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4.03.15 11:15
빙그레 '투게더' 디자인 패키지 변천사. (사진제공=빙그레)
빙그레 '투게더' 디자인 패키지 변천사. (사진제공=빙그레)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대표 제품 ‘투게더’가 지난 1974년 출시 이후 49년 동안 누적판매 7억개를 돌파했다고 15일 밝혔다. 지금까지 판매된 투게더를 일렬로 세우면 서울~부산을 130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회사는 투게더가 반세기 가까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로 국내 첫 정통 아이스크림이란 정체성과 함께 시대상을 반영한 지속적인 변신과 도전이 어우러진 결과라 평가했다.

◆대일유업에서 빙그레까지

빙그레 투게더는 회사 전신인 대일유업의 역사와 맞물린다. 1967년 설립된 대일유업은 미군부대를 상대로 아이스크림을 납품하던 중, 회사가 소재한 남양주군 일대에 젖소가 많다는 점에서 유제품 가공공장 준공에 나선다.

당시 국내에서는 유제품이 아닌 설탕물을 얼린 빙과류가 호황을 누리던 때다. 유제품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기술도 없었고, 생산원가도 비싸 우유를 넣은 진짜 아이스크림이 시판되지 않았다. 대일유업은 미국의 퍼모스트 맥킨슨과 기술 도입 계약을 체결하고 95만 달러 차관을 들여와 생산공장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건설 도중 자금 사정 악화로 인해 부도가 나고 만다. 한국화약그룹(현 한화)은 대일유업의 유제품 가공공장이 준공되면 낙농가들의 어려움을 크게 해소될 수 있다는 사정을 듣고 선뜻 자금 지원에 나선다. 한국화약그룹은 ‘기간산업을 일으켜 국가사회에 기여하자’는 창업주 김종희 회장의 뜻에 따라 화약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던 때다.

다만, 대일유업은 한국화약그룹의 투자 이후에도 공장 건설이 지지부진했다. 모든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한국화약그룹은 1973년 대일유업의 주식 50%를 인수하며 뜻하지 않게 식품사업과 연을 맺게 됐다.

대일유업을 인수한 한국화약그룹은 신선한 우유에 딸기와 초콜릿, 바나나 등을 배합한 아이스크림을 선보여 시장에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대일유업은 1982년 빙그레로 사명을 변경했고, 1995년 계열분리 이후 현재까지 국내 대표 식품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빙그레 '투게더' (사진제공=빙그레)
빙그레 '투게더' (사진제공=빙그레)

◆투게더, ‘퇴짜’가 만든 국내 첫 정통 아이스크림 

1974년 출시된 투게더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을 한 차원 도약시킨 제품이다. 당시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일명 ‘께끼’라 불리던 저가 샤베트만 있었을 뿐, 서구의 정통 아이스크림은 구경하기 힘든 시기였다. 1972년부터 유가공 제조업에 나선 빙그레는 분유가 아닌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한 고급 아이스크림 개발을 시작했다. 기껏해야 아이스 밀크 정도나 흉내 낼 수 있었던 시기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세간의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빙그레는 애초 선진기술을 확보한 퍼모스트 멕킨슨의 기술을 토대로 투게더를 출시하길 원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냉담한 반응으로 돌아오면서 독자적 개발이라는 승부수를 던진다. 일명 ‘퇴짜’를 맞은 것이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오기로 나타난 것이다.

빙그레는 2년여 동안 제품 양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자동화 설비가 갖춰지지 않아 아이스크림을 일일이 손에 담아내는 악전고투가 이어졌지만, 투게더 개발은 빙그레의 R&D(연구개발) 원천으로 작용한다.

투게더 제품명은 사내 공모를 통해 채택한 이름으로 ‘온 국민이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정통 아이스크림을 즐기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동안 10원짜리 께끼에 익숙한 소비자들은 600원(900cc 소매가)짜리 고급 아이스크림 등장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투게더는 아버지 월급날이나 생일날에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먹는 고급 아이스크림이란 인식부터, ‘아빠’, ‘가족’이란 국민적 친숙함을 형성했다. 초창기 투게더 TV 광고는 국민적 인기를 끌며 현 4050 세대에게 CM송 멜로디와 가사가 추억으로 남아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1970년대 투게더는 먹거리가 귀했던 시기, 국내 고급 아이스크림 시장을 개척한 제품”이라며 “투게더의 폭발적 인기에 대리점 차량들이 투게더 제품을 먼저 받고자 공장 앞에 길게 늘어설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9년 운영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받았던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제공=빙그레)
지난 2019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은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 팝업스토어. (사진제공=빙그레)

◆세대를 잇는 ‘트렌드 메이커’…사회적 가치 실현 앞장

최근 국내 빙과시장은 출산율 저하에 직면하면서 주력 소비층인 어린이들이 줄어들고 있다. 가족이라는 투게더만의 고유한 정체성도 1인 가구 증가라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한다.

빙그레는 이러한 환경 변화에 투게더 출시 45년 만인 2019년, 기존 제품대비 1/3 용량(270㎖)인 투게더 미니어처를 출시했다. 투게더 팝업스토어인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 운영을 비롯해 인기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과의 협업 등 시대상을 반영한 각종 마케팅을 전개하며 투게더의 대대적 변신을 꾀했다.

투게더 피크닉 하우스는 오픈 이후 19일 동안 약 2만여 명이 방문해 흥행에 성공했으며,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에서는 투게더 관련 해쉬태그가 1만4000여개에 달했다. 네이버웹툰과의 협업에서는 투게더 안쪽 포장지에 웹툰 이미지 3종을 삽입해 젊은 층에게 친근하게 다가섰다. SNS에서 투게더 포장지와 밥숟가락을 인증하면 특별 제작한 ‘투게더 스푼’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젊은 층의 호응을 끌어냈다.

이러한 마케팅 효과를 등에 업으면서 투게더의 판매량도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2015년부터 다소 정체를 보였던 투게더 매출은 2018년 300억원 돌파에 2019년 400억원, 2020년 450억원에 이르는 등 국민 아이스크림 타이틀이 세대를 잇고 있다.

지난해는 투게더 제품 패키지의 수축필름을 제거하며 플라스틱 사용량을 절감한 친환경 포장재로 변경했다. 그동안 투게더 제품의 뚜껑이 벗겨지지 않도록 상단에 수축 필름을 사용했지만, 이를 제거하고 접착력을 개선한 새로운 뚜껑을 개발해 적용한 것이다. 이 역시 친환경이라는 시대상 반영과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다.

빙그레는 투게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빙그레)
빙그레는 투게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빙그레)

빙그레는 투게더 판매 수익금 일부를 독립유공자 후손 장학사업에 지원하고 있다. 빙그레공익재단은 2019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존경과 예우의 의미를 담아 보훈처와 함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장학금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번 장학사업을 통해 2020년까지 135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투게더 판매 수익금으로 마련한 장학금을 지원했다.

빙그레공익재단과 국가보훈처는 올해 11월 2차 장학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올해부터 오는 2025년까지 총 225명에게 3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8년 동안 총 360명에게 4억8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하게 된다. 이 밖에 독립유공자와 후손에 대한 존경과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자 2019년부터 캠페인 영상을 매해 제작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투게더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에 한 획을 그은 제품으로 빙그레의 자부심만큼 오랫동안 국민적 사랑을 받아 왔다”며 “앞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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