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고지혜 기자
  • 입력 2023.06.21 06:00

하반기에도 호실적 기조 유지…SK온 분기 흑자전환 예상

배터리 3사

[뉴스웍스=고지혜 기자]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내내 웃음꽃이 폈다. 전기차 수요의 탄력이 핵심부품인 배터리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에 완성차들은 배터리 업체에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북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며 실적 상승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급성장 덕에 K-배터리 실적 '점프'

최근 전기차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탑재되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규모도 동반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전 세계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총 372만3000대로, 지난해보다 40.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는 182.5GWh 사용됐으며, 지난해보다 49.0% 성장한 수치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약 20년간 배터리 사업을 꾸준히 진행한 끝에 전기차 훈풍을 타고 호황을 맞이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는 전기차 대중화 진입기였기에 국내 3사가 더없이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매출 8조7471억원, 영업이익 633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1.4%, 144.6% 증가한 수치다. 

2분기는 더욱 호조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258.59% 증가한 7014억원이다.

삼성SDI의 지난 1분기 실적은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5조3548억원, 3754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32.2%, 16.5% 증가했으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도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한 5억7763억원, 467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7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SK온은 흑자 전환에 서서히 다가가고 있다. 지난 1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3조3053억원, 3447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 대해 증권가는 매출과 영업손실이 각각 3조7000억원, 1000억원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비록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진 못했지만, 매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조원가량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2000억원 이상 증가한 것을 놓고 증권가는 수익성 손해를 감수하고 외형성장에 집중했다고 분석했다.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미국공장 전경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美 IRA 수혜…북미 투자에 매진하는 K-배터리 

IRA는 상반기 배터리 업계가 가장 주목한 키워드다. 올해부터 적용된 IRA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만든 공급망 구축 방안이다.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구성요소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중심의 공급망을 끊고 미국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기차용 배터리 부품 중 50% 이상을 북미에서 제조하거나 배터리 핵심 광물을 40% 이상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조달하면 3750달러씩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조금을 받기 위한 기준은 계속 상향된다. 배터리 부품은 2029년까지 100% 북미 생산, 핵심 광물은 2027년까지 80% 이상 조달해야 한다. 

국내 기업들은 배터리 부품과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 이런 상황에서 IRA를 무시하게 되면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밀집한 미국에 판매하지 못하는 등의 제한 상황에 마주하게 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에서 북미 시장으로 투자 눈길을 돌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월 일본 완성차 업체 혼다와 44억달러(약 5조4600억원)를 투자해 4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또한 애리조나주 퀸크리크에 7조2000억원을 투자해 43GWh로 독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지난달에는 현대차그룹과 함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총 30GWh의 생산능력으로, 전기차 약 30만대 분의 배터리 셀을 양산할 수 있다. 

지난 7일에는 미국 테네시주에 인조흑연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 배터리 소재·장비 기업 노보닉스와 인조흑연 공동개발협약을 맺어 10년간 5만톤 이상의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호주 그린테크놀로지메탈스와도 리튬정광 공급 계약을 체결해 5년간 북미 지역 내 리튬 광산에서 생산하는 총생산량의 25%를 공급받는다.

뒤늦게 북미 시장에 진출한 삼성SDI는 지난 4월 카운티에 제너럴모터스(GM)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연산 30GWh 이상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있다.

SK온도 지난 1월 우르빅스와 애리조나주에 연산 1000톤 규모의 음극재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현대차와 공동으로 조지아주 카운티에 35GWh 규모의 배터리 셀 합작공장을 건설했다.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사진제공=SK온)
SK온 미국 조지아주 공장 전경.(사진제공=SK온)

◆하반기 실적도 AMPC로 '활짝' 

배터리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큰 변화 없이 호실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상승 요인은 단연 IRA로, 그중에서도 특히 AMPC 덕분이다. 

IRA의 AMPC는 북미 내에서 생산 및 판매한 배터리 셀·모듈에 일정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셀 기준 kWh당 35달러, 모듈 기준 kWh당 10달러를 지급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에 AMPC 금액 1003억원을 실적에 반영했으며, SK온도 2분기부터 반영한다. 

증권가는 하반기에도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AMPC 수혜를 위해 북미 시장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관측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북미에 8개 공장 건설·운영 중으로, 3사 중 지배력이 가장 높다. 이에 증권가들은 올해 하반기에 북미 출하량, AMPC가 가장 큰 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AMPC 규모는 약 7640억원으로 추산된다. 또 올해 안으로 도요타, 포드, 현대차, 기아 등 고객사와의 합작법인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알려져 혜택의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SDI는 유럽 시장에 집중해 북미 시장에 뒤늦게 진출했다. AMPC 수혜도 2025년부터 반영된다. 그렇기에 아직 배터리 조달처를 구하지 못한 전기차 고객사들과의 협력 여력이 가장 크다. 이에 증권가는 이번 하반기 합작 법인 투자 가능성이 3사 중 가장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

SK온은 이번 하반기 안에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1년간 약 8조원가량의 투자유치에 성공하면서 글로벌 사업확장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SK온은 투자금으로 2025년까지 연간 생산능력을 220GWh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온의 예상 연간 AMPC 수혜는 최소 5900억원에 달한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을 둘러싼 여러 이슈를 최근 하나둘씩 풀어가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긍정적인 변화들이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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