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12.23 06:00

양분된 5G 요금제에 중간요금제 내놓은 통신사들, 소비자가 원하는 데이터 양과의 괴리로 도마에

올해 IT 업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새로운 요금제였던 '5G 중간요금제'가 출시됐고, 'e심'이라는 새로운 이용자식별모듈이 탄생했다. 포털 업계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라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이 중 5G 중간요금제는 그동안 양분화됐던 5G 데이터 양과 요금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이들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탄생했다. 하지만 이통 3사의 5G 요금제는 더 싼 가격에 다양한 요금제 상품을 접하고 싶은 이용자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뒷말을 남겼다.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지난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에 의하면 국내 5G 가입자 수는 10월 기준으로 2698만4458명이었다. 이전 달인 9월(2622만9565명)보다는 75만명 증가했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에게는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국내 이통사는 연내 5G 가입자 수가 3000만명을 돌파하리라 예측했다. 하지만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내 이통사들은 3000만명 돌파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올 한 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 움직임 중 하나가 '5세대(5G) 중간요금제' 출시다. 이통 3사는 5G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지난 8월 경쟁적으로 5G 중간요금제 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이통 3사의 5G 요금제가 10GB~12GB 또는 100GB 이상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으로 양분된 데 대한 지적에 따른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큰 동기는 5G 이용자 증대다.

5G 중간요금제를 맨 처음 내놓은 것은 업계 1위 SK텔레콤이었다. SKT는 8월 5일 3종의 일반요금제와 2종의 온라인요금제로 구성된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했다.

SKT는 5G 일반요금제에서 월 4만9000원에 8GB를 쓸 수 있는 '베이직(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400kbps 속도로 이용 가능)', 월 5만9000원에 24GB를 제공하는 '베이직 플러스(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1Mbps 속도로 이용 가능)', 월 9만9000원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받아 쓰는 '5GX 프라임플러스'를 신설했다. 5G 온라인요금제로는 월 3만4000원에 8GB(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400Kbps 속도로 이용 가능)를 제공하는 상품과 월 4만2000원에 24GB(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1Mbps 속도로 이용 가능) 쓸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5G 중간요금제 상품은 LTE 요금제보다 저렴했다. LTE 요금제에는 5GB를 월 3만5000원에 쓰는 상품, 1.8GB의 데이터를 월 2만2000원에 사용하는 상품, 월 4만5000원으로 100GB를 제공받는 요금제가 있었다. 당시 SKT는 5G 중간요금제가 LTE 사용자의 5G 요금제 사용을 유도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SKT에 이어 KT가 5G 중간요금제 대전에 뛰어 들었다. KT는 8월 23일 월 6만1000원에 30GB(데이터를 다 쓰면 최대 1Mbps 속도로 이용 가능)를 주는 '5G 슬림플러스'를 출시했다. 먼저 중간요금제를 선보인 SKT보다 더 많이 과금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를 주는 전략을 택했다.

마지막으로 LG유플러스가 5G 중간요금제를 공개했다. LG유플러스는 8월 24일 새로운 5G 중간요금제로 '5G 심플+'를 제시했다. 월 6만1000원에 31GB의 데이터를 제공하며, 데이터를 모두 소진하면 1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상품이다. KT와 요금은 같지만 1GB의 데이터를 더 주는 구성이었다.

이통 3사가 경쟁적으로 5G 중간요금제를 내놓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차가웠다. 제공하는 데이터 용량이 일반 소비자 사용량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일 공개된 과기부의 '(2022년 6월 말 기준) 무선데이터 트래픽'을 보면 6월 5G 가입자 1명당 26GB를 썼다. 이에 기초하면 SKT의 '베이직 플러스'로는 대다수의 가입자를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은 KT와 LG유플러스도 마찬가지였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0·31GB를 주는 전략을 펼쳤지만, 소비자 측에서는 50~100GB 사이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진정한 5G 중간요금제로 봤기 때문이다. 

다양성에서도 지적이 있었다. 소비자들은 다양한 요금제를 바랐는데, 이통 3사의 결과물은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다양한 요금제를 바랐지만, 데이터가 SKT의 24GB에서 31GB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경쟁을 통해 요금제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가 8월 5일 발간한 'ICT 브리프'에서도 유사한 부분을 짚었다. 보고서에서는 5G 중간요금제로 인한 요금제 다양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결론에서 "사용자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맞춰 50GB, 60GB, 70GB 등의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며 세부적인 부분인 이용자의 실제 데이터 사용량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지난 19일 이종호 과기부 장관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5G 중간요금제는 올해 처음으로 시행됐다"면서 "초기 데이터를 근거로 좀 더 다양한 중간요금제를 만들 수 있도록 협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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