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4.26 14:10

"국제유가 주춤...트럼프 리스크도 여전"

SK에너지 울산공장 <사진제공=SK에너지>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평균 연봉 상위 1~3위를 싹쓸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호실적에 비례한 두둑한 성과급을 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상승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주춤하는 양상이고 트럼프 리스크도 여전해 잔칫상을 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연봉 1위 업체는 1억1990만원의 여천NCC였다. 이어 한화토탈(1억1500만원), GS칼텍스(1억1310만원), 대한유화(1억1200만원) 등 1~4위 업체가 모두 정유업체다.

여기에 6위를 기록한 에쓰오일(1억1080만원), 11위 SK이노베이션(1억100만원), 15위 롯데케미칼(9800만원)까지 포함하면 정유업체에서만 총 7곳이 평균 연봉 상위 2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4사 합계 영업익 8조원...호실적에 연봉↑

이들의 고임금 기조는 최근 정유업계의 실적 개선세가 반영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기본급은 많지 않은 대신 성과급 비중이 커 타 업종에 비해 급여 변동성이 큰 경향이 있다”며 “최근 호실적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회사에서 일시적으로 임금 수준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는 지난해 사상 최대인 8조276억원의 합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연봉의 절반 수준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정제마진 확대가 호실적의 주요 요인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 등 정유업체가 정제해서 만든 석유 제품 가격에서 원유수입과 유통비용 등을 뺀 이익이다. 정제마진은 지난해부터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대를 웃돌고 있으며 최근에도 배럴당 8.9달러로 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최고 1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유가 주춤...트럼프 리스크도 대비해야

올해 상반기에도 당분간 정유업계의 호황은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0.4% 상승한 11조8686억원, 영업이익은 18.9% 상승한 1조43억원을 시현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유업계의 고무된 분위기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주춤해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2015년 배럴당 30달러로 내린 저유가 효과로 글로벌 수요가 급증했지만 유가가 오르면서 수요 증가율은 둔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 트럼프와 공화당의 경제정책 기조에 따라 미국산 석유화학 제품이 글로벌 수출시장 공세가 강화되면서 국내 정유업계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및 수송인프라 분야에서 투자규제를 철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부터 셰일에너지와 석유, 천연가스 등의 규제 철폐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수출 비중이 높고 국내 생산설비 의존도가 높은 한국 석유화학 산업에 트럼프 정책은 리스크가 크다”며 “사업 환경 변화에 강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원가 구조개선, 시장 다변화 등의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비정유 부문 강화 노력 지속돼야

정유업계가 좋은 시절일수록 미래 신성장동력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글로벌 정유업체들의 증설이 마무리되면 공급 증가가 예상되며 트럼프 등 신보호무역주의의 대두, 중동의 정세불안 등의 영향으로 정유부문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제유가 등 시황에 큰 영향을 받는 정유부문에 비해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부문은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5% 수준인 정유부문 평균 영업이익률에 비해 비정유 부문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밖에 국내 정유업체들이 연구개발(R&D)에 소홀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유4사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0.18%에 불과했다. R&D에서 가장 많은 수준을 집행하는 SK이노베이션 조차 0.37%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저유가로 국내 정유업계가 대규모 적자를 낸 바 있다”며 “호실적에 성과급에 대한 직원들의 요구도 크겠지만 비정유 부문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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