미국이 직접 제재를 가할 수 있다.

트럼프이후...대(對)미 수출 경고등

당장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존치 자체에 부정적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파기카드를 들고 나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FTA 파기는 앞으로 대미수출품목에 대한 반덤핑, 상계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의미한다.

하이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미FTA파기시 향후 5년간 대미 수출 손실은 최대 300억달러 규모이고 일자리도 약 25만개가 없어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국 경제가 악화될 수 있는 변수다. 이런 변수에 따라 외국인들의 투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G20국가 보호무역 지속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G20 무역 및 투자조치 16차 보고서’에 따르면 G20국가의 월평균 무역제한조치가 17.2건에 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08년 이후 무역제한조치 누계 건수는 모두 1671건으로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다"며 "철강 등 글로벌 공급과잉 품목을 중심으로 반덤핑, 상계관세 등의 무역구제조치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국의 주요 교역국인 ‘G20’의 보호무역주의 지속확대 움직임은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 유지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최근 수출보다 수입액이 줄어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불황형흑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수출 감소에 환율상승이 얹어지면 순식간에 교역적자국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달러당 1200원대 진입 각오해야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중 1170원선을 돌파했다. 1170원대에 올라선 것은 지난 6월 28일(종가기준) 이후 처음이다.

오는 12월 미국 기준금리 상승여부도 원‧달러 환율 상승에 일조하고 있다.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은 "물가와 고용의 두가지 정책 목표 달성이 임박했다"며 "완화적 통화정책을 점진적으로 정상화할 근거가 꽤 강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금리가 정상보다 더 낮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이면서 최근 강화된 미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우려를 낮췄다. 이에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 반영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81%로 상승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보호무역주의 이슈 부각으로 신흥국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만큼 대내외 정치적 이슈와 국내 증시 향방에 주목해야 한다”며 “당장 이번주에는 달러당 최고 1180원 초반대까지 오를 수 있겠으나 연말에는 1200원대 진입도 염두에 둬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국혼란으로 가파른 환율 상승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김원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국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앞서 한국을 환율조작 제재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다"며 "대응방안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나, 경상수지 흑자와 대미무역 흑자가 환율개입과는 무관하다는 체계적인 논리를 개발해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기 이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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